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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프랜차이즈 40년 위기를 기회로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위기 돌파 해법은 '자정·혁신'

가맹본부, 공존공영 의식 갖고

사업자는 산업 흔들 주장 자제를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이 고사성어의 뜻은 모두 알겠지만 유래가 고대 중국인들이 가장 무서워했던 ‘흉노(匈奴)족’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흉노족이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추수가 끝나는 가을에 주로 침공했기 때문이다. ‘하늘이 푸르고 높아 말도 살찌는 이 좋은 계절이 가장 무서워. 언제 흉노가 쳐들어올 줄 모르니까’ 중국인들은 이렇게 걱정했다. 좋을 때일수록 긴장과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뜻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올해는 프랜차이즈 산업이 도입된 지 40년째 되는 해다. ‘세상 유혹에 넘어가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된다’는 불혹(不惑)의 나이에 전례 없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갑질’ 논란, 일부 최고경영자(CEO)의 사회적 일탈행위 등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생존 위기감이 들 정도로 따가운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원인은 여럿 있겠지만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앞만 보고 달리며 급성장하면서 성공에 도취하고 유혹에 넘어가 오만해진 것이 큰 이유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프랜차이즈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평판을 잃으면 신뢰가 깨지고, 신뢰가 무너지면 존립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해법은 이미 나와 있었다. ‘자정(自淨)과 혁신(革新)’. 변해야만 살 수 있다. 일부의 잘못으로 전체가 매도당한다는 억울함도 없지 않았지만 우리는 환골탈태 (換骨奪胎)하기로 결의했다. 뼈를 바꾸고 뱃속 태를 뽑아내는 아픔이 뒤따른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혁신위원회에 전권을 위임해 대대적인 수술을 요청했다. 지난 3개월 동안의 치열한 고민과 논의 끝에 10월 혁신위의 권고의견이 나왔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자체 ‘자정 실천안’까지 마련해 발표했다.

완치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병의 원인부터 파악해야 했다. 혁신위는 가맹본부·가맹점주 등 구성원들의 산업에 대한 이해부족, 상호 간의 소통과 대화 부재를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자정 실천안은 첫 핵심목표로 가맹점사업자와의의 소통강화 방안으로 잡았다.

또 혁신위는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가 아니라 각각 ‘독립사업자’라는 것이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와 공존공영하고자 하는 투철한 사명의식’을 가질 것을 요청했다. 가맹점사업자는 ‘사업자로서의 자신의 지위를 인식하고 가맹점사업자단체를 통한 활동에서도 법리적 금도를 지킬 것’을 주문했다.



다시 말해 ‘유통마진 공개’ ‘집단 휴업권’ 등 같은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주장을 자제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자정 실천안’은 관행적·습관적으로 해온 그동안의 경영에 큰 변화를 요구한다. 추진과정에 많은 어려움과 적지 않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필수였고 선택지는 하나였다.

중국인들은 흉노의 공포로 떨고 있지만은 않았다. 장성(長城)을 쌓고 칼과 방패로 힘을 기르며 침략에 대비했다. 당(唐)·한(漢) 등 고대 중국왕조는 세계 최고 제국으로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고 흉노는 동화돼 사라졌다. 대비된 위기는 화(禍)가 복(福)이었다.

‘가맹본부 없이 가맹점 없고 가맹점 없이 가맹본부 없다’는 말처럼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는 머리가 붙은 샴쌍둥이 같은 동반자적 관계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가맹본부를 대표해 가맹점사업자와 힘을 합쳐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갈 것이다.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은 도입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IMF 직후였다. 위기를 발판으로 발전해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이처럼 프랜차이즈는 국가적 위기에 강한 산업이다. 특히 지식서비스 기반 산업으로 21세기에 가장 적합한 비즈니스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혁신과 상생’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기의 한국 경제에 구원투수가 될 것임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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