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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투기장화 빌미 준 정부..."환율 방어 타이밍 놓쳤다"

원·달러환율 1,080원대로

심리적 마지노선 1,090원 너무 쉽게 내줘

"정부 힘 타진해본 투기세력들 움직임 키워"

이틀간 10원 넘게 뚝...하락 속도 가팔라져

원·달러 환율 1,100원이 깨진 뒤 외환시장에서 1,090원은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다. 시장은 정부가 최소한 1,090원은 지키면서 환율의 방향성을 가지고 갈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시장은 그래서 1,090원이 깨지느냐 마느냐를 지난 22일 유심히 관찰했다고 한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23일 “그런데 그 선이 너무 쉽게 깨졌고 종가 역시 1,089원을 기록했다”면서 “정부의 힘을 타진해본 투기세력들은 움직임을 키웠다”고 말했다.

외환 당국도 비슷하게 봤다. 외환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역외 투기세력들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이 투기화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정부가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겠지만 이날 환율의 움직임은 잠시 주춤했을 뿐 하락 흐름을 꺾지 못했다. 당국자의 발언이 전해졌던 오전10시45분쯤 1,086~1,087원 수준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하락 폭을 빠르게 줄여 1,090원 선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잠시였다. 환율은 다시 강한 하락 흐름을 보이면서 결국 전 거래일보다 3원70전 떨어진 1,085원40전에 장을 마쳤다. 또 연중 최저치다. 전날에만 6원70전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3원70전 떨어지면서 이틀간 환율은 10원 넘게 하락했다. 투기세력까지 개입하면서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릴 호재는 넘치고 있다. 미국에서 공개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1월 의사록이 ‘비둘기파’ 적으로 해석되면서 달러의 글로벌 약세가 짙어졌다. 주요 6개국의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0.76% 급락했다. 8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었다. 이뿐 아니다. 북한 리스크가 많이 희석됐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0%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캐나다와 기한과 한도 없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도 연장됐다. 또 국내 자본시장으로 외인 자금의 유입이 많아지면서 원화 가치를 더 끌어올렸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증가 등도 원화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투기세력이 원화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점검할 것은 외환 당국의 의지와 힘이었다. 그래서 시장은 우리 외환 당국을 시험했다. 1,100원대를 깰 때도, 그리고 1,090원을 내리찍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구두개입과 소규모 개입만 할 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는 게 외환시장의 분석이다. 최소한 투기세력이 1,090원이 깨진 뒤 역외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 이유다.

미국의 눈치 탓에 실물량 개입은 물론 구두개입도 조심스러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변동성 관리마저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뿐 아니라 외환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 만한 여건을 조성해줬다는 쓴소리마저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최근 하락 속도가 가팔랐던 만큼 시장도 추가 하락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온다면 1,090원 탈환도 가능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역외시장에서도 당국의 존재감이 없다 보니 시장 참가자들 눈에 지금 시장은 고속도로처럼 바닥이 뚫려버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1,090원을 탈환하지 않은 게 결정적인 실수였고 그게 앞으로의 환율 변동성을 더 키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른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도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090원을 지키지 못하면서 당국으로서는 투기판이 될 만한 여건을 조성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연말이라 거래량도 적어서 쏠림현상이 쉽게 일어난다는 점도 알았을 텐데 대비를 안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비록 외환 당국이 역외시장 투자자를 ‘투기세력’이라 칭하며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지만 패를 보인 상황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하락 압력은 더 커졌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화 매수심리가 약해지면서 약(弱)달러 분위기가 형성됐고 롱스톱(달러화 매수 포지션 청산)이 이어져 하락 압력이 커졌다”고 말했다./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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