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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호르몬제서 뇌 자극까지 '교묘해진 도핑'

도핑검사 올림픽 도입 50년...금지 약물과 끊임없는 전쟁

벤 존슨 등 메달 박탈 불구

신기록 향한 인간 욕심에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 넘어

뇌도핑·은폐제 등 신종 등장

분석장비와 방법도 고도화

KIST 도핑콘트롤센터 연구원들이 도핑 분석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제공=KIST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L4 6층에 위치한 도핑콘트롤센터(DCC). 국가보안 1급 시설인 KIST에서도 이곳은 삼엄한 보안이 이뤄진다. 평창동계올림픽(2월9~25일, 패럴림픽 3월9~18일)에 참가한 선수들의 ‘공정경쟁’을 위해 금지약물과 24시간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특히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에서 금지약물을 가려내는 도핑(doping)검사가 도입된 지 올해로 꼭 50년이라는 점에서 이번 평창올림픽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도핑은 운동선수가 경기력을 일시적으로 높이기 위해 각종 약물을 복용하거나 혈액·유전자 조작 등 금지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선수들은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을 먹으면 근육이 증가하고 적혈구생성인자(EPO) 등의 단백질 약물을 이용하면 산소운반 능력이 커져 지구력이 좋아진다. 하지만 1960년 이탈리아 로마 하계올림픽에서 덴마크 사이클선수(커트 젠센)가 흥분제인 암페타민을 먹고 경기하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 동계올림픽부터 도핑 검사가 이뤄졌지만 쉽게 근절되지 않았다.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에서 육상 스타인 벤 존슨(캐나다)이 100m에서 9초79로 세계신기록을 세웠지만 도핑으로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러시아가 2014년 자국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DCC 벽에 구멍을 뚫고 시료를 빼돌린 대가로 총 500명의 선수 중 389명만 개인자격으로 출전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신기록만을 향한 왜곡된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약물의 역사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금지약물을 보면 마약·흥분제·단백동화제,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인슐린·성장인자·조절인자, 수혈(자가수혈 포함), 유전자약물 등 400종이 넘는다. 체성분과 비슷해 검출이 쉽지 않은 단백질 의약품의 사용이 늘고 있는데 인체 내 단백질과 유사하고 체내 대사량이 적어 분석에 어려움이 많다.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하지 않으면 소변·혈액 검사 등을 통해 손쉽게 도핑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 KIST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세계반도핑기구(WADA)로부터 1987년 국제공인을 받았고 이듬해 서울올림픽에서 벤 존슨 등의 도핑을 밝혀냈고 평창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 사이토 게이(일본), 컬링 알렉산더 크루셀니츠키(러시아), 아이스하키 지가 제글릭(슬로베니아)을 적발했다.

KIST 도핑콘트롤센터 연구원들이 시료를 측정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IST




도핑 검사를 보면 우선 소변과 혈액을 유기용매에 녹여 금지약물이 포함된 층을 분리한 뒤 유기용매를 증발시키고 남은 물질을 소량의 용매에 녹여 농축시킨다. 이어 ‘질량분석기’를 통해 전하를 가진 이온이 전기장이나 자기장 속을 지날 때 휘는 성질을 활용해 질량을 측정한다. 이온은 질량이 클수록 경로가 적게 휘는데 ‘질량 스펙트럼’을 만든 뒤 질량 분석을 통해 다른 성분에 가려져 있던 금지약물을 찾게 된다.

혈액 도핑 검사는 적혈구 수나 헤모글로빈(단백질)의 수와 농도를 측정해 확인한다. 단백질 의약품을 찾기 위해 자성을 띠는 마그네틱 비드를 시료에 담가 표적 약물만 콕 찍어서 추출한다. 방사성동위원소측정방법으로 내인성인지, 외인성유래의 스테로이드 약물인지를 구별한다. 도핑 물질의 분자량을 4자리까지 측정할 수 있는 등 몸에 남은 미량의 금지약물도 분석할 수 있다.

IOC는 2014년부터 선수의 소변(6가지)과 혈액(10가지) 자료를 축적해 선수생체여권(athlete biological passport)을 모니터링하며 도핑 여부의 1차 자료로 삼고 있다. 하지만 최근 뇌도핑(Brain doping) 등 다양한 신종수법이 등장해 골칫거리다. 미국 스키·스노보드 협회 실험 결과 뇌에 직류 전기자극을 받은 실험군이 점프력과 균형감각이 70~80%나 증가했다. 9V 건전지와 연결한 2개의 전극으로 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자극을 하자 경기력이 향상됐다. 도핑 약물을 빠르게 배출하는 이뇨제나 특정 단백질이나 호르몬을 희석시키는 은폐제를 쓰는 등 도핑이 교묘해지고 있다.

권오승 KIST 도핑콘트롤센터장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현지 DCC가 WADA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스위스에 도핑검사를 맡기기도 했다”며 “새로운 약물이나 물질이 늘어나는 것에 맞춰 도핑 분석 장비나 방법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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