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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유해 콘텐츠 천국…유튜브 '빨간맛' 방패막이 없다

자살·폭행 영상은 물론 아동포르노까지

인기 얻으려 자극적 영상 업로드 잇따라

글로벌 플랫폼 우월적 지위 활용 '갑질'

음원 불법 유통에 프로모션 비용 전가도

2017년의 마지막 날인 12월31일. 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에 세계가 깜짝 놀랐다. 영상을 올린 주인공은 구독자만 1,520만명에 달하는 로건 폴. 그는 친구들과 함께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아 ‘자살 숲’으로 알려진 일본 후지산 인근 아오키가하라를 찾아 자살자를 발견하는 과정을 유튜브를 통해 여과 없이 내보냈다. 이 영상에 ‘폴의 영상을 주로 구독하는 10대가 보기에 적절치 않다’ ‘유족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등 비판이 쏟아져 1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이미 영상 조회 수는 650만건에 달했다.

유튜브는 이용자가 직접 동영상을 올리면 다른 이용자가 이를 스트리밍(실시간 재생)하는 쌍방향 소통을 기본으로 한다. 이전까지 플랫폼들과는 다른 소통 방식 때문에 기존 제도로는 유튜브로 인해 불거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유해 콘텐츠를 적절하게 걸러내는 문제와 유튜브로부터 기존 콘텐츠 생태계를 지켜내는 문제, 기존 국가 기반의 영업을 하던 국내 업체와의 공정 경쟁 환경 조성 문제까지 다양하다.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유튜브에 올라오는 유해 콘텐츠다. 폴의 자살자 영상 이전에도 지난해 9월에는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폭력 조직들의 다툼 끝에 14세 소년이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지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그대로 유튜브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두 달 뒤에는 디즈니 만화영화 주인공 ‘엘사’를 대상으로 한 소아성애적 내용이 담긴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유통돼 국내 학부모들 사이에 분노를 자아내며 ‘엘사게이트’ 현상으로 불리기도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유튜브 측은 콘텐츠 검열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1분에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 되는 상황에서 검열 강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유튜브의 수익 구조가 이 같은 흥미 위주 방송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폴은 자신이 올린 자살자 영상에서 “이 영상은 클릭을 유도하는 미끼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조회 수가 광고매출로 직결되는 유튜브의 수익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폴은 지난해 유튜브를 통해 1,250만달러(135억원)의 돈을 벌어들였으며 유튜브가 폴의 영상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이보다 훨씬 많다.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대 교수는 “수많은 이용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콘텐츠를 올리는 상황에서 유튜브가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설령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하더라도 유튜브의 경영 전략을 고려할 때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생태계 파괴도 문제다. 이용자가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할 때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의 비율이 기존 콘텐츠서비스들과 비교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음악의 경우 멜론·지니·벅스 등 국내 음원업체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음원 저작권료에 대한 징수 규정’에 따라 음원 서비스사업자가 40%를 가져가고 나머지를 제작자와 작사·작곡·가수·연주자 등이 몫을 나눈다.

반면 업계에서는 유튜브가 이러한 규정을 따르지 않고 저작권 신탁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비중이 훨씬 적은 별도 계약을 맺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예 저작권이라는 법적 테두리를 넘어선 콘텐츠가 버젓이 유통되기도 한다. 유튜브는 ‘콘텐츠 ID’라는 자체 검증 기술을 통해 저작권을 침해한 영상을 시스템상에서 자동으로 식별해 이를 저작권자에게 알리고, 저작권자가 직접 영상을 차단하거나 영상으로 수익을 얻는 방식 중 선택하게 함으로써 저작권을 보호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튜브에 ‘멜론 탑100’ ‘지니 탑100’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등장하는 영상 중 일부는 음원만 녹음하거나 음원 사이트 재생 화면을 그대로 녹화해 교묘하게 콘텐츠 ID의 탐지를 피하고 있다. 이러한 불법 콘텐츠는 업로더들에게 광고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지만 정작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할 저작권자와 음원업체들은 냉가슴을 앓고 있다.

‘국내 동영상 시장의 80%를 차지한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횡포도 문제다. 유튜브는 지난 2016년 12월부터 월정액 7,900원을 받는 유료 음원 서비스 ‘유튜브 레드’를 제공하고 있는데 모든 가입자에게 한 달간 제공되는 무료 프로모션 기간에는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전혀 없어 유튜브가 프로모션을 위한 비용을 저작권자들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그늘에도 유튜브가 가진 자유로운 쌍방향 소통이라는 매력은 각국 콘텐츠 시장이 점점 유튜브에 종속되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유튜브 순 이용자는 2,300만명이며 이 중 86%인 1,980만명이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1위 음원서비스 멜론의 유료이용자 수 455만명보다 4.4배나 많은 수치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유튜브의 가장 큰 문제는 주 사용층이 인터넷 문화를 선도하는 10대와 20대라는 점과 유튜브 사용 시간이 점점 길어지며 생태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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