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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돌아온다’ 감독 허철, 상업영화의 작법에 반기를 든 까닭

허철 감독은 영화계에서 가장 바보 같은 말은 “이 영화는 힘들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이고, 더 바보 같은 창작 행위는 “이렇게 하면 상업적으로 흥행을 하겠지란 작법으로 영화를 만드는 일이다”고 꼬집었다. 세상에 힘들게 만들지 않은 영화가 어디 있고, 흥행에만 목숨을 건 영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최근 한국 영화들을 보면서 ‘왜 이렇게 다 자극적일까, 왜 이렇게 다 빅 스타들을 데리고 자극적인 것들만 보여줄까’ 생각했던 허 감독은 “덜 자극적이면서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마음은 통했다. 그가 만든 영화 ‘돌아온다’는 제41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의 첫 영화 경쟁 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 허 감독은 “수상은 전혀 예상도 못 했다”면서 “그냥 놀러 가는 심정으로 혼자 영화제에 갔다가 덜컥 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몬트리올 영화제 관계자들은 “광활한 자연이 마치 연극 무대 같았다. 거기서 자유롭게 노는 퍼포먼스가 아름다웠다. 시네마 이상의 굉장한 그랜드 씨어터를 본 듯 하다”고 평했다고 한다.

허철 감독/사진=조은정 기자




허철 감독 /사진=조은정 기자


영화제 수상소감에서 가족 생각도 안 나고 마이크가 오자마자 그가 한 말은 “한국 영화계에 더 다양한 영화들이 나오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인다”였다.

한국 영화 제작의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판’(2011)을 시작으로, 강정마을을 주제로 한 영화 ‘미라클 여행기’(2014) 이후 첫 장편 극영화 ‘돌아온다’(2017)로 돌아온 허철 감독은 2000년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조교수를 지내다, 2007년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직을 제안 받고 귀국했다. 5년만에 교수직을 내려놓고 영화 작업에 맘껏 몰두했다고 한다.

15년간 미국에 있으면서 영화를 배우고 돌아온 허철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 제일 큰 불만은 “영화 장르가 다양하지 않은 점”을 들며 “거대 자본의 영화가 기형적으로 많아 전체적으로 영화가 하향 평준화 된 느낌이 들어 숨이 막힌다”고 평했다.

또한 “한국은 영화 감독이라고 하면 시나리오 작가도 겸하는 이로 바라보는 점이 특이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새로운 영화에 대해 가장 중요한 궁금증은 “무슨 내용이고, 스타가 누가 나오는지 여부인 점” 역시 문제가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 같은 경우는 감독이라고 해서 자기가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출자로서 탤런트가 있다는 걸 스스로 알고 다들 인정해주니까. 감독이란 작품 전체를 끌고 가면서 조명, 촬영, 색채. 음악. 사운드디자인, 후반 작업인 색 보정까지 다 아울러 감동을 주는 사람이다. 내가 하는 영화만 좋은 영화란 뜻이 아니다. 메뉴판이 다양했음 한다. 개봉할 때 동등한 기회를 줘서 관객들이 선택 할 수 있게 함 좋겠는데, 이런 선택의 기회조차 원천 봉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영화도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색다른 영화로 가고 싶었다. 거기에 플러스 돼야 할 것이 배우 아닐까.”

허 감독은 ‘돌아온다’는 “퍼즐처럼 맞춰가는 재미가 있는 영화이다”고 정의했다. 또한 “진정성과 장인 정신을 담아 정말 뜨개질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뜨개질을 하다보면 (옆에선) 뭘 만들고 있는지 모를 수 있다. 나중에 완성되면 목도리가 되기도, 옷이 되기도 한다. 그걸 이어 주는 게 사운드디자인이나 후반 작업등이다. 영화적인 작은 쇼크들이 중첩이 돼서 ‘뭐지 뭐지’하다 결국에 맞아 들어가면서 끝날 때 감동이 오는 게 영화다. 제가 설계를 했던 영화적 쇼크들이 먹히느냐. 안 먹히느냐는 결국 관객들이 결정 할 일이다.대중과 호흡하는 선은 지키면서 좀 더 미학적인, 다른 방식의 영화 문법을 지키고 싶었다.”

허철 감독


허철 감독이 추구하는 영화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감성을 공유 하는 것’에 뛰어난 봉준호 감독과 ‘미학을 중시’ 여기는 이명세 감독의 세계 모두를 공유하고 있었다.

“저에게 영화란 한 단어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움은 저 사람이 참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무슨 옷을 입고 어떻게 생겼냐?란 의미가 아니다. 그 사람의 심정을 느낌으로 전달해서 아름다움을 주는 게 영화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시대적 감성을 같이 공유할 때 아름다움이 더욱 커지는 거라고 본다.

영화가 TV 드라마나 다른 매체랑 다른 점은 미학적 충격이 있다는 점이다. 미학적 충격을 못 주면 소설과 다를 바가 없다. 감독, 시나리오, 스타 캐스팅만 결정되면 오토매틱으로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 미학적 요소가 어떻게 전달되고, 꿰매지느냐에 따라 영화의 완성도는 달라진다.“

허철 감독은 차기작 음악영화 준비로도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가제는 ‘허성각’으로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양부모에게 버려져 버스킹을 하다, 다시 한국으로 추방된 뒤 이태원 등지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한 뮤지션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할아버지와 손녀가 주인공인 이 작품”은 결국 “공동체가 와해되는 위기를 음악으로 이긴다는 이야기이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행복지수 1위 나라인 ‘부탄’을 제목으로 내 놓은 ‘부탄 가는 길’(가제)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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