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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탈원전' 시민참여단 뜻 아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시민 탈원전 대신 '축소' 지지

무리한 대선공약 추진 말고

안전성 강화·신재생 확대 등

'에너지 믹스 로드맵' 내놔야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을 대표하는 참여단 471명의 이름으로’ 지난 20일 3개월간의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건설 재개가 59.5%, 건설 중단이 40.5%로 나타났다. 공론조사 기간 이뤄진 몇 가지의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게 압도적인 19%포인트 차이였다. 이에 따라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재개를 권고했다.

그러나 이어진 두 번째 권고로 월권 및 비약 논란이 발생했다. 내용은 53.2%가 원자력발전 축소를 선택했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의 정책 결정을 권고한 것이다. 축소가 유지 혹은 확대에 비해 8%포인트 높다는 것에 근거한다. 원자력발전 축소 방향에는 두 갈래의 다른 길이 있다. 적정 비중으로 줄이는 길과 원자력발전을 없애는 탈원전의 길이다. 이 두 가지 길 중 어느 길이 시민참여단의 뜻인지 권고문에는 언급이 없었다. 갈림길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선택은 위원회가 발표하지 않은 내용에 실체가 있다. 건설을 재개하는 쪽으로 정책 결정이 이뤄질 경우의 조치로 네 가지 중 선호를 조사했는데 원전을 0으로 만드는 탈원전 정책 유지는 네 가지 중 현저하게 낮은 13.3%의 선택을 받았다. 안전기준 강화 33.0%, 신재생 투자 확대 27.6%, 사용후핵연료 해결 방안 마련 25.3%와 비교할 때 13.3%는 우선순위가 가장 떨어지는 것이다.

위의 결과를 문제로 논술 시험을 보는 수험생 입장에서 시민참여단의 이름으로 권고안을 작성하라면 어떻게 답을 써야 할까. 조사 항목 간의 관계와 경중을 고려한다면 ‘신고리 5·6호기는 건설을 재개하고 원전 안전성을 강화하며 사용후핵연료 해결 방안을 마련하면서 원전의 비중은 축소해 적정 비중을 찾아가되 신재생 투자는 확대하라’는 것이 순리대로 해석한 것이 아닐까. 최종 원전 비중 0으로 가는 탈원전 정책 유지를 471명 시민참여단의 이름으로 권고해야 한다고 쓰면 감점을 받거나 오답처리가 될 것 같다.

그럼에도 정부는 10월24일 국무회의를 거쳐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서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탈원전을 추진하고 신재생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이다. 시민참여단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후 후속조치로 탈원전 로드맵 작성을 주문하지 않았다. 적정 비중을 찾는 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은 갈림길에서 엉뚱한 길을 찾아가는 로드맵이 됐다.



공약이기 때문에 탈원전은 추진하되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만 공론조사에 부친다는 애초의 정부 약속과 다른 공론화위원회의 두 번째 권고안이 나온 것이 첫 번째 문제점이고 정부가 권고안을 탈원전에 대한 국민적 지지로 해석한 것이 두 번째 문제점이며 이를 탈원전 추진의 당위성으로 사용하는 것이 세 번째 문제점이다. 시민참여단은 적정 비중, 즉 적정한 에너지 믹스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를 아전인수해 탈원전의 당위성으로 오용했다.

정부는 탈원전이 국민의 뜻일 뿐 아니라 대선공약이기 때문에 탈원전을 추진한다고 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도 대선공약이었다. 시민참여단은 큰 차이로 공약 백지화를 선택했다. 게다가 탈원전 정책 유지는 시민참여단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적정한 에너지 믹스를 찾으라는 공약 수정을 선택한 것이다. 대선공약이므로 수정 없이 탈원전을 추진한다거나 국민적 지지를 확인했으므로 더 당당하게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다는 정부의 논리가 궁색하게 느껴진다.

적정한 에너지 믹스와 원전 0의 갈림길에서 엉뚱한 원전 0의 길을 고수한 정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은 시민참여단의 선택과 다른 길이다. 비싼 대가를 치른 공론화의 결과로 나온 시민참여단의 의견이 반드시 존중돼 현재의 탈원전 로드맵은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 믹스 로드맵으로 시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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