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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 킴 개인전 'Sky' ]일요일 하늘에 삶을 그리다

17년간 매주 일요일 하늘 담아

풍경 봤을때 느꼈던 기분 표현

광활하기 때문에 모든 것 상징

관객 스스로 생각하는 여지 줘

바이런 킴 ‘선데이 페인팅 012708’ /사진제공=국제갤러리




바이런 킴 ‘선데이 페인팅 122808’. 2008년12월28일 일요일에 본 하늘을 그린 그림이다. /사진제공=국제갤러리


‘선데이 페인팅’ 연작을 배경으로 선 작가 바이런 킴. /사진제공=국제갤러리


“오늘은 기분이 별로다. 정확히 한 주 뒤부터 해가 길어지기 시작한다….”(2007년12월14일 정오. 472번지 11번가, 브루클린)

“가을에 한국으로 다시 가게 될 것 같다. 시인 이상에 관련된 그룹전에 초청을 받게됐다. …시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아니, 꼭 그럴 필요는 없나.”(2010년6월29일 오후2시, 232번지 3가, 브루크린)

“하루 종일 비행기 안에만 앉아있는 바람에 작업할 시간을 조금밖에 내지 못했다. 지금은 공항고속도로 위를 달려 충정로 가는 버스에서 창밖을 보고 있다. 부모님 뵐 생각에 기쁘다….”(2016년10월9일 오후 6시, 서울)

2001년의 첫 주말이던 1월 7일부터 바이런 킴(57·사진)은 매주 일요일마다 가로세로 35.5㎝의 캔버스에 하늘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날의 하늘을 그리며 개인적인 글도 적은 ‘습관 같은 작업’이 꼬박 17년간, 지금까지 이어졌다. 총 900점 가까이 되는 하늘 그림 중 50여 점을 추려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 2관에 선보였다. 새하얀 벽에 하늘 조각이 걸린 전시다. 재미동포로 예일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스코히건 회화조각학교에서 공부한 바이런 킴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작업을 통해 “아주 극미한 것과 무한한 것을 연결시켜 보고자 한다”는 그를 전시장에서 최근 만났다. 전시된 작품명은 ‘선데이 페인팅’. 유럽 등 서구에서는 일요일에만 그림 그리는 취미 작가인 아마추어 화가를 깔보며 ‘선데이 페인터(일요일 화가)’라 부르곤 한다.



“아마추어라 불리는 사람들은 그 일 자체를 진정 사랑해서 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도 매주 지속적으로, 부담감 없이 그리고자 시작했는데. 어떤 날은 일요일을 지키지 못하고 밀려서 목요일쯤 완성한 것도 있죠. 출장이나 여행을 떠나더라도 가방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하니까 작은 크기를 택했고요.”

아침형 인간인 그는 일요일에도 해뜨기 전에 일찍 일어나 한 시간 정도 명상을 한 다음 운동을 다녀오고 자전거로 작업실을 향한다. 캔버스에 앉아 어제, 혹은 이번 주에 있었던 일을 되짚는다. 창밖 풍경이나 오는 길에 본 하늘과 그 기분이 그림에 담긴다. 그런데 왜 하필 하늘일까?

“하늘은 누구나 알고 있으며 모두에게 친숙한 대상입니다. 단순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지만 아무도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광활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상징할 수도 있고요. 예를 들면 하늘이 왜 파란지를 설명하지는 어렵습니다. 심지어 하늘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나는지도 알 수 없죠.”

바이런 킴의 대표작이자 1991년부터 작업해 온 ‘제유법(Synecdoche)’ 연작은 1993년 휘트니비엔날레에 선보여 주목받았다. 가까이서 들여다본 사람의 피부를 확대해 그린 것인데 작품만 놓고 보면 미니멀리즘 추상화 같다. 피부색에 따른 인종차별 문제를 은유적으로 세련되게 표현해 미국 워싱턴국립미술관 등 유수의 기관이 작품을 소장했다. 작가는 “사회적·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많지만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지는 않는다”면서 “작가는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는 여지를 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전시장 3관에는 ‘무제(…위하여)’와 ‘도시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시골의 밤하늘과 도시의 밤하늘이 대조를 이루며 걸려 있다. 사색적이고 섬세하다. 28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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