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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리더’가 화내면 부하의 복수심만 키운다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 신제구 교수
  • 2018-04-16 17:35:28
  • 기획·연재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조직의 리더는 부하직원과의 관계에서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특히 분노의 감정이 생기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만약 부하직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 리더가 습관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게 되면 예기치 못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못 믿을 리더’가 화내면 부하의 복수심만 키운다
조직의 리더가 자주 분노를 표출하면 부하직원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긴박하게 변해가는 조직 상황은 많은 것을 변하게 만들었다. 주인은 더욱 급해졌고 리더는 더욱 불안해졌으며 직원들은 더욱 힘겨워졌다. 마음 편한 사람이 없다. 시달리는 리더가 부하직원을 봐줄 여유는 없다. 착했던 리더도 나빠지고 순했던 부하직원도 나빠질 공산이 커졌다.

실적에 얽매인 리더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거친 감정을 부하직원에게 여과 없이 표출했다가 예상 밖의 저항을 불러오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마땅히 참았을 부하직원의 저항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리더 입장에서는 일을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부하직원을 탓하거나 책임을 묻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같은 리더의 분노 표출에 대해 부하직원이 지나치게 저항을 하게 되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리더가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 부하직원이 어떠한 인식 과정을 통해 자신의 리더에 대한 저항의 강도와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리더의 분노 표출에 대하여 부하직원은 어떠한 인식 과정을 거치는 걸까? 개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처음부터 리더의 분노 표출에 부정적으로 대응하지는 않는다. 부하직원이 리더의 분노 표출에 반응하는 과정은 총 4단계를 거치게 된다.

1단계는 ‘혼란기’다. 익숙하지 않은 리더의 분노 표출에 겁을 먹거나 당황하는 단계이다. 리더는 자신의 분노 표출 행위를 당연하고 정당하게 판단한다. 반면에 부하직원은 리더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함께 자신의 능력에 대한 반성을 먼저 하게 되는 복잡한 심정을 갖게 되는 단계이다. 이때 리더의 분노 표출은 가장 강력한 파급효과를 갖는다.

2단계는 ‘적응기’다. 무서운 영화를 자주 보다 보면 나중에는 웬만큼 무섭지 않고는 겁을 먹지 않게 된다.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리더의 분노 표출도 자주 겪다 보면 부하직원에게 내성이 생긴다. 겁은 나지만 충격은 완화되는 단계이다. 이때 리더는 예전처럼 분노를 쉽게 표출하지만 부하직원에게 전달되는 공포감은 급격히 떨어진다. 부하직원도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거와 같이 리더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책감보다는 리더의 분노 표출을 리더의 습관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때 리더의 분노 표출은 부하직원에게는 반성의 순간이 아니라 저항이 시작되는 순간이 된다.

3단계는 ‘저항기’다. 반복되는 리더의 분노 표출을 더 이상 순진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단계이다. 상하관계 때문에 무조건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팩트에 기초한 합리적인 논쟁을 시도하는 단계이

다. 거칠지는 않지만 부하직원은 자신의 리더가 분노의 감정만을 앞세우지 말고 정당한 설명을 해주기를 예의 바르게 요청하는 단계이다. 잘잘못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리더의 분노 표출 방법은 변함이 없지만 부하직원의 대응 방법은 상당히 진화된 상태가 된다. 리더의 논리가 부족하거나 분노를 표출한 이유가 불명확하다면 부하 직원도 물러서지 않는다. 이때 리더의 분노 표출은 약효를 다하게 된다. 그런데 자신의 말발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리더의 분노는 더욱 심해지거나 비합리적인 분노로 변질되기도 한다.

마지막 4단계는 ‘역전기’다. 리더의 분노 표출에 익숙해진 부하직원은 리더의 분노 표출을 평가하거나 지나치게 반응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저항을 선택하게 된다. 저항은 무심코 분노 표출을 하는 리더에게는 치명적이다. 예상하기 어려운 후폭풍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리더의 분노 표출은 더욱 힘을 잃게 되고 부하직원의 저항은 강해진다. 특히 부하직원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 리더는 더욱 강렬한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지금까지 신뢰가 없는 리더의 분노 표출에 대해 부하직원의 인식이 변화해가는 4단계를 살펴봤다. 그렇다면 과연 부하직원의 저항은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저항’은 신뢰 없는 리더의 분노 표출에 대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전략이다. 앞서 밝힌 4단계에 이르면 리더의 분노 표출에 대한 부하직원의 분노 또한 상당 수준에 이르게 되고 저항의 강도는 강해진다. 분노를 많이 표출하는 리더는 공통적으로 약점도 많다. 이런 점을 부하직원이 잊을 리가 없고 써먹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저항 행동은 무섭게 발전한다. 우선 신뢰 없는 리더의 분노 표출은 부하직원의 ‘분노 반추(anger rumination)’ 과정을 거친다. 분노 반추란 자신이 신뢰하지 않는 리더의 분노 표출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기분 나쁜 감정을 반복적으로 기억하며 분노의 수위를 높여가는 과정이다. 즉 리더의 입장에서는 생각 없이 가볍게 표출한 분노이지만 부하직원은 신뢰하지 않는 리더의 분노 표출을 좋게 봐줄 생각도 없고 저항을 멈출 생각도 없다. 따라서 리더의 분노 표출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를 점차 키운다. 분노 반추는 분노를 키우고, 키워진 분노는 두 가지 행동으로 실행된다.

첫 번째는 ‘복수 계획(revenge planning)’이다. 자신의 리더에 대한 그 어떠한 협조와 헌신도 거부하는 방법이다. 물리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철저한 회피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유사한 전략으로는 침묵(silent)을 선택하기도 한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아예 정보 자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리더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의사결정을 하려면 정보는 필수적이다. 만약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리더의 의사결정은 그만큼 부실해진다. 부실해진 의사결정이 리더에게 즐거움을 줄 리가 만무하다. 결국 신뢰 없는 리더가 습관적으로 표출한 분노는 도리어 리더 자신에게 치명적인 화를 불러오는 꼴이 된다.

두 번째는 ‘전이된 공격성(displaced aggression)’이다. 기분 나쁜 리더의 분노 표출에 도리어 분노한 부하직원은 직접적으로 리더에게 저항을 하거나 똑같이 분노를 표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경우에 분노한 부하직원이 리더에 대한 공격성을 다른 사람에게 전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억울함이 가득한 부하직원이 직접적인 저항이 어려울 경우에 다소 치사하기는 하지만 다른 약자에게 화풀이하는 것이다. 리더가 특정인에게 표출한 분노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직원들에게 비정상적으로 전이되어 전체적인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조직 내부에 부정적인 감정과 갈등이 심화된다면 결국 누가 피해를 보겠는가? 물론 전이된 공격성으로 피해를 본 직원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최종의 피해자는 리더 본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리더도 사람인지라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고 이를 표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부하직원과 신뢰가 없다면 오히려 리더 본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분노 표출에 대한 주의력이 리더에게 필요하다.

조직에서는 드러난 적(敵)보다 가려진 적이 더 무서운 법이다. 무심코 표출한 분노에 대한 후폭풍을 예측할 수 있다면 미리 조심하겠지만, 가려진 적의 특징은 모든 것이 명확해진 후에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두렵다. 요즘은 리더의 감정 표현 하나에도 신중해야 하는 시절이다. 잘나가는 리더보다 덜 위험해지는 리더가 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리더에게는 지혜로운 인내와 전략이 필요하다.




‘못 믿을 리더’가 화내면 부하의 복수심만 키운다

신제구 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교육컨설팅코칭학회 회장,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인력개발학회 상임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글_신제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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