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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호통·망신주기 없는 국정감사를 보고 싶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12일부터 20일간 진행된다. 올해 국감은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으로 9년 만에 공수가 뒤바뀐데다 과거와 현재 정부 모두 국감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내년 6월에는 현 정부의 첫 평가무대인 지방선거도 예정돼 있다. 국감에서 밀리면 정국 주도권은 물론 선거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여야 모두 가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적폐 청산’, 자유한국당이 ‘무능 심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각각 ‘개혁·민생·미래’와 ‘바른 국감’을 내세우며 전의를 불태우는 이유다.

국감의 목적은 정부 정책 결정과 집행에 대한 실태를 파악해 비효율성을 방지하고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당연히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여야의 행태를 보면 턱도 없는 얘기다. 서로가 서로에게 ‘적폐’와 ‘무능’이라는 프레임을 걸고 국감을 ‘전쟁’으로 규정하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올해 국감도 이전처럼 그저 정치 싸움만 하다 끝날 공산이 크다. 상대의 약점을 들춰내기 위해 비리를 폭로하고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질의시간을 피감기관과는 무관한 질문과 호통으로 허비할 것이 뻔하다. 수십 명의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러놓고 ‘5초 답변’을 듣거나 망신을 주는 모습도 눈에 선하다.

적폐 청산과 무능 심판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국회가 매년 되풀이하는 ‘부실 국감’ ‘호통 국감’을 정책·행정감사로 바꿔 정쟁의 늪에서 끄집어내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다면 국민들은 ‘적폐와 무능 청산이란 이런 것’이라고 확실하게 인식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정치권이 대의정치의 명분과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국감무용론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다. 올해 국감장에서는 호통과 망신주기, 정치논리라는 부작용 대신 행정부 견제와 통제라는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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