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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재건축 신화 힘들다'에 선호도 줄었지만…환기개선·전용률 상향 등 "계속 진화중"

부침 겪은 몸값 이유·전망은

아파트 입주자 편의시설 강화도

주상복합이 가진 매력 반감시켜

입지·개별단지 상품성 따라 평가

용산 신축 주상복합 눈여겨봐야





# “부모님이 타워팰리스에서 사는 게 잘못인가요?” 10여년 전 힙합 가수 A씨는 한 방송에 출연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의 아버지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에 산다는 이유로 대중의 적지 않은 비난을 받은 뒤였다. 타워팰리스는 지난 1990년대 도곡동에 위치한 판자촌 일대를 삼성이 매입해 2000년 최고 69층의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로 개발한 곳이다. 즉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이 몰릴 만큼 타워팰리스라는 곳은 부의 상징과 같은 공간이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 국내 최고급 아파트, 초호화의 상징으로 타워팰리스를 떠올리는 이는 드물다. 타워팰리스 전용 120㎡(공급면적 161㎡)의 현재 매도 호가는 18억원으로 3.3㎡당 약 3,700만원이지만 인근 대단지 아파트 ‘래미안 대치 팰리스’의 전용 114㎡(〃 150㎡)의 매도 호가는 31억원으로 3.3㎡당 6,000만원이 넘는다.

2000년대 초반 타워팰리스로 대표되는 국내 주상복합은 고급주택의 대명사였다. 초고층으로 세워진 화려한 외관에다 단지에 들어선 상가 및 다양한 시설 등이 입주민의 편리함을 제공하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이에 서울에 새로 들어서는 주상복합은 아파트 시장을 선도하는 상품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주상복합에 대한 평가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일반 아파트보다 가격 상승률이 둔화된 곳이 많고 입주를 머뭇거리는 수요자들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주상복합의 추락이라 불릴 법하다. 왜 그럴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주상복합의 미래가치가 떨어지는 게 인기 하락의 이유라고 설명한다. 국내 주택시장에는 ‘재건축의 신화’가 아직은 도처에 자리 잡고 있다. 낡은 집을 헐고 새 집을 지어 부동산 가치를 증식시키는 재건축은 많은 사람들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수단이었고 이로 인한 ‘성공’ 사례는 수없이 나왔다. ‘래미안 대치 팰리스(대치 청실 재건축)’ ‘대치 동부센트리빌(대치 주공 재건축)’뿐만 아니라 ‘엘스(잠실 주공1단지 재건축)’ ‘리센츠(잠실 주공2단지 재건축)’ ‘트리지움(잠실 주공3단지 재건축)’ ‘반포 래미안퍼스티지(반포 주공2단지 재건축)’ 등 현재 강남권에서 주요 아파트로 손꼽히는 대다수 단지가 이런 방식으로 탄생된 곳들이다. 한때 ‘개도 포기한 동네’라던 강남구 개포동은 최근 일대에 위치한 저층 아파트들의 활발한 재건축사업으로 향후 신흥 부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점들 때문에 아파트는 감가상각이 적용되지 않은 유일한 자산으로 불리며 투자수요는 갈수록 높아졌다.

하지만 주상복합은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재건축 신화가 먹혀들기 힘든 상품이라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부터 지어진 국내 주상복합은 최대한의 용적률을 받아 초고층으로 지어졌다. 이에 더 이상의 용적률 상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혹여 재건축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투자자 또는 수요자는 미래가치가 충분한 일반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주상복합의 희소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많다. 가령 타워팰리스의 최고 높이 69층은 2004년 완공 당시 국내 건물 중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하지만 이 기록은 불과 7년 후 부산 해운대구의 ‘두산 위브 더 제니스(최고 80층)’에 넘어갔다. 2009년 입주한 대구의 ‘범어 두산위브 더 제니스’도 최고 높이가 54층에 달한다. 그만큼 대중에게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낯설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상복합이 가지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일반 아파트가 흡수했다는 점도 주상복합의 매력을 반감하는 이유로 꼽힌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새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들에게 조식·대리주차 등 다양한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울러 국내 주상복합의 주거환경이 일반 아파트에 미치지 못하다는 점은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상업지역에 초고층으로 지어져 환기시설이 미비하다는 평가뿐 아니라 공영면적이 넓고 전용률이 떨어져 관리비가 높다는 점도 많은 수요자들이 꺼리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한 시중은행 부동산팀장은 “타워팰리스의 신화가 깨지는 등 주상복합의 인기가 덜한 것은 건설사와 부동산개발업자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라면서 “상업지역에 많은 주거상품을 팔아 이익을 챙기려다 빚어진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주상복합은 지금의 평가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수석컨설턴트는 “타워팰리스 등의 인기가 떨어진 것을 두고 주상복합의 몰락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면서 “특히 입지와 각 단지의 상품성에 따라 다르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새롭게 봐야 하는 대표적인 것들이 최근 용산에 들어서는 주상복합들”이라고 했다. 실제 ‘용산 프라임’ ‘용산 푸르지오 써밋’ 등은 2000년대 초반에 지어졌던 주상복합의 문제점을 대부분 보완했다는 평가가 많다. 미닫이식 창문을 설치하거나 환기 시스템을 개선하고 입주민 전용 출입구를 따로 두면서 주민의 사생활 보호도 신경 썼다. 래미안 용산의 경우 전용률이 80%에 육박하는 등 일반 아파트에 가깝게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되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상복합이 아무리 진화한다고 해도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등 본질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서 “투자상품의 가치로 일반 아파트를 넘어서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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