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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대림미술관]골목길에 숨겨진 '힙스터'의 성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대림미술관’. 오래된 주택들 사이에 위치한 대림미술관은 친숙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송은석기자




조선시대 왕이 살던 궁궐이었던 경복궁의 서쪽 동네를 가리키는 서촌마을. 꽤 오랫동안 조용했던 동네지만 여러 해 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왕이 살던 궁궐 옆 동네. 왠지 모르게 지루할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서촌은 서울에서 가장 재미있고 인기 있는 동네 중 하나가 됐다. 서울은 600년이 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옛것을 지키고 보존하는 데 인색한 도시라는 인상을 준다. 이런 가운데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바뀌는 도시에서 변화에 무심했던, 때로는 뒤처지거나 잠시 멈춰 서 있었던 서촌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서촌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맛집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면서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으며 곳곳에 숨겨진 보물 같은 장소들이 조명을 받으면서 서촌의 매력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대림미술관’도 서촌을 대표하는 장소 중 하나다.

후문에서 바라본 대림미술관. 고택(古宅)과 맞닿아 있다. /송은석기자


■낯설지만 흥미로운 주택가 미술관

줄지어 선 古宅들 사이에 톡톡튀는 외관

젊은층이 좋아하는 감각적 작품들 가득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출구를 나와 자하문로를 따라 100m 정도 걷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헤집고 들어가면 오래전 옛날 시간이 멈춘 듯한 인상을 주는 고택(古宅)들 사이로 다소 이질감을 주는 건물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마치 거리의 예술가들이 벽에 그래피티를 그려놓은 듯한 이 건물은 바로 대림미술관이다. 얼마 전 끝난 미국의 사진작가 토드 셀비의 전시회(The Selby House:#즐거운_나의_집)를 위해 외관을 화려하게 꾸며놓은 것이다.

낯선 풍경이다. 여느 미술관과 달리 대림미술관은 그럴싸한 사연 한두 개씩은 가지고 있을 법한 오래된 주택들 사이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림미술관은 주택을 개조해 만든 미술관이다. 1960년대 말레이시아 대사관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대림미술관 터는 1967년 한 개인이 사들여 단독주택을 세웠다. 이후 건설사인 대림산업에서 세운 대림문화재단이 사들였으며 2002년 5월 기존에 대전에 있던 한림미술관을 옮겨와 대림미술관을 개관했다. 대림미술관은 예술작품에 조예가 깊지 않아도 쉽게 이해하고 좋아할 수 있는 작품들을 주로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젊은층이 좋아하는 감각적인 작품들을 주로 전시해 힙스터들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대림미술관 내부의 공간 구조는 독특하다. 네모반듯한 여느 미술관과 달리 천장의 높이도 다르고 방의 크기도 커졌다가 작아지고, 작아졌다가 커지는 등 변화가 심하다. 이러한 공간 구조는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사진제공=대림미술관




■작은 공간에 펼쳐진 드라마틱한 변화

천장 높이 서로 다르고 평면도 삐뚤빼뚤



‘볼 것도 많고 재미있는 미술관’ 입소문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 자체도 하나의 독특한 건축물로써 도시의 풍경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림미술관의 리노베이션은 프랑스 출신의 건축 리노베이션 전문가 뱅상 코르뉴가 맡았다. 파리의 피카소 미술관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잘 알려진 그는 대림미술관 외에 제주 오라 컨트리클럽 클럽하우스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도 수행한 바 있다. 대림미술관은 주택을 개조하면서 기존 3층짜리 건물을 4층으로 증축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높이가 다른 층고와 크기가 다른 방을 갖고 있던 기존 주택의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는 등 외관상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한정희 대림문화재단 실장은 “당시 집이라는 형태는 유지한 채 미술관으로 용도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며 “사적 영역에 속하는 주택과 공공 영역에 속하는 미술관을 결합해서 만든 공간이다 보니 구석구석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공간들이 많이 생겼으며 이로 인해 볼 게 많고 재미있는 미술관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택을 개조한 덕분에 대림미술관의 내부공간 구조는 여느 미술관과 많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작가들이나 큐레이터는 전시하기에 편리한 네모 반듯한 미술관을 선호한다. 반면 대림미술관은 천장의 높이도 다르고 평면도 반듯하지 않다. 천장이 갑자기 높아지다가 낮아지고, 방을 이동할 때마다 공간이 갑자기 커졌다가 작아지는 등 미술관 내부 어디를 둘러봐도 규격화된 공간은 보이지 않는다. 보통의 미술관이라면 불편하게 여겨졌을 법한 이런 구조가 오히려 대림미술관의 장점이 되고 있다. 리노베이션 당시에도 이 같은 대림미술관의 구조를 최대한 살리고 작은 공간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한 실장은 “전형적인 미술관과 다른 구조이기 때문에 오히려 어울리는 작품들이 있다”며 “사진이나 작은 설치미술들이 대림미술관의 독특한 구조와 어우러지면서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경우가 있어 이 같은 공간에 매혹되는 작가들도 많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대림미술관 곳곳에 설치된 휴식공간. 인왕산과 서촌의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는 기능과 전시를 위해 1차로 빛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제공=대림미술관


■일상이 예술이 된 미술관

“뻔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에 친숙한 공간”

권위 내려놓으니 올 관람객만 40만 훌쩍

대림미술관이 작품을 전시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대림미술관은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을 지향한다. 한 실장은 “사람들이 전시를 보고 갔을 때 우리가 일상 속에 보고 접하는 모든 순간이 다 예술처럼 보이게끔 하는 것이 목표”라며 “너무 뻔하지 않으면서도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고 친숙한 전시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까지 전시했던 미국의 사진작가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전시 주제가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이었다. 대림미술관은 매카트니 사진전을 포함해 지금까지 현대미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시회를 50회 열었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이라는 콘셉트는 대림미술관이라는 건축물과도 잘 어울린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대형 미술관과 달리 한쪽은 주택가, 한쪽은 인왕산이 보이는 평범한 풍경 속의 대림미술관은 편안하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권위를 내려놓은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림문화재단에 따르면 2011년 대림미술관의 연간 방문객은 13만명 수준이었으나 2014년부터는 매년 3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고 있다. 올해는 10월 말 현재 42만명이 대림미술관을 찾았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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