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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오뚝이 올림픽 영웅





1998년 일본 나가노동계올림픽 여자 스키 대회전 출발선에 검은 머리의 여자 선수가 섰다. 동계올림픽 2회 연속 우승으로 ‘스키 여제’라 불리던 이탈리아의 데보라 콤파뇨니였다. 하지만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인대 파열로 다섯 번이나 수술을 받은 무릎이 문제였다.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것도, 무릎 강화 훈련도 부상 위험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올림픽을 향한 열정을 막을 경쟁자는 아무도 없었다. 2분50초59. 알파인 스키 최초로 올림픽 3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올림픽은 언제나 감동을 선사한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희망을 찾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무릎 부상과 갈비뼈 골절의 아픔을 딛고 1988년 서울올림픽 레슬링에서 우리에게 은메달을 안겨준 김성문의 붉은 눈시울을 보며, 경기 중 부상으로 발차기를 할 때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황경선의 목발 투혼에 올림픽 정신이란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암같이 무시무시한 병마도 이들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자궁암과 무릎·어깨 부상에 시달리던 영국 사이클 선수인 리베카 제임스는 2016년 리우하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메달보다 값진 도전도 있었다. 고환암에 걸렸던 미국의 케빈 홀과 벨기에의 토마스 판데르플라에첸은 각각 2000년 시드니올림픽 요트와 2016 리우올림픽 10종 경기에서 11위와 8위를 기록했다. 비록 메달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이들이 보여준 집념과 노력의 가치는 금메달 못지않았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오뚝이 영웅들에 의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 선수단의 메달 레이스 돌입을 선언한 쇼트트랙 임효준의 금메달은 무려 일곱 번의 대수술을 극복하고 일궈낸 쾌거다. 한국 여자 모굴 스키 사상 첫 올림픽 결선 진출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무릎을 꿇고 있어야 할 정도의 극심한 고통을 참아낸 서정화의 투혼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올림픽이 아니면, 젊은이들이 아니면 보여주기 힘든 감동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희망의 성화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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