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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노동정책, 속도조절 필요하다

임 채 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최저임금 인상 등 고용 악영향

급격 추진땐 경제 망가질 우려

변화 정착되게 안정화 작업을





최근 산업생산·투자·수출성장 등의 경제지표가 악화됐고 특히 고용지표가 가장 부진하게 나타났다. 올해 4월 취업자 증가 수는 12만3,000명으로 지난해 4월 42만명에 비해 급감했다. 취업자 증가폭이 저조한 원인이 ‘최저임금’에 있느냐를 놓고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책임지는 정부 당국자들 간에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과 산입범위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 최저임금과 더불어 근로시간단축제가 시행되면서 노동환경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런 변화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지대하다. 노동만 바라보다 경제가 망가지는 교각살우의 잘못을 범하지 않으려면 노동정책의 변화가 경제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축소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자명하다. 임금은 비용이고 인건비가 상승하면 당연히 인력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자리의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단기간에 창출하기 위해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신규채용을 늘리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시장논리가 작용하는 민간 부문에서는 일자리와 임금이 상충적 관계를 갖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지표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일자리에 관한 시각과 정책도 바뀔 필요가 있다. 일자리 정책도 무조건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 정책이 양에서 질로 변화되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은 일하는 방식을 효율적으로 변화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다. 우리는 초과근무가 습관화돼 업무 강도가 낮고 업무 효율화를 위한 노력도 소홀하다. 선진국은 근무시간에 한눈팔기도 어려울 정도로 집중도가 높다. 점심시간에 바깥의 식당에 나가 식사하고 돌아오는 것은 보기 어렵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같은 일을 짧은 시간에 처리해야 하므로 근무태도와 조직문화가 달라질 것이며 업무 효율화를 위한 투자가 증대돼 기업의 생산성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환경 변화는 혁신성장을 촉진하는 긍정적 영향도 미치게 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주장은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소득주도 성장은 내수가 발달한 경제에서나 가능하다. 임금상승은 소득주도 성장보다 혁신성장의 관점에서 영향력에 주목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단순한 노동력 투입만으로 부가가치 창출능력을 갖출 수는 없다.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취약한 원인도 기술과 제품의 혁신성 부족에 있다. 중소기업이 혁신성장을 추구하면서 직면하는 가장 큰 제약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중소기업도 임금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보는 시각을 갖고 인력고도화를 통해 혁신성장을 성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동정책의 변화는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지급능력이 부족해 인상된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한 영세 사업자는 일차적으로 인력을 줄이고 버티다가 결국 경쟁력을 상실해 도태될 것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인상할 때 소상공인의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로 불거졌고 정부도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나 효과는 불투명하다.

노동정책의 급진적 변화를 기업들이 수용하고 대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도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면 충격파가 커 적응하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 내년·내후년까지 계속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자칫 일자리 기반 자체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

구조적 변화를 위해서는 충격이 필요하지만 연속적으로 충격만 주면 불확실성과 혼란이 가중된다. 이제 새로운 방향을 틀었으니 변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해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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