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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 이사회서 성과급 다툴판"...금융권 勞治 전방위 확산되나

[민간 금융사 노동이사제 권고 파장]

혁신위 권고에 서울시 이어 금융공기업 도입 가능성

강제도입 힘들고 외국인 주주 거부감...논란 거셀 듯

국민연금, KB금융 주총의결권 행사놓고 적절성 시비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금융당국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하기로 하면서 금융권에 ‘노치(勞治)’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이사제 공약과 국정과제 포함에다 주요 상장기업들의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에 앞으로 기업 지배구조 이슈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민간 금융사의 경우 이번 KB금융 주총 사례에서 보듯 외국인 주주를 비롯한 기존 주주들의 거부감이 커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 혁신위의 권고가 나오게 되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금융 공기업을 중심으로 대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 또는 근로자 추천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핵심으로 금융위는 금융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우선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한 데 이어 금융권으로도 확산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16개 대상기관 중 12곳에서 이사가 선임됐다.

양 기관은 특별법인 산은법과 수은법에 따라 각각 설립됐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서 ‘이사회에 노조 추천 이사를 포함시킨다’는 식으로 법만 개정하면 즉각 노조의 경영 참여가 가능해진다. 이에 앞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비상임이사 중 근로자 대표 및 시민단체가 추천한 사람이 1인 이상씩 포함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현재 기재위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산은과 수은은 기타 공공기관이어서 이 개정안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정부가 100% 지분을 가진 특수은행이기 때문에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법 개정 작업에 큰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은 국가 경제를 위해 설립하도록 법에 규정된 특수집단인데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면 성과급이나 승진 안건이 이사회에서 논의되는 이상한 풍경이 연출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등 무자본 특수법인의 노조 경영 참여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 금감원 내에는 이사 직급 자체가 없어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자리를 떠나 노조가 경영 전반에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게 노동이사제의 취지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대선 직후인 지난 8월 출범한 혁신위는 형식상 민간기구이지만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당국 실무자들을 불러 업무에 대한 현안보고를 받을 정도로 무게감이 있는 조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혁신위가 연말에 내놓는 권고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밝힌 바 있다.



대표적으로 코스콤 노동조합은 “금융당국이 혁신위를 통해 산하 공기업,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관련해 공정하고 투명한 인선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기존과 같은 깜깜이식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차기 단독 사장 후보로 추천된 정지석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정책기술본부장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혁신위의 권고안이 나오면 재공모해야 한다고 받드는 모습이다.

따라서 ‘관치금융’ 휘하에 있는 민간 금융사까지 확산될지에 대한 논란이 크다. 다만 민간의 경우 상법상 강제 도입은 힘들기 때문에 KB와 같은 주주제안 방식이 유력하다. KB 노조는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갖고 주주제안 형식으로 노조추천 사외이사 안건을 임시주주총회에 올렸다.

해외의 경우 독일에서는 금융을 비롯한 대다수 기업 이사회에 근로자가 참여한다. 반면 영미권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경우 무작정 독일을 따라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독일 기업의 이사회는 경영위원회와 감독이사회로 나눠져 있으며 근로자는 경영개입은 하지 않은 채 경영위원회를 감독하는 감독이사회에만 참여하기 때문이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노동이사제가 한국에 도입되면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는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도 외국인 주주 등의 반대가 강하고 주주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으로 비효율적인 경영을 야기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즉, 주주가치·기업가치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얘기다. KB금융 주총의 경우 의결권 행사의 적절성 논란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기업지배구조원의 ‘의결권행사지침’에 근거해 찬성을 권고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기업지배구조원이 국내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 10곳이 넘는 KB금융 주주사에 “주주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노조의 이익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고 ‘반대’ 권고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또 자칫 임금인상·고용안정 등에만 치중한 나머지 구조조정 적기를 놓치는 등 폐해가 부각될 수 있다. 반면 노동이사제가 필요하다는 쪽은 근로자가 경영에 적극 참여해 독단적 경영을 감시하고 투명경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주요 금융지주 지분을 많이 보유한 국민연금이 동의하는 만큼 결국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또다시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KB금융의 지분 9.6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하나금융지주(9.64%), 신한지주(9.55%), DGB금융지주(8.13%) 등에서도 단일 주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의결권 지분 0.1%만 보유해도 주주제안이 가능해 타 노조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면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는 형태의 소모전이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국민연금의 행보에 대해 국가가 기업경영을 간섭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아직 서울시를 제외하고 노조 추천 인물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전례는 없다. /황정원·서일범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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