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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의 집과 사람]헌법에 토지공개념 명시한다고 대못될까

헌법 개정만으론 악순환 고리 못끊어

실거래신고제 같은 정책이 더 효과적

토초세 위헌은 토지공개념 부재 아닌

헌법의 비례·과잉의 원칙에 위배된 탓

중요한 것은 영속성 있는 정책 인프라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지난 22일 청와대가 공개한 헌법 개정안 전문 중 ‘토지 공개념’ 규정이 언급된 제128조 2항이다. 앞서 청와대는 이 조항 신설의 이유로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 해소’를 들었다.

개정안 공개 후 한쪽에서는 강력한 투기 억제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지지하고 있고, 반대 진영에서는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솔직히 기자는 청와대가 공개한 헌법 개정안을 보면서 왜 이렇게까지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토지공개념에 집착하는지 의문이 든다. 부동산 관련 공법 체계는 일반법 성격을 갖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여기에서 가지를 친 도시개발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그리고 주택법, 건축법, 주택법, 농지법 등 다양한 법률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 부동산 관련 법에는 일맥상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개인 소유의 토지라도 이용에는 엄격한 행위제한을 받는다는 점이다.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한의 명분은 바로 공익(公益)이다.



토지 이용에 대한 다양한 공법상의 규제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 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한 현행 헌법 제122조(개정안 제128조 1항)에 근거하고 있다. 이미 현행 헌법은 토지를 ‘국민 모두의…기반’이라고 표현함으로써 토지 공개념을 명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기자는 과거 위헌 결정이 내려진 ‘토지초과이득세’와 ‘택지소유상한제’가 헌법에 ’특별한 제한’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청와대의 개정 배경을 수긍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가 두 법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토지공개념을 부정했다기보다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또 다른 원칙, 즉 ‘비례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을 벗어났던 탓이 컸던 까닭이다.

이와 함께 공개된 헌법 개정안에서 주목해야 할 표현이 있다. 바로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문구다. ‘할 수 있다’는 것은 표현 그대로 강행 규정이 아닌 임의 규정이다. 이는 아무리 특별한 제한이라도 결국 선택은 정책 결정자의 몫이라는 의미다. 우스갯소리로 ‘부동산 경기의 사이클은 10년이고 정책 사이클은 그 절반’이라는 얘기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 왔다는 점을 지적한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앞선 두 정부의 정책을 180도 뒤집으면서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5년마다 뒤집어지는 정책 신호에 시장은 널을 뛰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시장의 실패를 치유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시장 실패의 원인 제공자가 되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는 한 헌법 개정으로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정부가 영속성 있는 부동산 정책을 만들고 싶다면 단편적인 규제책보다 제대로 된 인프라 구축에 눈을 돌려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 크고 작은 투기억제책이 아니라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로 꼽는다.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으로 거래량·가격 등 부동산에 대한 통계의 신뢰성이 높아졌고 투명한 과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조차 다른 대못은 다 뽑았지만 이 제도는 오히려 계속 보완·발전시켜 완성도를 높였다. 이런 정책이 진짜 제대로 박힌 대못이 아닐까.
/건설부동산부문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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