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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제2의 젠틀몬스터 신화를 위하여

심희정 생활산업부 차장





K뷰티의 위상은 놀랍다.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중동·미국, 이제는 화장품의 메카 프랑스 파리의 백화점 곳곳에 K뷰티가 둥지를 틀고 글로벌 뷰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반면 K패션은 나름 선전하고 있지만 K뷰티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지는 않다. 글로벌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와 수입 컨템퍼러리 브랜드에 치여 대기업 계열의 K패션은 예전처럼 전체 산업군을 리딩하지 못하고 개별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각개 전투로 힘겹게 전투를 치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K패션이 빛을 발하고 있는 의외의 분야가 있다. 바로 패션의 종결자 ‘선글라스’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소비자들은 샤넬·구찌·프라다·펜디·에스까다 등 수입 브랜드 선글라스를 주로 애용했지만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선글라스로 몸값이 뛴 ‘젠틀몬스터’가 부상하면서 토종 선글라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는 국내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젠틀몬스터는 당시 기세를 모아 홍콩·싱가포르 등에 플래그십스토어를 내며 글로벌 선글라스 브랜드와 당당히 겨루고 있다. 지난해에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계열사인 엘캐터톤아시아에서 60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젠틀몬스터의 가격은 이미 40만원대를 훌쩍 넘어 수입 브랜드 가격 못지않다. 젠틀몬스터의 뒤를 이어 카린·스테판크리스티앙·베디베로·라피스센시블레 등 토종 브랜드들도 몸값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성공 배경에는 최근 불어닥친 ‘가성비’ 영향이 컸다. 가격 대비 성능은 좋으면서도 그 트렌디함이 수입 브랜드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변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젠틀몬스터의 경우 현재 트렌드에 안주하지 않고 브랜드 관리를 잘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초반 전지현에서 시작한 연예인 마케팅에서 나아가 틸다 스윈턴, 헨리크 빕스코우 등 여러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매 시즌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스테판크리스티앙은 2년 전 홍콩 최고 럭셔리 백화점 ‘레인 크로포드’에서 아이웨어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아시아 시장을 강타했다. 이들은 또 ‘코리안 핏’이라고 불리는 우리에게 맞는 디자인을 내놓았다. 그리고 배짱을 부렸다. 우리 제품을 쓰고 싶다면 서양인 너희가 우리 것에 맞추라고. 제품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통사와의 협업도 주효했다. 지난 2015년 신세계면세점은 공항면세점을 오픈하며 성장 유망 브랜드인 베디베로에 10평가량의 매장을 제공했다. 10평이라는 단독 공간을 선글라스 브랜드에 제공하는 것은 파격적이었다. 베디베로는 이 같은 지원을 발판으로 해외 수출 시 좋은 대우를 받으며 론칭할 수 있었다.

패션의 종결자 ‘K선글라스’가 지금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명품으로 파리·뉴욕에 깃발을 꽂기를 기대한다. 또한 한국의 토종 브랜드들이 제품력, 마케팅력, 유통사의 지원 등 삼박자를 지렛대로 ‘제2의 젠틀몬스터’ 신화를 만들기를 바라본다.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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