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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1988 vs 2018, 그리고 최저임금

정민정 성장기업부 차장





최저임금제를 처음 도입한 국가는 뉴질랜드(1894년)다. 우리나라는 지난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법적 근거가 생겼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1986년 12월31일 최저임금법이 공표되고 1988년 최저임금제가 실시됐다. 시급 462원으로 시작한 최저임금은 올해 7,530원까지 올랐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처음 적용된 최저임금이 30년 만에 16배 오른 것이다.

경제 규모는 엄청난 속도로 커졌다. 1인당 국민소득(GNI)은 지난 30년간 4,548달러에서 2만9,000달러로 커지며 ‘선진국 진입의 척도’로 일컫는 ‘3만달러의 벽’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30년 만에 세계적인 스포츠 제전을 주최하는 대한민국의 감회는 남다르다. 서울올림픽 성화는 그리스에서 바로 한국에 오지 못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가 되지 못한 열악한 환경 탓에 태국 방콕과 인도를 거쳐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2017년 11월, 성화는 그리스에서 한 번에 날아왔다.

하지만 요즘 우리 국민의 관심은 평창이 아닌 최저임금에 쏠려 있다. 수십 명의 아파트 경비원이 전원 해고된다는 소식이 들리고 최저임금을 줄 수 있느냐는 아르바이트생의 질문에 불쾌해하며 전화를 끊었다는 편의점주의 이야기도 들려온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최저임금 미만율(전체 근로자 대비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은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인, 저임금 근로자들이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제 주체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을들의 전쟁’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편의점 등 영세 자영업자와 최저 시급 근로자 간의 갈등으로 비화됐고 서민들이 즐겨 찾는 외식 업체를 중심으로 물가가 꿈틀거리고 있다.



예견된 일이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존의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 이상 원가 인상 압박을 버틸 수 없다. 누구나 예측 가능한 상황에 정부의 아마추어적 대응은 아쉽기만 하다. 후폭풍이 거세지자 각 부처는 앞다퉈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에 열을 올렸고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최근 영화 ‘1987’이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스크린에서 맞닥뜨린 1987년 6월 항쟁은 2016년 겨울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 시위와 오버랩됐고 촛불의 승리가 성취한 역사의 무게를 새삼 일깨운다.

촛불로 탄생한 정권인 만큼 전과는 달라야 한다. 보수 정권도 실수한 것이 많은데 왜 우리에게만 높은 잣대를 들이대느냐는 불평은 통하지 않는다. 보수 정권과 태생부터 다른, 무거운 민의를 받들고 세상에 나온 정권이기 때문이다.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현장에 내려가 절실하게 설득하면서 정책의 누수와 일부 계층의 소외마저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면 제반 여건과 가용 자원을 철저하게 따져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백만 촛불이 빚어낸 광장의 기적이 ‘전리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이제부터라도 정권 스스로 수권(授權)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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