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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7년의 밤’ 추창민 감독, 나약한 인간이 최악의 선택을 할 때

“‘7년의 밤’은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

“복수극이 아닌...이야기가 들려주는 소리에도 귀울여 봤으면”



추창민 감독의 ‘7년의 밤’은 성악설을 바탕으로 ‘과연 그 악은 진짜인가’에 대해 고민한 영화이다. 그는 “악의 행동들, 그 이면의 숨은 이야기”에서 매력을 느끼고 영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달 28일 개봉한 영화 ‘7년의 밤’은 한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 분)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 분)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추창민 감독 /사진=조은정 기자




우발적 살인으로 인해 파멸해가는 한 인간과 선악의 교묘한 경계라는 무거운 소재를 인간 내면에 대한 치밀한 분석으로 담아낸 이 소설은 정유정 작가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한 문장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추 감독은 영화화 과정에서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 복수극 보단 ‘악의 이면’에 대 방점을 찍었다.

“악(惡)본류를 찾아가보자고 생각했다. 교통사고와 우발적 살인으로 인생이 완전히 뒤바뀐 한 남자가 자기 목숨까지도 바쳐서 지켜낸 그 무언가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오영제’라는 인물이 그렇게 포악하고 무자비한 아버지가 된 그 이면에는 또 어떤 스토리가 있을까?’ 사실과 진실 사이, 이야기 되지 않은, 혹은 이야기할 수 없는 숨겨진 이야기. 그게 이 영화의 출발이 되었던 것 같다.”

소설이 스크린으로 펼쳐지면서 가장 달라진 지점은 소설 속에서 절대 이해 할 수 없는 지독한 살인마였던 오영제에게 비밀을 심어준 것. 사이코패스에 이유 자체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기보단 비밀을 찾아가는 영화라는 콘셉트에 맞게 각 인물들에겐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게 하나의 형식으로 중요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나약한 인간이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악’의 근원을 진지하게 파고들었다.

“오영제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지 그 근원을 따라가봤다. 그렇게 따져가보니 한 여자의 사랑에 대한 결핍이 현재의 오영제란 사람을 만들지 않았을까. 그렇게 비밀을 하나 하나 열어보는 과정을 겪었다. 평생 가지고 싶었던 게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이다. 본인이 가장 원했던 것을 얻지 못 했을 때 악이 나오지 않을까. 사랑에 대한 결핍을 겪으면서 비틀어진 악마성이 커지게 된 거다. 원작에선 그런 비밀은 나오지 않는다.”

‘7년의 밤’의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인 세령마을 역시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세령마을 속 ‘오영제’의 대저택, 짙은 안개가 깔린 숲, 수몰된 마을을 품고 있는 비밀스러운 호수, 거대한 스케일의 댐 등을 완벽하게 구현해 내기 위해 제작진은 약 10개월 동안 대대적인 장소 섭외 과정을 거쳤다. 전국의 수목원과 저수지를 다니며 세령마을의 모습을 간직한 숲을 찾아내는가 하면 호수 안에 잠긴 마을을 실제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물 속에 세트를 제작해가며 비밀을 간직한 호수와 수몰된 마을의 모습을 완벽한 비주얼로 탄생시켰다. 그 결과 관객을 상황과 공간으로 끌고 들어간다.



“원작의 장점들이 공간이다. 엄습하고 비밀 가득한 공간이 잘 구현 안 되면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봤다. 두 남자의 대결이 표면적으론 가장 강하게 드러나니, 이 영화를 복수극처럼 보기도 하는데, 한 남자가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서 비밀을 찾아내려가는 이야기라고 봤다.”

추 감독은 “이야기가 들려주는 소리에도 귀기울여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년의 밤’이 복수극혹은 스릴러극처럼 보이겠지만, 그 내면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 것.



추창민 감독 /사진=조은정 기자


“피의 대물림에 관한 이야기다. 과거 고통을 줬던 ‘현수’의 아버지, 현재 고통을 받고 있는 남자 ‘현수’. 앞으로 고통을 줘야 할 ‘현수’의 아들 ‘서원’. 이 3대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기존 스릴러적인 요소도 있지만, 그 세 사람의 이야기가 관객들로 하여금 또 다른 스릴러를 보게 하지 않을까. 결과적으론 항상 최악의 결정이지만, 당시 본인으론 최상의 결정을 하는 인물의 머릿 속을 따라가보고 싶었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그 악운을 극복하기 위해 살았는데, 더한 운명이 몰려온다면 그걸 타파하기 위해 몸부림 칠 거라고 봤다. 그런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이 중요했다.”

영화 ‘광해’로 천만 감독 반열에 들어섰지만, 그는 스스로 “능력 있는 감독이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감독으로서 운이 좋았던 거다. 만약 저에게 기술이 있다면 간절함으로 획득한 것이다. 그거 하나는 확실해요”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그는 어떤 수식어도 거부했다. ‘광해’ 추창민 감독, 천만 감독 모두 원하지 않았다.

“내가 만든 작품이 잘 되는 건 좋지만 개인적으로 유명해지는 게 싫다. 사람들한테 익명성이 중요하다. 유명해지면 자유가 없어지게 된다. 살면서 소중함이 줄어들게 된다는 또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식어가 없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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