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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도 잊게 만든 회사의 비밀

뉴욕 킥스타터 본사에서 발견한

잘 되는 조직의 철학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세계 최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책상 앞에 있지 않은 직원들은 각자가 원하는 곳을 찾아 일을 하고 있다. /정혜진기자






구글링이 검색의 동의어가 된 것처럼 세계 최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다수의 펀딩으로 현실이 되는 크라우드 펀딩의 상징이 됐다.

2009년 4월 35달러의 소소한 펀딩 성과로 세상에 데뷔한 킥스타터는 크라우드 펀딩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왔다. 킥스타터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워치의 원조격인 ‘페블 와치’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페블와치는 킥스타터에서 세번 펀딩을 진행했는데 총 4,000만 달러 이상의 모금에 성공했다. 이후 애플, 삼성 등에서도 스마트 워치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100만 달러(11억원) 이상 펀딩에 성공한 프로젝트가 270여개에 달한다.

이 회사는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성공하는 프로젝트만큼이나 실패하는 프로젝트를 중요시한다. 현재까지 13만 6,000여개의 프로젝트가 성공해 34억5,000만 달러(3조7,000억원)를 끌어모았지만 실패한 프로젝트에 관한 통계도 꼼꼼히 정리한다. 지금까지 성공한 프로젝트의 두 배에 가까운 24만,3972건의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났고 자금을 아예 조달하지 못한 프로젝트도 20%(5만3,288건)에 달한다. ‘성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실패하는 것’이라는 신조 하에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다. 이 때문에 매년 ‘킥스타터 펀딩에 실패한 아이디어 TOP 10’ 등의 기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2015년 회사의 성격을 베네피트 기업(Benefit Corporation·이윤추구와 동시에 사회적 기여를 경영 목표로 삼고 이를 기업 정관에 명시하는 회사)으로 전환해 기업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가게 됐다는 점이다.

이러한 성격은 기업의 사무실부터 드러난다. 최근 국내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킥스타터 본사를 방문해 잘 되는 오피스만의 원칙을 살펴봤다.

킥스타어 직원들이 일 잘되는 공간으로 꼽은 발코니 앞 자리. 푹신한 소파에 채광이 가득한 전면 통유리 문을 열면 발코니로 연결돼 광합성하며 일하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정혜진기자


1. 1,400㎜ 책상에서 벗어나라

‘분명 회사인데 왜 이렇게 재택근무 같지’

한창 업무시간이지만 제자리에 앉아 있는 직원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과거 연필공장을 개조한 4층짜리 건물에는 숨을 곳이 너무도 많았다. 직원들은 각자 주방에서, 옥상 해먹에서, 발코니에서,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말한다. “하루종일 제자리에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기분에 따라 절반은 야외에서, 절반은 또 다른 자리에서 일하는 게 훨씬 재밌지 않나요? 저희는 모두 각자가 좋아하는 아지트가 있어요”



2. 동료와는 수시로 스킨십하라

킥스타터의 성격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만큼 프로젝트를 발굴해서 검토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펀딩 결과를 내기까지 외부 고객(크리에이터)과 내부 고객(회사 내 다른 부서 직원)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게 직원들의 일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미팅을 잡는다는 개념이 없다.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수시로 동료가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킥스타터의 프로젝트 매니저 마이클 스튜어트(29)는 “자연스럽게 일하는 동선에서 동료와 소통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업무도 유기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벽이 사라진다. 업무를 하다가 뜻이 맞는 동료와 킥스타터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3. 직원부터 크리에이터가 될 것

“동료들이 일터 밖에서의 정체성도 뚜렷한 게 자부하는 부분이에요. 모든 직원들이 엔지니어이자 화가, 디제이, 예술가죠” (리즈 킥스타터 엔지니어)

게임, 영화, 상품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킥스타터 직원들은 단순히 크리에이터와 일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부터 크리에이터가 될 것을 요구받는다. 사실 요구를 받기보다는 이를 즐기는 것에 가깝다. 이를 두고 프로젝트 매니저 테일러 무어는 “직원들이 킥스타터에서 일하기 전에 이미 킥스타터의 빅팬이다”라며 “킥스타터가 하는 일을 이미 마음으로부터 지지하기 때문에 직원들도 끊임없이 창조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킥스타터에서 주방은 가장 집처럼 아늑한 느낌이 나는 곳으로 직원들이 업무시간에도 자유롭게 끼니를 해결하거나 일을 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정혜진기자


킥스타터 외에도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여러 기업들에서 사옥을 만들 때 기업의 철학을 담으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인 서울 성수동 카우앤독은 각자 일하는 방식에 따라 공간을 선택하도록 설계됐다.

앞서가는 기업들이 오피스에 힘을 주는 이유는 간단하다. 천의영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는 “기업이 첨단기술과 브레인스토밍, 멀티태스킹 또는 교육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영성과 향상을 해결하는 방법이 공간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자유롭게 일하면 조직에 규율이라는 게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이 기업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2009년 158만 달러의 펀딩금액을 성공한 이후 지난해 5억7,950달러로 무려 366배 성장했다. 초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얀시 스트리클러는 최근 “더 큰 성장을 위해 회사 CEO직을 떠난다. 킥스타터의 문화를 유지하면서 성장시킬 새로운 CEO를 찾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킥스타터의 앞으로의 성장이 궁금해진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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