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휴] 근대에 멈춘 역사마을...나의 발걸음도 멈췄다

■빛고을 광주 도심기행

남녀 출입구 따로 둔 오웬기념각

우일선 사택 등 개화기 모습 간직

펭귄마을은 70~80년대 정취 물씬

사직공원 전망대 오르면 시내 한눈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엔 예술 혼 가득

오웬기념각은 세워질 당시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유교적 관습에 따라 남녀의 출입구를 따로 만들어 놓았다.




여행과 관광은 산과 바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때로는 빌딩 숲이 빼곡한 도시 한복판에서 봄볕을 받으며 도시의 풍경을 완상하는 재미도 있다. 여행의 묘미가 숲속에, 물가에만 산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남도 기행 중 광주에 들러 확인했다. 공무로만 다녀오던 광주의 구석구석은 거리마다, 골목마다 볼거리가 충만했다. 빛고을 광주는 산과 들을 헤매느라 지친 다리를 쉬면서 눈 호강을 하기에 충분한 도시였다.

광주 도시 여행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바로 문화예술의 거리다.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충장로·동명동 카페 거리에 더해 전통시장의 정취와 예술적 감성이 넘치는 대인 예술시장 등도 둘러볼 만하다.

그중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은 도심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다시 태어난 지역으로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고 있다. 양림동은 일제강점기 서양에서 들어온 선교사들이 교회·학교·병원을 세워 기독교를 전파한 곳이기도 하다.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으로 의료시설과 교육기관이었던 우일선 선교사 사택과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하던 오웬 목사의 업적이 남아 있는 오웬기념각이 잘 보존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오웬기념각은 세워질 당시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유교적 관습에 따라 남녀의 출입구가 따로 만들어진 모습이 이채롭다. 이 밖에 사택과 예배당·학교로 사용되던 커티스메모리얼홀·어비슨기념관 등 개화기 선교유적들도 보존돼 있다. 남구 천변좌로 416-4.

양림동의 펭귄마을이라는 동네 이름은 걸음걸이가 자유롭지 못한 지역노인들이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펭귄 같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고택과 기독교 사적 순례를 끝내고 양림동주민센터 뒤로 접어들면 펭귄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펭귄마을이라는 이름은 걸음걸이가 자유롭지 못한 노인들이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펭귄 같다고 해 붙었다. 펭귄 모양의 이정표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면 1970~1980년대 모습을 간직한 마을 곳곳에 쌓아 놓은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이 객을 맞는다.

근현대 건축물과 고목들이 우거진 양림동은 발 닿는 곳 마다 근현대사의 더께가 쌓여 있는 박물관이라고 할 만 하다. 사진은 이장우 가옥의 모습.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을 빠져나와 북쪽을 바라보면 언덕 위로 우뚝 선 사직공원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얼마 전까지 벚꽃이 만발한 사직공원의 나무들은 이제 신록으로 옷을 갈아입고 봄의 한복판에 접어들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꽃이 식재돼 있는 사직공원에는 10개가 넘는 시비(詩碑)가 있다. 비석들에는 임제·송순·박봉우·이수복·윤선도·김인휴·김덕령 등의 시가 새겨져 있어 광주시민들의 풍부한 문학적 감성을 짐작하게 한다.



공원 안에는 사직단과 광주문화콘텐츠진흥센터, 충혼탑, 연파정, 국궁을 쏘던 관덕정 등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360도를 둘러 광주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데 밤에 올라 볼 수 있는 야경의 운치도 색다르다. 남구 사직길 49-1.

광주시의 새로운 아이콘인 아시아문화전당은 2002년 12월 ‘광주를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공약에 따라 조성이 시작됐다. /사진제공=아시아문화전당 제공


광주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을 꼽으라면 뭐니 뭐니 해도 지난 2015년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다. 광주의 새로운 아이콘인 아시아문화전당의 조성은 2002년 12월 ‘광주를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공약에 따라 시작됐다. 이에 대해 손선희 마케팅팀 과장은 “이 같은 구상을 따라 아시아 국가 간의 문화교류와 문화자원 수집, 연구, 콘텐츠 교류 및 전시, 공연, 아카이브(디지털화한 데이터) 유통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기획전으로는 1962∼1989년 세계적으로 발생한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룬 예술가와 작품을 소개한 ‘베트남에서 베를린까지(From Vietnam to Berlin)’와 영화감독 박찬욱·박찬경 형제의 컬래버레이션 실험을 통한 신작 ‘파킹찬스(PARKing CHANce)’가 선보이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민주평화교류원·문화정보원·문화창조원·어린이문화원·예술극장·아시아문화광장·열린마당·하늘마당·옥상공원·아시아창작스튜디오 등으로 구획돼 있어 특화된 문화를 체험하며 즐길 수도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5·18의 아픔이 서린 전남도청을 리모델링해 조성했는데 건물을 지하공간에 배치한 이유는 5·18정신을 이어가려는 상징성에 기인한 것이다. 우규승 교수가 설계한 건물도 그 자체로 훌륭한 예술작품이다. 광주광역시 동구 문화전당로 38. 개관 오전10~오후6시. www.acc.go.kr /글·사진(광주)=우현석객원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