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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을 바꾸고 싶은 사나이

스티브 행커는 거침없는 성격이지만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다. 그는 책이 잔뜩 들어찬 사무실에 앉아서 어떤 이메일을 출력했다. 그리고 출력한 이메일 내용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했다. 그 이메일을 보낸 사람은 존스 홉킨스 대학의 잡역부였다. 행커 역시 그 대학에서 응용경제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이 이메일의 내용은 매년 바뀌는 노동절 때문에 월요일에 시작될 예정이던 가을 학기가 목요일에 시작되고 금요일은 휴일이라고 교수진 측에 통보했다.







행커는 “매년 스케줄을 완전히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귀찮은 일은 그에게 시간 낭비일 뿐이다. 그에게는 학교 뿐 아니라 스포츠 리그, 정부 기관, 기업 등 수천 개의 다른 장소에서도 이런 시간 낭비와 혼란을 겪게 만든다. 시간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행커는 “소모성 회의를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행커는 급진주의자다. 그러나 타당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시계 장인의 아들인 그는 정밀 계측을 매우 좋아한다. 그는 지난 16세기에 채택된 그레고리력을 폐기해서 매년 바뀌는 날짜와 윤년을 없애고 시계 같은 정확성을 얻고자 한다. 그가 존스 홉킨스 대학 물리학 및 천문학 교수인 리처드 콘 헨리와 함께 개발한 행커 헨리 영구력에 따르면 매년 1월 1일은 무조건 월요일이다. 모든 달의 모든 날의 위치가 매년 똑같다. 따라서 생일의 요일도 늘 변하지 않는다. 매년 <호기심 많은 고양이> 벽걸이 달력을 새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 이 영원함을 상상해 보라. 행커는 “언제나 요일 변동 없이 매주 수요일이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토론토 블루 제이스의 경기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행커 헨리 체계는 미국의 현충일이나 노동절처럼 매년 요일이 변하던 기념일들을 고정할 수 있다. 또한 크리스마스 이브와 연말을 일요일로 고정하는 거로 연말 스케줄을 정하느라 낭비되는 시간과 돈을 아낄수 있다. 행커는 “이는 GDP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고 말한다.

오늘날의 역법을 혐오하는 사람은 행커만이 아니다. 그레고리력은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1582년에 만들었지만, 영국이 이 그레고리력을 채택하는 데는 근 200년이 걸렸다. 그리고 정교회는 아직도 그레고리력을 쓰지 않고 있다. 그레고리력은 1년에 11분의 오차가 나기 때문에 매년 초 분점을 바꿔야 하는 율리우스력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레고리력의 반대 이론은 아주 많았다. 1793년 프랑스 혁명가들은 10일로 이루어진 1주를 만들기도 했다. 1928년에는 코닥의 창립자인 조지 이스트먼이 1년이 13개월로 이루어진 달력에 따라 업무 일정을 짜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들은 모두 실패했다. 그 주원인은 지구의 공전을 따라잡기 위해 일주일을 더 길게 끼워 넣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안식일의 위치를 바꾸었고 기독교 신자들의 반발을 샀다.



행커의 계획에서는 여전히 7일 1주를 계속 사용한다. 1년을 4분기로 나누고 각 분기별로 날짜가 각각 30일, 30일, 31일인 3개 달이 있고 1년은 364일이다. 지구가 태양을 한 번 공전하는 데 드는 시간에서 364일을 빼면 매년 1.2422일이 남게 된다. 이 문제는 그레고리력의 윤년으로도 완벽히 해결을 못 하고 있다. 행커의 역법에서는 이 남는 시간을 한 5~6년간 모았다가 일하지 않는 윤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노동자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 정책 그룹>의 회장인 로렌스 미쉘 등의 경제학자들은 반대의견으로 “이는 휴일을 즐길 수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가를 빼앗는 것이다. 결코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고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고 말한다.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행커는 자신의 현실주의적인 접근법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거라고 믿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과거의 이스트먼 같은 선구자다. 아마도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는 스포츠팀 구단주 같은 사람이 이걸 채택해야 전 세계를 납득하게 할 본격적 캠페인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 이유는 행커 본인에게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Matt Hongoltz-Het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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