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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 이야기] 극초음속에 스텔스 기능까지…美·中·러 '전략폭격기 삼국지'

< 37 > 가열되는 '차세대 폭격기' 경쟁

[새판 짜기 고심하는 미국]

신형기 개발이냐…B-52 개량이냐

사업 효율성·예산 등 놓고 저울질

[美 추격 나선 중국]

'B-2 짝퉁' 논란 속 H-20 등장 임박

"미 폭격기 성능보다 좋을 듯" 예상도

[옛 영광 부활 나선 러시아]

Tu-22M· Tu-160 생산라인 재가동

푸틴 "세계 최고 폭격기 개발" 천명도

미국이 독주해온 전략폭격기에 3국 간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1~2년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러시아도 옛소련 시절에 운용한 전략폭격기 세력을 부활시켜 신형 폭격기를 개발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폭격기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도 차세대폭격기 B-21을 개발하고 있다. 개발 목표연대가 비슷해 오는 2020년에는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전략폭격기 개발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B-52 폭격기가 100년 넘게 운용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무엇보다 중국의 굴기가 눈에 띈다. 차이나디펜스 온라인은 지난 8일 국영 시안항공기회사 창립 60주년을 맞아 차세대폭격기의 개념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내보냈다. 정부의 보도 통제를 많이 받는 중국 언론이 자국이 개발 중인 신무기를 소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연구개발의 성과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미국 군사전문지들은 중국이 올해 안에 적어도 세 가지 형상의 프로토 타입을 선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H-20(轟-20)’이라는 제식명을 가질 차세대 전략폭격기는 중국이 독자 개발한 최초의 전략폭격기에 해당한다. 물론 중국은 지금도 전략폭격기로 구분되는 기체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침범할 때 주로 동원되는 H-6가 바로 그것. 중국은 이 시리즈를 100대정도 보유, 운용해 미국 다음의 전략폭격기 보유국으로 꼽힌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미국 전략폭격기와는 크기와 무장량 항속거리 등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능이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H-6를 두고 ‘핵폭탄 탑재가 가능한 중국판 B-52 폭격기’라고 평가하지만 이런 과장도 없다. 두 기종을 비교하는 것부터 무리다. B-52의 최대 이륙중량은 H-6의 2.78배에 이른다. 항속거리와 무장탑재량에서 비교 대상이 아니다. 옛소련이 1952년 처음 비행하고 1954년부터 실전 배치한 Tu-16 폭격기를 중국이 1959년부터 면허 생산한 기종이 바로 H-6다. 중국제 H-6 폭격기를 수입했던 이집트와 이라크는 이미 도태시킨 기종이기도 하다.

중국이 운용하는 기체는 영국제 엔진을 달고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도록 개량을 거쳤다지만 미국 폭격기와 비교하는 것은 격이 맞지 않는다. 소련제 오리지널 Tu-16 폭격기의 성능도 비슷하다. 이를 수입, 운용하던 인도네시아도 도태시켰을 정도다. 한마디로 미국 공군 기준으로 중국은 전략폭격기가 아니라 전술형 폭격기를 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 공들여 차기 전략폭격기를 개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상 첫 독자 모델인 H-20 폭격기를 개발해 미국과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다. H-20 폭격기를 개발하면 J-20 스텔스전투기, Y-20 제트수송기와 함께 ‘20시리즈’의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의미도 있다.

H-20의 성능은 어느 정도나 될까. 베일에 싸인 가운데 추측이 난무한다. 초음속 기능에 극초음속이 가능하다는 추론도 나돈다. 최근에 흘러나오는 화상정보로 미뤄볼 때 아음속(음속 이하) 스텔스기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B-2 스피릿폭격기와 같은 개념과 비슷한 성능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얘기다. B-2 폭격기는 1997년부터 생산돼 미국 폭격기 3형제(B-52, B-1, B-2) 중 가장 최신형이다. 최대이륙중량 17톤에 항속거리 1만1,100㎞를 자랑한다. 최대속도가 음속의 0.95배로 느린 게 단점이나 스텔스 설계가 레이더파 흡수 페인트로 쉽게 들키지 않는다는 특장점을 가졌다.

해외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판 B-2로 불리는 H-20 폭격기는 아무리 못해도 최대이륙중량 10톤, 항속거리 8,000㎞의 성능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형상도 B-2와 닮은꼴이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해커를 동원해 스텔스폭격기에 대한 자료를 훔쳤을 것으로 간주한다. 심지어 H-20의 등장을 예고하는 중국 동영상마저 미국의 차세대폭격기 B-21를 소개한 동영상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두 동영상을 비교하면 폭격기가 베일로 감싸인 모습은 의도했든 그러지 않았든 판박이다.



중국은 스텔스 형상의 전략폭격기 외에 초음속 및 극초음속 폭격기 개발에도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폭격기 가운데 유일한 초음속기인 B-1 폭격기(음속의 1.25배)보다 빠른 기체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옛소련 시절에 미국의 B-1보다 빠른 전략폭격기가 등장했던 사례가 있고 엔진 기술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중국의 엔진 구입통로가 여전히 러시아이기 때문이다. 옛소련이 1972년에 선보인 Tu-22M 폭격기는 음속의 1.88배, 1984년부터 생산한 Tu-160 폭격기는 최대속도가 음속의 2.2배에 이른다.

러시아도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창고에 있던 Tu-22M과 Tu-160 폭격기를 정비하고 생산라인 재가동을 준비하는 한편 스텔스 기능과 초음속 순항비행, 최대폭장량 등이 가능하다는 꿈의 차세대폭격기 ‘PAK-DA’ 개발을 공언하고 나섰다. 러시아 특유의 과대선전일 가능성이 있지만 ‘위대한 러시아의 부활’을 주창하는 푸틴 대통령이 핵추진 전략폭격기 개발 검토까지 지시할 만큼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다소 의외의 길을 택했다. 신형을 조기 퇴역시키고 구형을 개량해 장기간 활용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 기준이라면 최신형에 해당하는 B-1B와 B-2 전략폭격기를 이르면 2030년대 초반에 퇴역시킬 방침이다. 반면 이들 기체보다 훨씬 구식으로 1952년에 등장한 B-52는 2050년대까지 운용한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물론 전제가 있다. 노스롭사가 개발 중인 차세대 B-21 ‘레이더’ 전략폭격기 생산이 계획대로 진행돼 202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배치되면 B-1B와 B-2의 퇴역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B-52도 그냥 운용하는 것이 아니다. 항전장비와 내부무기창이 확대된 최신 개량형을 사용하게 된다. 지금보다 폭탄 적재량이 66%나 늘어나고 연료 소비가 줄어든다고 해도 미 공군의 계획대로 수명이 연장되면 B-52는 운용수명 100년을 넘기는 폭격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미 할아버지·아버지에 이어 손자가 조종간을 잡는 기록이 나온 B-52를 증손자가 모는 진기록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미국이 B-52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운용비용. 어느 지역에서나 항공 우위를 점해 굳이 스텔스나 초음속으로 기동하는 폭격기가 덜 필요하다는 점도 장수의 이유다.

과연 이런 계획이 실행될지 여부에는 변수가 많다. B-52 시리즈를 유지하기 위한 개량 노력이라면 B-1(20여대)이나 B-2(약 60대)의 성능도 얼마든지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여건도 변수다. 미 공군은 약 100대를 도입할 계획이나 800억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다. 올해 한국 국방예산 43조원보다 두 배 이상 되는 금액을 투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B-21 도입이 늦어지거나 줄어들면 B-1, B-2의 생명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 사이 중국이나 러시아가 뛰어난 성능을 가진 전략폭격기를 내놓는다면 오히려 최신형인 B-21 도입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 바야흐로 전략폭격기의 미중러 삼국지가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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