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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놓인 발달장애인 성교육]정부·기관 연계…性 전문가 양성 시급

<下>장애인 성교육 전문가 양성이 답

1명이 260명 맡아…양질 성교육 꿈도 못꿔

올바른 性 정립, 반복학습 중요한데

강사료 등 적다보니 성교육자들 기피

"정부 혜택·지원 대폭 확대 급선무"





#1.지영(14·가명)이가 선생님 옆구리를 쿡 찌르며 휴대폰을 슬쩍 집었다. “이거 나 줘요.” 지난 수업까지는 휴대폰을 빌려줬던 선생님이 이번에는 “안 줄 거야”라고 답했다. 지영이가 당황하자 선생님이 덧붙였다. “이 휴대폰 선생님 거지? 선생님 몸도 선생님 꺼야. 선생님 허락 없이 함부로 몸을 만지면 안 돼. 지영이 몸도 마찬가지고. 알겠지?” 6회째 같은 수업을 받고 있는 지영이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2.“동민(15·가명)아, 선생님 수업해야 하니까 볼펜 좀 나눠줄래?” 교실 구석에서 바지 안쪽을 만지던 남학생에게 선생님이 웃으며 볼펜 한 다발을 건넸다. 동민이는 신이 난 얼굴로 볼펜을 덥썩 받았다. 심심할 때마다 바지를 만지던 동민은 선생님을 만나면서 성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분출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몸으로 체험하기·작은 것부터 알려주기·존중감 심어주기. 김혜경 한국발달장애인연구소 상담사가 장애인 성교육을 할 때 갖는 3가지 원칙이다. 발달장애인은 단기 기억력이 낮지만 체험·반복학습을 통해 한 가지 메시지를 계속 알려주면 이를 장기기억으로 받아들인다. 핵심은 나와 타인 몸의 소중함을 지능별 맞춤 학습으로 체득하는 과정이다. 지영양과 동민군도 김 상담사와 지난 5년 간 만나면서 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학습했다. 김 상담사는 두 학생 외에도 매년 발달장애인 학생 120명과 부모 140명을 가르친다. 상담사 1명이 한 해 260명을 고정적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장애인 당사자·교사·부모 모두가 ‘양질의 성교육 부재’로 어려움을 겪지만 삼각형 문제의 근본 해법은 장애인 성교육 전문기관에 있다. 정부가 직접 모든 발달장애인을 가르칠 순 없지만 일선 학교와 복지관으로 출강하는 장애인성교육 전문가는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전문가가 기관 소속 발달장애인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고, 장기적으로는 교사·부모에게 올바른 성을 가르쳐 장애 당사자까지 간접 교육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독일은 국가 지원 건강계몽센터(BZgA)를 세워 성교육 전문가와 학교·가정을 국가가 나서서 연결해 주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기관과 학생이 연결되면 최대 10년씩 가르치기도 한다.



다만 장애인성교육기관이 효과적으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려면 성교육 전문가가 더 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탁틴내일·장애여성공감·푸른아우성·한국발달장애인연구소 등 성교육전문기관에서 장애 특성을 반영한 성교육을 가르치고 있다. 전문기관들은 일선 학교에 출강해 연 1~2회 부모·교사 교육과 연 10회 당사자교육을 진행한다. 그러나 장애특성과 성교육을 모두 숙지한 강사가 기관당 1~3명에 불과해, 전국 40만명 학부모와 8,000명 특수교사를 가르치기엔 역부족이다.

10년째 장애인 교육자를 양성해 온 김명실 한국발달장애인연구소 이사장은 “일선 기관에서 자기 돈을 써 가며 1명에게 2~3년씩 임상교육을 시키기란 쉽지 않다”며 “품이 많이 들고 반복해서 인내하며 가르쳐야 하다 보니 끝까지 남는 강사는 극소수”라고 말했다. 추국화 탁틴내일청소년성문화센터소장은 “발달장애인 성교육은 체험교육이며 교육일지도 써야 하는데 그에 비해 강사료가 낮다 보니 성교육자들 사이에서도 기피 대상”이라며 “사명감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장애인성교육자가 늘 수 있도록 장애인성교육자 양성에 혜택과 지원이 필요한 때”고 제안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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