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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동남아 프로젝트 시동 걸었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마트의 글로벌 행보가 심상치 않다. 중국 시장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보다 큰 도전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타깃은 동남아 시장이다. 시장 다각화와 차별화된 제품군을 기반으로 글로벌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는 이마트의 ‘해피 글로벌’ 전략을 들여다본다.


동남아 지역 내 이마트 1호점인 베트남 고밥점 내부 전경.





이마트에게 중국은 애증의 시장이다. 지난 1997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마트는 한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하며 한껏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다였다. 이후 계속된 실적 부진과 그를 만회하기 위한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 5년 간 중국시장에서만 약 2,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이마트는 중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이미 중국 현지 매장 대다수를 매각한 이마트는 2017년을 끝으로 중국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하지만 이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 측은 의외로 담담한 눈치다. 내부에선 ‘앓던 이가 빠졌다’며 내심 중국시장 철수를 반기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은 이미 계획된 탈(脫) 중국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이마트는 오래전부터 대다수 유통업계가 갖고 있던 ‘높은 중국 의존도’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중국시장 철수가 결정되기 이전부터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해왔다.

결론적으로 이마트는 동남아시아를 새로운 목표시장으로 삼았다. 이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언급해온 ‘포스트 차이나’ 전략의 일환이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중국시장 철수를 결정한 표면적 이유는 중국 내 실적악화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더 이상 중국에 기대도 되지 않을 만큼, 동남아 지역 시장 선점이 어느 정도 가시화됐다는 확신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마트는 동남아 시장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베트남 고밥점을 시작으로 2016년 7월 몽골 1호점을 오픈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몽골 울란바토르에 2호점을 개점했다. 이후에도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를 집중 공략해 포스트 차이나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정용진 부회장도 지난해 “동남아 지역에서 이마트 출점을 위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며 “아마 내년(2018년) 상반기에 이마트 해외진출과 관련한 깜짝 놀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실적도 나쁘지 않다. 동남아 지역은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식자재, 음식, 전기·전자 같은 다양한 카테고리의 한국 브랜드 제품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마트가 쇼핑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데에는 한국 제품에 대한 현지인들의 호응이 크게 작용했다.

베트남 수도 호찌민의 인구밀집 지역이자 최대 상권인 ‘고밥’에 있는 이마트 베트남 1호점의 경우, 지난 2016년 매출 419억 원을 기록하며 연초의 목표 매출보다 120% 이상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약 30% 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 2017년 1~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5% 오른 385억 원을 기록하는 등 이마트 고밥점은 현지에서 가장 사랑 받는 대형마트로 성장했다”며 “오는 2019년 오픈하는 호찌민 2호점을 기반으로 베트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밥점의 성공은 철저한 현지화에 기반하고 있다. 전체 직원 중 베트남 현지인 비율은 95%에 육박한다. 거기에는 현지 매장 운영을 진두지휘하는 점장도 포함되어 있다. 이마트는 판매 상품 역시 철저하게 현지화했다. 빵·디저트 등 델리 제품군의 경우, 유명 호텔 출신 제과명장이 직접 베트남에서 1년간 근무하며 현지인의 입맛을 파악한 휘 직접 맞춤형 제품을 개발했다.

이 같은 베트남에서의 성공은 이마트의 동남아 시장 전략에 불씨를 지폈다. 유통업계 뿐만 아니라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려는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을 일종의 거점 기지로 삼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 영향력이 강한 베트남에서 호응을 얻는다면 인도네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같은 이웃 국가 진출이 한층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이 같은 동남아 시장 진출은 비단 신규 매장 출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과의 새로운 ‘상생모델’로 각광 받고 있는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 ‘노브랜드’도 동남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약 375개 중소기업이 참여해 생산한 노브랜드 상품이 베트남, 몽골 등 8개 국에 약 43억 원 가량 수출되기도 했다. 이마트 측은 “2017년에는 그동안 진행해온 동남아 시장 중심의 수출 증가를 기반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많은 100억 원 규모의 수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자체 진출 외에도 신세계의 식음료 계열사와 연계한 동남아 진출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최근 신세계의 식품 계열사인 신세계푸드는 첫 해외 시장 공략 무대로 말레이시아를 선정하고, 현지 식품업체인 마미 더블 데커(이하 마미)와 합작법인 ‘신세계마미’를 설립하기로 했다. 신세계푸드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동남아 식음료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합작법인에서 신세계푸드는 라면, 소스 같은 한식의 제조 기술과 외식, 베이커리 사업 노하우 등을 제공하고, 마미는 현지 제조 운영 인프라와 현지 판매, 수출 지원을 담당하게 된다).

이번 신세계푸드의 말레이시아 진출은 이마트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아직 이마트는 구체적으로 자체 매장 출점 방식의 말레이시아 진출을 공식화하진 않았다. 다만 2017년 5월부터 말레이시아 최대 유통 기업 ‘GCH 리테일’에 이마트의 또 다른 자체 브랜드 ‘e브랜드’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GCH리테일 산하 슈퍼 총 17개 매장에 ‘한국의 유통 아이콘’이란 콘셉트로 이마트존을 차리고 과자, 차, 시리얼 등 52개 상품을 정식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현지 합작법인을 기반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e브랜드가 좀 더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이마트의 말레이시아 직접 진출도 가능하게 된다.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인 만큼, 이마트의 직접 출점이 이뤄지면 인근 이슬람 문화권 진출을 위한 효과적인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이마트의 시장 다변화는 여전히 높은 중국 의존도를 보여주고 있는 기존 유통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정용진 회장의 ‘포스트 차이나’ 전략 역시 중국의 보복 해제 및 정부의 노력에만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아내 문제를 극복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과연 이마트의 이 같은 전략은 성공으로 귀결될 수 있을까? 업계의 시선이 이마트의 다음 행보에 모아지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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