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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소수에 뺏긴 학교 체육시설]무려 2년간 예약 독점…브로커들 '재대관 장사'도

서울공립교 37% 241개교 시설이

개인 명의 주1회 6개월 이상 대여

특정인·단체 일방 전용 현상 심화

일반인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

교육청 “학교장 재량” 수수방관





# 최근 2년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A초등학교 체육관은 저녁 시간 때면 김모씨의 세상이었다. 그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황금시간대인 매일 오후 8시부터 10시, 2시간씩 해당 체육관을 장기 예약했다. 무려 730일 1,460시간을 독점한 셈이다. 방과 후 일반인이 이용 가능한 모든 시간대는 김씨가 독점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학교 관계자는 “생활 체육 목적으로 장기 대관을 요청한 지역 거주자에게 대여해준 것이며 구체적인 진행 프로그램을 매번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 마포구 주민 박모씨는 지난여름부터 A중학교를 비롯해 거주지 인근 학교 행정실에 체육관 대관을 문의할 때마다 “예약이 마감됐다”는 답변만 들어왔다. 그러다 지인으로부터 인터넷 스포츠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관 요청 글을 올리면 쉽게 빌릴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래서 해당 사이트에 ‘대관요청’ 글을 남겼다.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대관가능’이라는 답변이 왔다. 하지만 재대관료는 기존 대관료 2만원보다 3배 비싼 6만원에 달했다. 박씨는 “고가로 빌린다는 점이 억울하기는 했지만 접근성이 뛰어나고 인기 지역 학교 체육관을 주말 시간대에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학교 체육관 독과점 심화=모두에게 개방돼야 할 대표적인 공공 체육시설물 중 하나인 학교 체육시설이 특정 개인과 단체에 의해 독점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더해 재대관으로 폭리를 취하는 브로커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2015~ 2017년 10월까지 서울 지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대관 예약자 목록을 분석한 결과 개인 명의로 주 1회 6개월 이상(최소 26일 이상) 대여한 기록이 발견된 서울시내 공립학교 수는 241개교로 전체 학교의 37.4%에 달했다. 서울시내 공립학교 시설물 3곳 중 1곳이 개인에게 장기 대여 중인 셈이다.

특히 접근성이 뛰어나 인기 체육관으로 꼽히는 서울 송파·용산·마포·종로 지역 학교 체육관에서는 개인이 하루 이틀 짧게 대관한 내역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장기 독점 현상이 두드러졌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A초등학교의 경우 김모씨가 지난 2015년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매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씩 해당 체육관을 장기 예약해왔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B초등학교의 주말은 지난 1년간 유모씨, 장모씨, 김모씨가 빈틈없이 나눠 장기 예약했다. 장씨가 오전11시부터 오후1시까지 대여하고 뒤를 이어 김씨가 오후2시부터 오후5시까지, 유씨가 마지막 오후5시부터 오후7시까지 이용하는 식이었다. 유씨는 평일 오후7~10시에도 해당 체육관을 장기 대관했다.

이는 초·중·고교 시설물 외부 개방이 의무가 아닌데다 일부 개방된 체육관 대부분이 지역 기반 동호회에 대관 우선권을 부여해 개인이 대여할 기회가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브로커 통한 예약, 일반화=학교 체육관의 독과점이 심화되다 보니 브로커를 통한 예약은 정상적인 방법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정도로 일반화된 실정이다. 특히 서울 지역 일부 인기 학교에서는 브로커로 추정되는 특정인의 이름이 꾸준히 등록돼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농구 연습을 위해 용산 부근 학교 체육관을 알아본 대학생 진모군은 “학교 행정실에 전화를 걸 때마다 ‘이미 예약이 마감됐으니 앞으로 5개월 기다려야 예약이 가능하다’는 거절 대답뿐이었다”며 “고민하던 차에 커뮤니티에 학교 체육관 대관 문의글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브로커를 통해 인기 학교를 예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브로커가 장기 대여 후 타인에게 재대관을 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다. 서울시교육청의 ‘서울특별시립학교 시설의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조례 제 10조’에 따르면 학교 시설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와 사용 허가를 받은 학교시설을 다른 사람에게 전대하거나 전대하려는 경우 사용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례를 비웃기라도 하듯 브로커가 일반화되면서 학교 체육관 재대관비는 급등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 조례에 따르면 현재 학교 체육관의 시간당 대관료는 규모에 따라 1만5천~2만원선. 하지만 브로커들은 최소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시간당 대관료를 받으며 장기 대관한 한 체육관에서 적게는 월 40만원에서 많게는 월 100만원까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공 시설물이 일부 개인에 의해 상업 공간으로 변질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는 “생활 체육을 목적으로 장기 대관한 것으로 구체적으로 해당 시간에 체육관에서 몇 명이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지 매번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시설물은 학교장 재량으로 외부 개방 여부를 정하고 학교별로 시설물 예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교육청 차원에서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며 “온라인 예약 시스템 등 더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학교시설물을 이용하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탐사기획팀=이지윤·온종훈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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