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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 굴복' 브라질 시장 쇼크

증시 4.49% 급락 헤알화 가치도 6개월來 최대폭 하락





남미 최대 경제대국인 브라질 금융시장이 8일째 계속돼온 트럭운전사들의 파업 여파로 크게 요동치고 있다.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노조의 파업 강행으로 경제위기 재연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데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브라질 정부가 노조의 압력에 굴복해 시장 원칙을 무시하는 지원책을 약속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증시에서 보베스파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49%나 곤두박질치며 7만5,355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2월22일(7만5,18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디젤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브라질 트럭 운전사들의 파업이 8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28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주유소에 기름을 넣기 위한 차량과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FP연합뉴스




재정위기 해결 개혁 한다지만

정치·경제 불안 ‘이중고’ 봉착

아르헨 이어 구제금융 신청할수도



이날 헤알화 가치도 하락폭을 키웠다. 이날 미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은 지난 25일보다 1.64% 오른(가치 하락) 달러당 3.729헤알에 마감했다. 헤알화는 이미 올 들어 12.7%의 낙폭을 보였지만 이날 하루 낙폭이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8일째 이어지는 브라질의 트럭운전사 파업은 국가 기능 마비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트럭운전사들의 디젤 가격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분수령을 맞은 상태다. 테메르 대통령은 트럭운전사들의 요구대로 디젤 가격을 60일간 동결하고 이후에는 ℓ당 0.46헤알 낮추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국영 에너지 회사 페트로브라스에 100억헤알(약 2조9,4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운임 인상 등을 통해 개인트럭사업자에 대한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브라질 최대 노조인 전국자동차운송업자연맹(NCAT)이 파업 지속 여부는 조합원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애매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수천 명의 트럭운전사들은 지금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물류 대란이 현실화하면서 현재 브라질 전국에서는 수천 개의 학교들이 휴교 상태며 수많은 항공편이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파업에 참여하는 운전자들은 “불과 몇 달이면 다시 (유류) 가격이 슬그머니 원래대로 인상될 것”이라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노조 압력에 못 이긴 테메르 정권의 타협이 파업을 중단시키지 못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만 증폭시켰다는 점이다. 현지 언론들은 테메르 정권이 고수해온 시장 원칙이 무너진 게 28일 증시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16년 지우마 호세프의 뒤를 이어 취임한 테메르 대통령은 브라질 경제를 불황에서 끌어내기 위한 개혁의 일환으로 국영 석유회사의 유가를 통제하거나 개입하지 않기로 선언하고 이 같은 원칙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물가 급등에 헤알화까지 평가절하되면서 디젤 가격이 치솟자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본토보다도 더 큰 면적의 브라질에서 원자재와 생활용품들의 장거리 운송을 담당하고 있는 트럭운송 업계가 일제 파업에 돌입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서자 테메르 정부는 결국 유가정책에서의 시장 원칙을 포기하고 정부 개입으로 돌아선 것이다. 스피넬리 CVMC의 안드레 프레페이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BC뉴스에 “60일 후에는 브라질 정부가 시장가격 정책으로 돌아오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아마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재정이 좋지 않은 브라질 정부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브라질 경제 위기를 흔드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가 디젤 가격 인하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증세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두아르두 과르지아 재무장관은 “디젤 가격 인하로 줄어드는 연방정부 세수를 다른 세금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예고했다.

게다가 최근 신흥국 위기설 고조 등 외부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브라질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파업에 따른 물류 대란과 경제 마비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가뜩이나 역신장 기로에 놓인 브라질 경제는 다시 2년 전과 같은 침체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페트로브라스 노동자들로 이뤄진 석유노동자연맹(FUP)도 30일부터 72시간 시한부 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하며 위기의 불씨를 한층 지피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대의 길베르토 브라가 경제학 교수는 이번 트럭 파업과 그 후유증으로 브라질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0.5%가 일시에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브라질이 또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레한드로 베르네르 IMF 중남미 국장은 “정치불안과 파업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가 있다”며 “재정 균형과 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아르헨티나에 이어 브라질도 구제금융을 신청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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