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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기차타고 한국서 유럽까지...언제쯤 가능할까

경의선·동해선 연결되면 TCR·TSR 연결 가능

여객 운송은 물론 물류혁명 통한 경제 효과 커

대북제재·건설비용 문제·인프라 차이 등 과제 많아

정부·전문가, "현실 되기에는 상당히 먼 미래"





남북 정상이 지난 27일 판문점 선언에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을 명문화하면서 한반도종단철도(TKR) 건설 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북한 나진을 잇는 동해선이 완성되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관통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까지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서울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경의선의 운행이 재개되면 중국횡단철도(TCR)과 연계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TKR가 완성되고 러시아와 중국 철도와 연결하면 한국에서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가는 시대를 열리게 됩니다. 여객 운송뿐만 아니라 물류혁명을 통한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죠. 2014년 국토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경의선이 TCR와 연결될 경우 2030년을 기준으로 경의선을 통한 철도 물동량은 3,015만t, 동해선이 TSR와 연결될 경우 물동량은 754만t이 될 전망입니다. 한반도에서 시작하는 교통·물류 네트워크가 연결되면 이 일대가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신흥 경제권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까지도 나옵니다.

기차를 타고 한국서 유럽까지 가는 날은 언제쯤이나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먼 미래’라는 게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이러한 꿈 같은 일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입니다. 대북제재 해소와 북한의 인프라 개선, 건설비용 문제, 사양이 다른 철도 궤간 문제까지 변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우선 남북 경제협력사업은 남북 간 합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유엔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이유로 북한을 제재하고 있고, 미국 정부도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조만간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정상회담에서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분위기가 좋은 편이지만 북미가 비핵화 문제를 푸는 방법론이 달라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더라도 실질적으로 핵을 폐기하고, 검증하는 데까지도 2~3년의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물론 남북간 철도 연결 사업은 대북 제재의 예외사항으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남한의 자금이 직접 들어가지 않고 공익적 목적을 인정받는다면 가능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인데 이 판단 역시 미국 등 유엔이 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철도·도로를 연결한다고 하더라도 이게 공익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그 다음에 우리 돈이 직접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철도·도로 자재를 가지고 아마 우리 건설업체들도 같이 들어가서 공사하기 때문에 대북 제재의 예외사항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제반 여건이 형성되면 남북한의 끊어진 철도 연결 공사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습니다. 상황은 나쁘지 않습니다. 동해선은 부산에서 강릉, 북한 원산과 함흥을 거쳐 나진까지 연결하는 철도노선입니다. 현재 남측의 강릉~제진(104㎞) 구간이 단절돼 있는데 이는 의사결정만 이뤄지면 곧바로 시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손명수 국토부 철도국장은 “강릉~제진 구간은 남측에 있어 의사결정만 하면 곧바로 시행될 수 있다”며 “이를 포함한 철도 협력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의선의 경우는 이미 2004년에 연결돼 2007~2008년 1년간 문산~개성 구간에서 화물열차가 운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에서 박왕자씨가 피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같은 해 12월부터 운행이 중단됐습니다. 이후 경의선은 10여년간 방치됐기 때문에 현대화 등 시설 개량만 하면 운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도 풀어야 할 숙제는 있습니다. 우선 동해선을 완성하더라도 TSR와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데는 철도 궤간이 다르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유럽 철도는 표준궤(1,435㎜)지만 러시아철도는 광궤(1,520㎜)를 사용해 폭의 차이가 있죠. 이 때문에 TKR와 TSR 연결지점에서 다른 열차로 환승·환적을 하거나 열차 바퀴 교환 없이 달리는 궤간가변대차를 개발해야 합니다. 경의선의 경우 KTX 같은 고속철 운행도 논의가 되고 있는데 이게 가능 하려면 전면적인 궤도 개량이나 복선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사업 계획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 지도 관건입니다. 2005년 교통연구원이 경의선축과 동해선축의 노선 개량을 위한 공사비를 추정해보니 단순 개량사업만 시행해도 6조5,000억~8조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복선 등의 전면 개량을 할 경우에는 16조~19조원의 공사비를 예상했습니다. 현재 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이 비용은 더 커지겠죠. 북한이 건설 주체가 되고 남한이 인프라만 제공하는 식으로 추진해도 경의선만 10조원가량이 들 것으로 보입니다.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한국이 모든 비용을 치르기는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국제 기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북한이 비회원국인 게 걸림돌입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남북경협 이야기가 나오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투자·개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들 기구에 가입하려면 북한의 국제통화기금(IMF) 가입이 선결 조건”이라며 “그렇게 하려면 미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실제 가입 과정을 거치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제기구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현실이 되기까지는 중장기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김동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51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주최국 만찬에서 나카오 다케히코 아시아개발은행 총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북한 경제 재건을 위한 협조 요청에 나서면서 속도를 낼 수는 있습니다. 지난 3~6일(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51차 ADB 연차총회에 참석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DB을 통한 비회원국 지원이 드물긴 하지만 가능한 만큼 (북한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WB가 총회 승인을 거쳐 동티모르·팔레스타인 등 비회원국 개발 지원에 나선 적이 있고, 중국이 주도하는 AIIB 역시 총회 승인을 거치면 비회원국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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