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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원자재...악재 쌓인 한국경제]1개월 주기·총액 공개 땐 '패' 노출...당국 손발 묶여 수출 직격탄

외환개입 내역 공개 이번주 결론

미국 "선진국 수준인 1개월 단위로 하라" 거센 압박

정부 TPP방식 준용...6개월 예외조항 적용 요구 관측

김동연 부총리 19일 출국...IMF·므누신과 최종 조율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한 정부가 외환개입 공개 방식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환율주권을 지킨다는 명분을 챙기고 미국을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를 동시에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다만 환율개입 내역 공개 주기가 짧아질수록 우리 외환당국의 패가 드러나게 돼 원화 강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은 투명하고 시의적절한 방식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신속히 공개하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에는 없던 내용이다. 또 미국은 우리 정부에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흑자 규모를 줄이고 사회지출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환율개입 공개 주기를 영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 수준인 “1개월로 하라”고 우리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미국의 기대치가 높다.

정부 안팎에서는 우리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방식을 준용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상반기 중 CPTPP 가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CPTPP 복귀 여부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만큼 우리도 TPP 체제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TPP는 외환개입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 2015년 TPP 협정 부속으로 작성된 TPP 회원국의 거시경제정책당국 공동선언문은 회원국들이 외환시장의 분기별 개입 내역을 적절한 투명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1분기 이내의 시차를 두고 공개하기로 약속했다. 우리 정부가 특정 국가와 환율 합의를 했다고 비치는 데 극도로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TPP라는 명분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특정 국가와의 환율 합의가 이뤄지면 다른 나라도 유사한 요구를 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는 미국과 쌍무적으로 협의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TPP의 조건이다. 공동선언문은 1분기 이내에 매수·매도 총액을 밝히는 게 원칙이다. 매수·매도 총액을 각각 공개할 경우 투기세력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외환위기를 경험한 우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TPP 협정상 예외국가들을 검토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경우 외환시장에서 6개월마다 자국 통화로 외화 순매수 내역을 6개월의 시차를 두고 공개하기로 했고 베트남은 6개월 단위로 유효순매수 내역을 6개월의 시차를 두고 공개하기로 정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정도 수준의 예외를 적용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개국과 달리 우리는 관찰대상국인데다 미국 정부의 환율 압박이 어느 때보다 높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3개국은 오바마 정부 때 예외를 받은 것인데 지금은 트럼프 정부”라며 “미국의 눈높이가 높아졌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를 고려하면 공개 주기는 1개월 또는 3개월을 두고 미국과 치열한 수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매수·매도 개별 총액 공개와 순매수 공개도 마찬가지다.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 측에) 베트남과 같은 수준의 예외를 적용해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최종 방침은 김 경제부총리의 미국 출장 이후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김 부총리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19일 출국한다. 김 부총리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만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회의 기간에 외환시장 투명화 방안(가칭)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김 부총리가 귀국한 후 내놓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를 우려하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미국의 압력에 향후 원화 강세를 용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2017년 하반기 원화가 절상되는 상황에서 개입이 확대됐다”고 적시했다.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의 0.3%(약 49억달러)만큼 시장개입을 했다고 봤는데 이번에는 비중이 0.6%로 올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은 안 했지만 앞으로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적절한 시기에 개입을 못 하면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 수출에는 직격탄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우리나라 총수출은 0.5% 감소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연간 수출액이 최대 4,000억원가량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외환개입 공개에 대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시장에서는 우리 정부가 원화 강세를 용인하는 것으로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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