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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아카데미] KPI, 숫자의 함정서 벗어나라

김호인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사람·업무 본질 이해해야 진정한 성과 창출 가능

  • 2018-01-30 16:48:08
  • 사외칼럼
[m아카데미] KPI, 숫자의 함정서 벗어나라
김호인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연말이 되면 기업들은 연초에 세운 목표를 달성했는지 한 해 성과를 되돌아보고 새해 목표를 설정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작업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핵심성과지표, 즉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다. KPI는 고객만족도·품질수준·주문납기 등 기업이 설정한 핵심목표 달성 수준을 파악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 경영에 필수불가결한 보편적인 경영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런데 몇 년 전 국내 한 금융기업이 “KPI가 관리를 위한 관리도구로 변질했다”며 폐지를 천명해 상당한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의 애플로 급성장한 샤오미 역시 ‘직원은 관리와 감시보다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경영원칙하에 KPI를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소개돼 화제가 됐다.

[m아카데미] KPI, 숫자의 함정서 벗어나라
성과평가 보편적 방법이지만 부작용도

해당 KPI에 최적화된 형태로 업무 조정

목표치 달성해도 기업 성과는 뒷걸음질

수치 너머 업무변화 원인 살펴야

美 철강사 뉴코어, 핵심지표 10개로 최소화

보고에 불필요한 자원 낭비 막아 효율성 높여

KPI는 기업의 성과평가를 위한 보편적인 경영수단이지만 KPI 폐지를 결정한 앞의 사례에서 보듯 적지 않은 문제점 또한 안고 있다. 전략적으로 중요하거나 핵심 성과를 대변하는 KPI보다 각 부서에서 평가에 유리한 KPI로 선정하려 한다거나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을 통한 KPI 향상이 아닌 해당 KPI에 최적화된 형태로 업무를 조정하면서 숫자만 좋게 하는 경우가 많다. 목표한 KPI를 달성하더라도 정작 기업 성과는 뒷걸음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이런 운영상의 문제점뿐 아니라 부서 간 KPI 충돌로 부서 간 갈등을 조장하거나 KPI 성과 향상을 위해 부정직한 수단을 동원하는 등 기업문화에도 적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들이 있다.

KPI의 이런 고질적인 문제들은 크게 두 가지 근본적인 이슈와 맞닿아 있다. 두 기업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미국의 대표적인 철강사인 뉴코어(Nucor)의 케네스 아이버슨 회장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예전처럼 제철소 운영을 직접 관리할 수 없게 되자 각 제철소 담당자에게 본사에 운영현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이때 아이버슨 회장은 고심 끝에 보고해야 할 KPI를 핵심지표 10개로 제한했다. 보고받는 KPI가 많을수록 더 상세하게 제철소 운영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데 10개로 제한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철소를 운영하다 보면 상황에 따라 일부 운영지표에 이상이 있을 수 있지만 제철소 담당자는 가급적 모든 지표를 좋게 보고하고 싶기 마련이다. 이러한 담당자의 마음은 제철소의 자연스러운 운영에 인위적인 개입을 낳게 되고 보고를 위한 준비에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보고자가 KPI를 대하는 이 지점이 바로 온갖 KPI의 문제점이 태동하는 공간이고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자 아이버슨 회장이 고민 끝에 KPI를 10개로 최소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이버슨 회장은 10개 KPI에서 ‘이상 조짐’이 파악되면 해당 제철소를 직접 방문해 직원들과 함께 전반적인 점검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뉴코어 사례는 핵심 KPI 위주로 관리하는 기업 사례로 인용되고 있지만 동시에 KPI를 대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를 KPI 운영에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 전자회사가 과거 공급망 혁신에 착수하면서 핵심 KPI로 관리하던 월간 매출목표를 과감하게 폐기했다. 이 회사도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월간 매출목표를 중심으로 영업조직을 운영하면서 고질적인 밀어내기나 덤핑판매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다 공급망 혁신에 착수하면서 매출목표 KPI 관리 관행에서 벗어나 유통 프로세스의 본질을 이해하고 혁신하는 데 집중했다. 수년간의 혁신을 통해 생산 및 공급 납기를 단축하고 수요예측 정확도를 높이면서 고객만족도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결과적으로 공급망 혁신은 이 회사가 글로벌 가전기업으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이 회사의 사례는 KPI 숫자 자체가 아닌 KPI가 대변하는 업무의 본질을 이해하고 혁신하는 것이 진정한 성과 창출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뉴코어와 국내 전자회사의 KPI 운영 사례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역시 기업 경영은 ‘사람과 업무의 본질에 대한 이해’라는 것이다. 경영자는 KPI 숫자만 관리해서는 안 되고 어떻게 해서 그런 숫자가 나왔는지 업무 변화의 원인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KPI는 보조적인 경영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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