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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모럴패밀리’ 김선영, “정우성 선배의 제작비 전액 지원...꼭 영화 같죠?”

보석 같은 연극 한편을 만났다. 현실에는 없을 것 같지만 그늘진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할 것 같은 4남매와 집을 나간 엄마가 주인공인 연극 ‘모럴패밀리’(극단 나베 제작, 작 연출 이승원)는 90분간 관객을 초대형 삶의 현장으로 초대한다. 한마디로 ‘혼을 쏙 빼놓는다’고 할까.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고통 받는 이웃과 세상에 눈을 돌리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연극이다.

정우성 배우는 2017년 성북구 피스키스 피지컬 씨어터 무대에 오른 앙코르 공연을 보고선, 크게 감명을 받아 재공연시 극장 대관료 전액 지원을 약속했다. 정 배우의 따뜻한 마음이 더해져 ‘모럴패밀리’는 지난 3월 1일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무대에 다시 한번 오르게 됐다.

극단 ‘나베’ 대표 겸 배우 김선영




정씨는 “허름한 지하, 무대와 관객석이 따로 구분 지어 있지 않은 15평 남짓한 극장 아닌 공간에서 ‘모럴패밀리’를 처음 관람했습니다. 가난한 집 안의 참혹사를 연기해내는 배우들의 연기와 이야기는 참으로 거칠고 솔직해서 가슴 깊이 파고드는 시린 아픔이 있었습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간의 아픔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표현한 작가 겸 연출, 배우들을 응원하고 싶었던 것.

정우성은 “열악한 공간에서 빛을 바라고 있는 후배 배우들에게 극장이라는 공간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한 “더 많은 사람들과 이 공연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저는 이런 기회와 생각을 저에게 준 배우들과 연출, 제작자에게 감사했고 배우들은 따뜻한 물이 나오는 극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며 저에게 감사했습니다. 감사를 받는 순간 또 뭉클했습니다.”고 했다.

15일 대학로에서 만난 극단 나베의 대표 겸 제작자인 김선영은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선영과 정우성의 인연은 2017년 ‘아티스트 컴퍼니’가 제작한 영화 ‘트레이드러브’(박호찬, 박수진 감독)촬영장에서 시작됐다. ‘연극 한편 보러 오라’는 말에 김의성 배우와 함께 극장을 찾은 정우성은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나선, 자발적으로 배우들과 함께 파전 집으로 향했다고 한다.

“연극이 너무 좋으셨나봐요. 그날 술 자리에서 제의를 하셨다. 좋은 공연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란 말을 하신거다. ‘다시 좋은 극장에서 하게 되면, 어느 정도의 재정이 필요하냐’란 말과 함께 백프로 후원하고 싶다고 했다.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바로 상의해주고, 꼭 이야기해달라고 하셨다.”

2천만원이 넘는 대관료를 선뜻 후원하겠다는 정우성의 약속에, 김선영은 기쁨과 놀라움의 감정이 밀려왔다고 한다.



연극 ‘모럴 패밀리’ 배우들과 정우성이 한 자리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연극 ‘모럴 패밀리’ 장면


“약간 영화 같죠? 아무것도 없는 저희거든요. 남편(이승원 작가 겸 연출)이랑 저는 연극계든, 영화계든 아웃사이더 중에서도 아웃 오프 오프 아웃사이더니까. 그러면서도 늘 남편이랑 ‘선수는 선수는 알아볼 거야’(웃음) 하면서 연극 무대를 놓치지 않고 왔다.”

연극 ‘모럴 패밀리’는 300석 객석을 포기하고,무대 위로 50석 객석을 올렸다. 그 결과 수용 인원은 적어졌지만 무대와 객석 거리는 소극장 보다 더 가까워졌다. 낚시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접이식 의자와 포장마차에서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의자도 정겹다. 극단은 왜 안락한 소파 의자로 깔린 300석을 포기했을까.

“무대로 객석을 옮긴다고 하니, 그대로 둬서 좀 더 많은 관객이 보면 안 되겠냐? 란 의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300석에 관객을 다 앉혀놓고, 이전에 했던 공연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우리가 전달하려고 했던 게 전달될까?란 고민이 들었다. 퀄리티에 대한 욕심이 생긴거다.”

지난 해 공연을 올린 곳은 성북구 피스키스 극장. 공연장이라기 보단 전시공간으로 조명기도 제대로 달지 못했다고 한다.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아서 배우들은 힘든 상황에서 공연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엔 대학로의 쾌적한 극장으로 입성하게 됐다. 김선영은 “오프브로드웨이의 초연이 있은지 불과 7개월만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신화를 떠올리게 되지 않냐”면서 기뻐했다.

“이승원 연출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스프링 어웨이크닝’ 신화를 우리 배우들에게 경험하게 했다는 점에서 너무 뿌듯하다. 우리 재정으론 이런 극장에 들어올 수 없다. 좋은 분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 객석을 통으로 비울 바엔 더 저렴한 소극장을 대관해서 2달간 공연 하는 건 어땠냐고? 사실 저희 공연이 2달간 연달아 하기엔 힘든 공연이다. 우리 배우들이 너무 힘들 것 같다. 그래서 현재 더블로 배우들을 배치한 이유가 있다. 마지막 커튼콜 때 보셨죠? 여러번 보면서도 매번 울컥한다. 이 공연은 장기로 하게 됨 배우 개개인이 너무 소진 되는 게 많다. 그래서 더 감동인 연극이다.”

한편, 연극 ‘모럴 패밀리’는 4월 1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4관)에서 만날 수 있다. 배우 박지훈, 김권후, 김선미, 김애진, 연설하, 강선영, 박지홍, 김성민, 김경덕이 출연한다. 연극을 제작한 극단 나베는 이승원 감독과 배우 김선영 부부가 2014년 만든 극단이다. 이승원 감독은 2004년 영화 ‘모순’으로 데뷔해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 등을 연출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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