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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건설업 춘래불사춘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

봄이 왔다. 남쪽 들녘에는 봄의 전령사인 매화·동백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사람들도 겨우내 입었던 외투 대신 가볍고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고 봄을 맞고 있다. 그러나 중소 종합건설업체들에 봄은 아직 멀기만 하다. 갑질 문화 청산과 상생협력이라는 미명하에 시행하는 하도급 규제 때문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처럼 우리가 사는 시장 환경은 돌이켜보면 급속도로 바뀌어 왔다. 요즘은 굳이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건설산업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변할 때가 됐다. 하지만 하도급법이 제정된 지 30여년이 흘렀지만 하도급 거래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급기야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한 지금도 ‘종합 강자, 전문 약자’라는 고정관념과 편견은 그대로다. 이런 프레임에 갇혀 있다 보니 종합건설업체 98%가 중소업체인 현실에서도 여전히 종합업체라는 이유로 하도급 규제의 중심에 서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3년 전에 정한 하도급법상 건설위탁 원사업자 기준은 시공능력평가액 30억원 이상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건설업체들의 평균매출액은 11억원이다. 거래의 우월적 지위를 갖기보다는 오히려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중소업체 수준이다. 제조업 원사업자 기준 매출액 20억원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2015년 원사업자 기준을 시공능력평가액 30억원 이상에서 60억원 이상으로 변경하는 입법예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공정위 스스로 10여년 동안 시장의 변화로 시공능력평가액이 60억원 이상은 돼야 우월적 지위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건설 하도급 규제의 근거법령도 중소 종합건설업에는 큰 부담이다. 하도급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이 하도급 부문을 규제하고 있어 중복규제 또는 양 법령 간의 상이한 처벌 등으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건설업의 특성에 맞게 건설산업기본법으로 하도급 법령체계 일원화를 절실히 검토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건설 하도급은 우리의 하도급법에 해당하는 ‘하청법’이 아닌 건설업법으로 규제하는데 이를 참작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하도급 규제 개선이 건설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 때문에 시장 질서를 훼손하면서 원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들은 재고돼야 한다. 그것은 수급사업자 보호에 부정적 효과는 물론 원하도급 관계의 상호균형발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하도급법이 상호 불신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하도급 규제가 건설시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고 규제 일변도의 옛 모습을 버리고 불공정행위의 사전예방과 상호협력 기반을 강화하도록 지원하는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변화돼야 한다. 중소건설업체들이 진정으로 봄을 느끼는 하도급 정책의 시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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