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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업 일자리동맹, 유럽서 길 찾다] 대학이 벤처창업 돕고 투자까지...새 일자리 1만개 창출

< 2 > '말뫼의 터닝' 이끈 룬드대학

'이데온 사이언스파크' 연구소에 오픈랩까지 인프라 풍부

대학기금 활용 시드머니 투자 등 기업 경영활동 지원도

혁신기업 400여개 들어서고 고용인원도 9,000명 달해

IT·바이오·헬스테크 등 미래 유망산업 집적지로 발돋움

이데온 사이언스파크 내 입주시설(왼쪽)과 룬드대학 소속 단과대학 건물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박진용기자




스웨덴 제3의 도시인 말뫼와 바로 인접해 있는 룬드시의 이데온 사이언스파크. 스웨덴의 명문대로 꼽히는 룬드대학을 기반으로 성장한 덕분인지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해 산업단지와 캠퍼스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세련된 모습이었다.

오피스 부지만 9만평에 달하지만 녹지공간이 풍부하고 건물 간격도 넓어 쾌적했다. 굴뚝으로 상징되는 공장과 오피스 건물들만 빼곡이 밀집한 국내 산업단지와는 딴판이었다. 점심식사를 위해 공장과 실험실 건물에서 나오는 근로자들 역시 젊은이들이 대다수였다.

세계 최고 수준이던 조선업의 쇠락을 상징하는 ‘말뫼의 눈물’로 잘 알려진 스웨덴 남부 스코네 지역은 이제 ‘말뫼의 터닝’으로 불린다. 말뫼가 IT와 바이오 등 미래 유망 산업의 집적지로 거듭난 혁신의 숨은 공신은 바로 룬드 대학이다.

4만600명의 학생과 5,600명의 교직원이 있는 이 대학은 공대·자연과학대·의대를 포함하는 넓은 학문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스웨덴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 중 하나로 이제는 룬드 대학 없는 산업 생태계는 상상하기 힘들게 됐다.

특히 룬드대가 주도해 운영 중인 이데온 사이언스파크는 매년 혁신 벤처기업들의 설립과 이주가 잇따르며 일자리 창출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미아 롤프(Mia Rolf) 이데온 사이언스파크 CEO는 “현재 400개의 혁신 기업들이 입주했고 이들이 고용한 인원만 9,000명에 달한다”며 “이는 약 5년 전에 비해 30% 이상 늘어난 수치”라고 소개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몰리는 이유는 연구소, 오픈 랩(Open Lab) 등 인프라가 풍부하고 연구진과 교수와 같은 인적 자원을 총동원해 기업의 생애주기에 맞는 전 방위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데온 사이언스파크는 입주기업을 직원 10명 이내, 10~50명, 50~200, 200명 이상으로 구분해 특화된 지원을 한다.





롤프 CEO는 “기업들에게 무슨 고민거리가 생기든 ‘해당 분야의 가장 똑똑한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대학 스스로 제공해야 한다”며 “가령 초기 스타트업을 위해서는 인재 선발과 투자자 연결 등의 지원에 주력하고 한창 성장가도를 밟고 있는 중소기업은 특허관리, 해외시장 진출 자문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자국 내 시행된 데이터 보호 관련 규제 등과 같이 외부 리스크에도 신속히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데온 사이언스파크는 기술 기반의 초기 벤처기업들이 대부분인 점을 고려해 기술 애로사항 해결과 실험 인프라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롤프 CEO는 “다양한 오픈 랩(Lab)을 갖춰 기업들이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스마트시티, 차세대 운송, 스마트 소재, 헬스테크 등의 미래 먹거리 분야는 기업간 협력 없이는 독자적으로 R&D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입주 기업들이 각종 실험을 공동으로 진행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대학 주도 클러스터 모델이 성공하려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직원의 역량이 관건이다. 산업체의 시시각각 변하는 애로사항 해결부터 대학 고유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며 연구 결과물을 상업화하는 과정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하려면 담당 관리자부터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이를 감안해 이데온 사이언스파크는 지역 사회의 전직 창업가 등 전문가들과 연계해 입주기업들이 피부에 와 닿는 컨설팅을 해주는 동시에 직접 투자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룬드 대학은 이같은 기업 지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신생 기업 창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로 산학협력 지원기관인 룬드 이노베이션(LUND INNOVAYION) 주도 아래 지난해에만 20개의 회사가 설립됐다.

대학 자체 기금을 활용해 직접 시드머니 투자도 하고 있다. 룬드대학이 투자해 주주로 있는 기업들이 지금까지 만들어낸 정규직 일자리만 약 3,400개에 달한다. 리누스 위비 룬드대 혁신 디렉터(Innovation Director)는 “매년 5~6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당 최대 50만 크로나(한화 약 6,500만원)의 시드머니를 투자해 설립 초기 안정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초기 기업에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 계약서 체결, 투자자 연결 등도 우리의 임무”라고 밝혔다.

한편 룬드대학처럼 오랜 학문 전통을 갖고 있는 곳일수록 교수 등의 연구 성과물을 직접 상업화시키는데 내부 반발이 뒤따르기도 한다. 그는 이러한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려면 산학협력 업무를 담당 부서 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천 명의 연구자들이 생산한 연구 결과물 중 어느 것이 산업적으로 부가가치가 큰 지는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학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위비 디렉터는 “대학이라는 거대 조직이 변화하려면 총장부터 학장, 학생, 교직원 등 모든 구성원들이 연구 성과물과 경험, 아이디어 등을 상업화하는 것이 결국 사회를 이롭게 하는 길이라는 공감대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룬드·말뫼=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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