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소설가 황석영·르 클레지오 "미투는 여성의 분노 목구멍까지 차오른 결과"

교보인문학夕講서 사회상 진단

黃 "하나의 사회운동 발전하길

이런 날 올 줄 알아…나도 반성"

르 클레지오 "여성 독립 없다면

민주주의가 무슨 의미 있겠나"

소설가 황석영(가운데)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2018 교보인문학석강 특별 초청 대담회에서 프랑스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왼쪽)의 작품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미투’ 열풍은 여성의 분노와 수치감·모욕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결과입니다.”(소설가 황석영)

“여성의 독립이 없는 한,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지난 12일 저녁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이날 열린 ‘2018 교보 인문학 석강’에 대담자로 나선 소설가 황석영(75)과 르 클레지오(78)는 미투 운동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등 다양한 이슈를 오가며 진지하고 깊이 있는 토론을 벌였다. 이번 행사는 노벨문학상(2008년)을 받은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 ‘빛나-서울 하늘 아래’의 프랑스어판 발간을 앞두고 방한하면서 마련됐다. 두 사람은 2005년 한국에서 열린 문학행사에서 처음 만난 후 예술적 교감과 우정을 이어왔다.

소설가 황석영(오른쪽)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2018 교보인문학석강 특별 초청 대담회에서 프랑스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왼쪽)의 작품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성추문 폭로와 관련해 황 작가는 “우리 또래는 어려서부터 남성 중심 문화를 당연시하는 분위기에서 자랐다”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을 살고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문득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위해 독재자와 싸우면서도 독재자의 방식을 무의식중에 체득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작가는 “이후 일종의 ‘역할 바꾸기’ 방식을 통해 여성 화자를 중심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오래된 정원’과 ‘심청’ ‘바리데기’ 등은 모두 그 연장선에 있는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저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 미투 운동이 하나의 사회운동으로 심화하고 토론도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반성할게요.”

이에 르 클레지오는 “여성들이 자유롭지 못하고 독립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남녀가 동일한 임금을 받는 사회, 두려움 없이 외진 동네의 골목길을 걸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설가 황석영(오른쪽)이 지난 12일 저녁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2018 교보 인문학 석강’에 대담자로 참석해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와 함께 ‘미투’ 운동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교보문고


두 작가는 최근 남북미 ‘3자 대화’의 통로가 뚫리면서 한반도가 ‘운명의 봄’을 맞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황석영은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이 둘 다 ‘정신병자’인 줄 알았는데 이 사람들이 계산도 빠르고 두뇌 회전도 빠른 사람들인 것 같다”며 “이번에는 정말 잘될 것 같다. 정말 제대로 (회담이 진행)돼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르 클레지오는 “황 작가의 오랜 염원대로 ‘평화 열차’를 타고 판문점을 넘어 시베리아를 통과해 유럽으로 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맞장구쳤다. 황 작가가 2008년 정부와 함께 추진한 평화 열차 구상은 기차를 타고 남북과 유럽 대륙을 순환한 뒤 비무장지대(DMZ) 가운데 이 기차를 기념물로 전시하고 평화박물관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황석영은 “당시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사업이 흐지부지됐지만 이번 정부에서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왼쪽)가 지난 12일 저녁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2018 교보 인문학 석강’에 대담자로 참석해 소설가 황석영(가운데)과 함께 ‘미투’ 운동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사회를 맡은 곽효환 시인. /사진제공=교보문고


황석영과 르 클레지오는 상대방의 작품에 대한 따뜻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르 클레지오는 “황석영의 ‘해 질 무렵’이나 ‘삼포 가는 길’ 같은 작품을 보면 힘들고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는 유머의 힘이 대단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에 황석영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빛나’는 마치 색연필로 그림을 그린 듯한 서정적인 필치의 이야기였다”며 “산문에 녹아 있는 시적 정신은 정말 배우고 싶은 능력”이라고 화답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