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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금권주의가 美공화당 통해 성공한 배경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유산자에 친화적 어젠다 추구

블루칼라엔 사회적 이슈 제시

0.1%·다수의 지지 얻는 카드





공화당 세제안의 의회 통과 움직임을 지켜보노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프로그램과 서방세계의 다른 대중주의운동 사이의 크고 현격한 차이를 떠올리게 된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는 금권적 대중주의(plutocratic populism)라고 표현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전통적 대중주의 이념과 극단적 자유주의 이념을 혼합한 그 무엇인가를 주도한다.

의회의 자체적 싱크탱크인 합동조세위원회(Joint Committee on Taxation)와 의회예산국(CBO)은 공화당 상원 세제안을 기준으로 할 경우 현재 (미국의 중간소득에 해당하는) 5만달러에서 7만달러 사이의 연소득을 올리는 납세자들의 세금이 10년 후 40억달러나 늘어나는 반면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인 부자들의 세 부담은 58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

게다가 이들의 추산은 예상되는 결과인 헬스케어와 다른 복지프로그램 예산의 대규모 삭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팩트를 중시하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냉철한 수석 경제해설가 마틴 울프는 “상원 세제안은 미국 소득분포도의 저변층과 중간층, 심지어 중상층의 재산을 최상위층으로 이동시키려는 단호한 노력으로 절대다수의 경제적 불안정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울프는 도대체 이런 시도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성공한 전략인지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고 의아해한다.

공화당은 0.1%만을 위한 것이면서도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경제 어젠다를 추구하고 있다. UC버클리의 정치학자인 폴 피어슨은 최근 발표한 에세이에서 바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브리티시사회학저널(British Journal of Sociology)에 기고한 글에서 피어슨은 트럼프의 프로그램이 강력한 대중주의적 측면을 갖고 있으며 특히 무역과 이민 문제에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한 세대에 걸쳐 보수적 엘리트를 활성화시킨 세금·지출과 규제 등 주요 경제 이슈들에 대해 트럼프는 대기업, 고소득가정과 부를 일방적으로 축적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선 유산자들에게 극도로 친화적인 어젠다를 추구하고 지지해왔다”며 “트럼프와 그의 의회 내 우군인 공화당의 예산정책들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을 거든 농촌 및 중산층 커뮤니티들은 파멸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아무런 조직도 없이 이제 막 태동한 몇 개의 아이디어만 가지고 백악관에 입성했고 이로 인해 그의 행정부는 열성적이고 잘 조직돼 있으며 풍부한 자금력을 지닌 공화당 내부의 자유주의파(libertarian wing)에 의해 삼켜질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 피어슨의 분석이다.

수년간 힘을 축적해온 당내 보수주의 그룹인 자유주의 세력은 그들의 장기적 어젠다를 실행하기 위해 트럼프와 연합하기로 결정했다.

피어슨은 열혈 반국가주의(anti-statist) 공화당 활동가인 그로버 노퀴스트를 인용해 지난 2012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선출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두려움을 모르는 지도자를 찾는 것이 아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일러주는 대통령도 필요 없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 지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요구대로 서명하는 대통령이 필요할 뿐이다.”

공화당은 지지자들에게 대중주의를 약속한 후 실제로는 금권적 대중주의를 내미는 교묘한 속임수를 성공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것인가.



이런 견해는 지난 수년간 진보적 분석가들이 즐겨 다룬 기본 논제였으며 특히 토머스 프랭크는 ‘캔자스, 무엇이 문제인가?(What’s the Matter with Kansas?)’라는 책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프랭크에 따르면 공화당은 근로계층 유권자들 앞에 사회적 이슈들을 제시했고 이 같은 미끼에 현혹된 블루칼라들이 스스로의 이익에 해가 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투표했기 때문에 마술 같은 묘기를 부릴 수 있었다.

울프와 피어슨 모두 이런 속임수가 결과적으로 공화당에 위험하다는 사실이 입증될 것으로 믿는다. 울프는 이를 “굶주린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금권주의자들”로 표현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전혀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유권자들이 실제로 경제보다 종교·인종과 문화 등을 둘러싼 이슈들에 의해 더 큰 동기 부여를 받는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트럼프의 기반 지지층이 그를 지원하는 것은 그에게 깊은 정서적·문화적·계급적 동질성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증거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이 세제개편안을 분석하고 있는 와중에 트럼프는 흑인 운동선수들에게 시비를 걸었고 여론을 오도하는 반무슬림 비디오를 리트윗했으며 이민 문제에 관해 양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아마도 그는 우리보다 그의 지지기반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사실 트럼프의 대중주의는 그렇게 보이도록 만들어진 것과 달리 그리 독특하지 않다.

유럽의 여론조사는 브렉시트를 지지하도록 동기를 부여한 핵심 이슈라든지 프랑스와 독일의 극우정당, 심지어 동유럽의 대중주의 정당들에 대한 지지가 문화적이며 사회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 세대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혁명은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스스로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을 발견한 심리학 훈련을 받은 행동 과학자들(behavioral scientists)이 떴다는 것이다.

인간의 동기화(motivation)를 이해하는 데 이 정도는 빙하의 일부분에 불과할지 모른다. 학자들이 이해하는 것보다 사람들은 그들의 이익을 훨씬 정서적이며 부족적(tribal)인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것이 본론일 수 있다.

거대한 미국인 집단의 눈에 이처럼 다른 이슈(different issues)들이 그들이 지지하고, 반대하며, 그것 때문에 특정 정치인들에게 표를 던지고 심지어 경제적인 대가까지 치르는 바로 그 이슈라면 어떨까. 미국과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경제가 아니라 종교·인종과 문화와 관련한 이슈들이 그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이익(real interests)이라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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