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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를 지킵시다]도심서 90㎞ 달리고…회전 교차로서 추월…아슬아슬 운전 일상화

④교통안전은 약속과 배려에서
최고속도 50㎞ 세종시 가보니
방향지시등 없이 차선 넘나들고
단속카메라 앞에서만 속도 줄여
도심 내 제한속도 있으나마나

[예의를 지킵시다]도심서 90㎞ 달리고…회전 교차로서 추월…아슬아슬 운전 일상화
[예의를 지킵시다]도심서 90㎞ 달리고…회전 교차로서 추월…아슬아슬 운전 일상화
지난 13일 도심 내 최고속도를 50㎞/h로 제한한 세종특별자치시 퇴근길. ‘초보운전’ 표시를 차량 뒤에 붙이고 오후6시30분부터 40분가량 기획재정부에서 세종시청까지 왕복 13㎞ 구간을 제한속도를 지켜 운전을 해보니 제한속도를 제대로 지키는 차량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과속 단속 카메라 앞에서만 잠깐 속도를 줄일 뿐 지나가면 다시 속도를 내기 일쑤였다.

운전을 시작한 지 3분 만에 해양수산부 정문 앞 도로에서 불법 주차했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길을 막아섰다. 오른쪽 차로 변에서 곧바로 중앙선을 넘어 유턴을 하기 위해서였다. 정부세종청사 내부의 왕복 4차로 도로에서는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와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교육부를 지나 세종시청으로 향하는 금남교를 앞두고 소통이 원활해지자 차량들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제한속도인 50㎞/h를 지키는 차량은 취재진의 차량과 바로 뒤따라오는 차량이 거의 유일했다. 대부분의 차량들이 80~90㎞/h의 속도로 내달리다가 과속 단속 카메라 앞에서 속도를 늦췄고 카메라를 지나면서 다시 속도를 높였다. 뒤따라 오는 차량들은 취재진의 차량이 답답한지 차례로 추월했다. 차선이 실선으로 표시돼 차로 변경이 금지돼 있는 금남교 도로 구간에서만 6대의 차량이 취재진의 차량 추월했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나드는 차량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금남교를 지나 세종시청 인근 글벗초등학교 앞 도로로 진입하자 제한속도가 20㎞/h로 낮아져 속도를 줄였다. 속도를 줄이자 뒤따르던 오토바이 한 대가 곡예운전을 하며 앞으로 다가오더니 횡단보도 중간에서 유턴해 반대방향으로 내달렸다. 주위 차량들도 회전 교차로에 다가서자 ‘이때가 기회’라는 듯 아슬아슬하게 추월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이지영(32·가명)씨는 “운전이 미숙해 최대한 제한속도를 지키려고 하는데 오히려 주변 차량의 위협을 받기 일쑤”라며 “도로를 나서기가 무섭다”고 토로했다.

세종시는 전국 8개 특별·광역시 중 인구 대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오명을 안고 있다. 도로에서의 약속과 배려가 무시되면서다. 2016년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1명으로 전국 평균 사망자 수(8.45명)를 웃도는 수준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도심 내 제한속도를 줄였지만 운전자들과 보행자들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교통안전 정책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서울 곳곳도 도로위 안전 불감증

교통사고 사망 OECD 최상위권



서울이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다. 14일 오전9시 전국에서 두 번째로 교통사고가 많은 지역인 영등포 교차로에서도 차량들은 너나없이 ‘빨리빨리’였다. 교차로가 다섯 갈래로 갈라진 탓에 베테랑 택시 운전기사들도 헷갈려 하는 도로의 여건을 고려하는 차량은 많지 않았다. 노란불·빨간불이 됐는데도 운전자들은 신호대기를 참지 못하고 내달렸고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차량들 탓에 진로가 막히자 뒤따르는 차량들은 경적 소리를 울려댔다. 택시 운전사 심모씨는 “이 구간에서는 대방과 신길 방면으로 빠지는 차로의 진입구간이 짧아 차량들이 무리해서 진입하려는데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무단횡단자들이 많아 사고가 잦다”고 말했다.

같은 날 수유역 2번 출구 사거리 인근에서 택시를 타보니 이 지역 제한속도(60㎞/h)를 넘긴 80㎞/h대로 운행하다가 단속구간에 들어서서야 속도를 줄였다. 단속 카메라를 지나고 다시 75㎞/h까지 속도를 올렸다. 택시 운전기사는 “이렇게 속도 점진적으로 줄였다가 다시 높이는 것도 운전기술”이라며 “급격하게 속도 줄이는 것보다는 낫다”고 되레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이쯤 되니 한국의 교통안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다. 2015년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9.1명으로 스웨덴(2.7명), 영국(2.8명), 일본(3.8명), 독일(4.3명), 프랑스(5.4명)를 훌쩍 넘어선다. 순위로 따지면 35개국 중 32위다.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만 연간 26조5,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국가교통안전 기본계획을 세워 현 3,800여명 수준인 교통사고 사망자를 오는 2022년까지 2,000명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잡고 있지만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인식 개선에 애를 먹고 있다.

제한속도 미준수와 무단횡단만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교통안전공단이 전국 시·군·구 229개의 635개 지점에서 교통문화 수준을 측정한 결과 방향지시등 점등률(70.57%),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79.86%), 안전띠 착용률(87.21%), 이륜차 승차자 안전모 착용률(84.01%) 등의 평가항목은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꾸준히 늘었지만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중하위권 수준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안전 노력도는 10점 만점에 5.36점에 불과했다. 조정권 교통안전공단 처장(교통사고분석사)은 “아무리 최첨단의 교통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사람들이 지키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강광우기자 심우일·양지윤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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