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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줄서서라도 봐야 할 '명불허전' 전시들

아이디어 돋보이는 기획에

근대미술 거장들 걸작까지

미술애호가 설레게 만드는

특별 전시회 연초부터 풍성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1976년작, 종이에 채색. /사진제공=서울미술관




명성이 자자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은 탄탄한 연구에 기반을 둔 전시 기획력이 돋보이고, 혜원·단원 등 조선의 명화 소장품으로 유명한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근대미술의 걸작을 골라볼 수 있는 서울미술관 등은 미술애호가들이 기다렸다 찾아보는 곳들이다. 젊은 관람객들이 선호하는 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은 추위에도 불구하고 관람 대기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린다. 명불허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오는 21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역사를 몸으로 쓰다’는 전문가들이 일제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전시다. 신체를 매개로 한 퍼포먼스, 이른바 행위예술로 불리는 장르를 국내외 38팀 작가의 70여 작품으로 깊이 있게 들여다봤기 때문. 국내 최초로 소개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발칸 연애 서사시’는 넓은 대지를 배경으로 가슴을 드러낸 여성들, 성기를 드러낸 채 비를 맞으며 대지와 교섭하는 행위 등이 8채널 영상으로 펼쳐진다. 발칸의 이교도적 제의를 통해 개인의 상처와 역사의 비극을 치유하려는 제의적 몸짓이 읽힌다. 아르나우트 믹과 보리스 샤마츠의 협업작품 ‘일상의 움직임’은 유럽공동체가 안고 있는 질서의 붕괴와 증오 범죄 등을 은유하며, 수집한 고대 유물을 떨어뜨려 깨는 아이웨이웨이의 ‘한나라 도자기 떨어뜨리기’는 낡은 전통과 새로운 유산에 대한 비판정신을 보여준다. 배명지 학예사는 “1960년대 이후 많은 예술가들이 신체를 하나의 예술 매체로 적극 활용했다”면서 “백남준·성능경 등의 대표작을 비롯해 남화연·박찬경·임민욱 등 한국작가의 신작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나절을 이상,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전시다.

이중섭의 ‘황소’를 소장한 것으로 유명한 서울미술관은 개관 5주년 특별전으로 김기창·김환기·도상봉·박수근·유영국·이중섭·천경자 등 근대 거장 7인을 엄선한 ‘불후의 명작’ 전을 열고 있다. 이중섭이 그린 다양한 소 연작을 볼 수 있으며 운보 김기창이 한복 입은 마리아와 갓 쓰고 설파하는 예수 등을 그린 ‘예수의 생애’ 연작 30점 전체도 전시됐다. 밀레의 만종에서 모티브를 얻은 운보의 ‘만종의 기도’도 흥미롭다. 천경자의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는 미술관이 처음 공개하는 소장품이다.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화가가 자신의 49세 인생을 중첩시켜 그린 작품으로 코끼리 등에 올라탄 채 웅크린 여인에게서 작가의 고독이 전해진다. 푸른색을 즐겨 써 ‘환기블루’라 불린 김환기의 1953년작 ‘산’은 선으로 그린 겹겹이 쌓인 산의 울림, 넘실대는 파도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생전 김환기가 자신의 후원자에게 선물한 그림이 미술관 소장품이 됐고 이번에 첫선을 보였다. 백자를 그리기 위해 꽃을 그린 게 아니었나 싶은 도상봉의 정물과 밀도 있는 풍경 그림, 마음 속에 새겨진 산을 그린 듯한 유영국의 ‘산’ 등 명작의 진수성찬이다.

최고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간송미술문화재단은 혜원 신윤복이 그린 한양의 풍속화와 겸재 정선의 금강산 산수화를 중심으로 한 ‘바람을 그리다:신윤복·정선’ 전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고 있다.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일 년에 두 번, 딱 보름씩만 작품을 공개할 때는 수백m 긴 줄이 대로변까지 닿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국보 제135호 혜원전신첩과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겸재의 ‘해악전신첩’ 원작은 물론 이를 모티브로 한 미디어아트까지 다채롭게 선보인다. 과거에서 물려받은 전통을 어떻게 현대적 공감으로 이끌지를 보여준다. 한복디자이너 이영희가 재현한 의상도 눈길을 끈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을 표방하는 대림미술관은 재료를 주제로 기획전을 마련했다. 한남동 디뮤지엄에서는 플라스틱이라는 공업 소재에서 탄생한 예술작품 2,700여 점을 선보인 ‘플라스틱 판타스틱’이,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는 종이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준 ‘페이퍼 프레즌트:너를 위한 선물’ 전이 한창이다. SNS 입소문을 통해 최고 인기를 얻는 전시답게 늘 입장 줄이 길지만 아깝지 않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종이를 소재로 한 예술작품들을 선보인 ‘페이퍼 프레즌트(Paper Present):너를 위한 선물’ 전시전경. /사진제공=대림미술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발칸 연애 서사시’ 중 한 장면.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박찬경 ‘소년병’ 중 한 장면.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아이웨이웨이 ‘한나라 도자기 떨어뜨리기’ 중 한 장면.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도상봉 ‘정물’ 1954년작, 캔버스에 유채./사진제공=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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