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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IMF 구제금융 줄다리기 스타트...'신흥국 위기설' 어찌될까

아르헨, IMF의 긴축 처방 방어

전문가 회의적...임금 삭감 예상

'긴축의 악몽' 딛고 개혁 추진에도

연준 긴축·유가 상승...페소화 폭락

브라질·러시아 기타 신흥국 영향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협상 개시를 발표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연합뉴스




‘신흥국 6월 위기설’의 진앙지인 아르헨티나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르헨티나가 구제금융을 받는 데 실패한다면 재정적자 비율이 높은 터키 등으로 금융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미 한 차례 ‘IMF 긴축 악몽’을 겪었던 아르헨티나의 방어와 IMF의 공격이 어느 지점에서 합의를 볼 수 있을지가 문제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IMF와 구제금융 대출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니콜라스 두요브네 재무장관이 이끄는 아르헨티나 대표단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요브네 장관은 IMF에 높은 수준의 ‘대기성 차관’을 요청했다. 이 협정은 IMF 회원국이 최대 3년, 통상 1∼2년 기간에 일정 비율의 자금을 추가적인 협의 없이 인출할 수 있도록 사전에 합의하는 제도다. 사실상 그동안의 재정·연금 개혁 등을 근거로 IMF의 긴축 처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구제금융으로 요구한 규모는 300억 달러(약 32조원)로 알려졌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IMF 구제금융 대출 시 조건을 부여하지 않는 ‘탄력대출(flexible credit line)’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디폴트 이후 IMF의 요구에 따라 연금 및 공무원 임금 삭감 등 고강도의 ‘긴축처방’을 받은 상황이라 구제금융까지 받으면 국내 여론이 더욱 악화돼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지난 2015년 말 당선된 마크리 대통령이 친시장 개혁을 단행하면서 회복 흐름을 보여왔다. 이전 정권의 포퓰리즘을 단절하고 경제체질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마크리 대통령은 2년 만에 노동·연금·세제 등 3대 개혁안을 사실상 마무리 짓고 글로벌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증시는 73%나 치솟으며 세계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좌파 정권의 무차별적 퍼주기 정책으로 수차례 국가파산 위기에 내몰렸던 아르헨티나 경제는 화려한 부활 스토리를 써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개혁과정에서 복지 혜택이 급격하게 줄고 공공요금 부담이 높아지자 국내의 반발이 거세졌다. 이에 마크리 정부와 중앙은행은 1월 금리를 0.75%포인트 낮추고 올해 물가목표도 15%로 상향 조정하며 국민 달래기에 나섰다. 세수확보 차원에서 외국인투자소득세도 신설했다.





이러한 정부의 개혁 지연 시그널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이탈을 자극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정부의 개혁 의지에 의문을 갖게 된 투자가들의 자금이탈이 올 들어 불거진 미 달러화 강세와 맞물리면서 가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마크리 정부는 지난달 말 한 주 동안 보유외환 중 43억 달러를 풀고 연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부랴부랴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중앙은행은 일주일 새 금리를 12.75%포인트 인상한 40%까지 끌어올려 간신히 폭락세를 저지했지만 이는 오히려 장기적인 국가 신뢰도를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IMF가 아르헨티나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고 관측한다. 그동안 FCL은 경제구조가 탄탄한 국가들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돼왔다. 아르헨티나는 쌍둥이적자(재정·경상수지 적자)가 장기간 이어져온데다 물가상승률이 25%를 넘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영국 자산운용사 리걸앤제너럴의 사이먼 퀴자노 에번스 신흥시장전략가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임금 제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르헨티나의 구제금융 요청은 신흥국 위기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경제위기의 요인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정책과 유가 상승은 미국의 국내 경제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같은 신흥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시리아 정부군 공격, 예루살렘 선언, 이란 핵 합의 탈퇴 등 중동의 지정학적 우려 고조 등으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을 넘어서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처럼 유가가 급등하면서 원유 수입국인 아르헨티나의 경상수지 적자폭은 지난해 4·4분기 8억4,7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수입물가 상승으로 물가 압력도 커지기 시작해 국내 경제 혼란을 초래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터키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을 겪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등 신흥국 위기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터키 리라화, 브라질 헤알화,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잇따라 하락세를 보이는 등 신흥국 위기는 연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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