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각] 1,400억원 대저택과 집 없는 사람들

김경훈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1. 500년 된 전나무로 만들어진 지붕 아래 펼쳐진 화려한 7개의 침실, 24개의 욕실과 6개의 부엌, 200명이 칵테일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다이닝룸.

#2. 20명이 안락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용 극장과 수중 음향장치가 설치된 전장(全長) 18m의 수영장, 최고급 체력단련실에 스파와 골프연습장.

최근 새로 만들어진 최고급 럭셔리 휴양지나 7성급 ‘부르즈알아랍’을 뛰어넘는 초호화 호텔의 광고가 아니다. 지난 3월 기준 900억달러(약 96조1,83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슈퍼 갑부’ 빌 게이츠가 사는 대저택의 화려한 면면이다.

빌 게이츠는 이 저택에 ‘재너두(Xanadu) 2.0’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이상향·도원경(무릉도원처럼 아름다운 곳)을 의미하는 재너두는 14세기 초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에서 캐세이(Cathay·라틴어로 중국이라는 뜻)의 이상향으로 언급됐다.

미국 워싱턴주 메디나에 위치한 이 집의 전체 규모는 6,130㎡(약 1,850평)다. 축구장보다 훨씬 넓은 이 땅을 게이츠는 1988년 200만달러(약 22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7년간 땅값의 30배가 넘는 6,000만달러(약 643억원)를 들여 건설한 ‘재너두 2.0’의 시세는 2015년 기준 1억2,354만달러(약 1,400억원)에 이른다.

1,400억원. 선뜻 와 닿지 않는 ‘딴 세상 집’ 가격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겁다. ‘하루만 저런 집에서 살아 봤으면’ 하는 댓글도 눈에 띄지만 로또 대박이라도 맞지 않는 이상 내 집 한 칸 마련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인 마당에 1,000억원이 넘는 집에 누가 살든 말든 관심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때마침 ‘내 집 마련의 꿈’이 더 멀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KB국민은행이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7억2,166만원으로 1년 전 6억708만원에서 1억원 넘게 뛰었다. 하지만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3인 가구 기준)은 2016년 약 493만원에서 지난해 약 500만원으로 1.5% 늘었을 뿐이다.

우울한 통계는 가구소득 대비 집값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 PIR(Price to Income Ratio)에서도 이어진다. 서울의 PIR는 지난해 5월 10.9에서 12월 11.5로 올랐다. 월급을 통째로 저금하고 11년 넘게 단식에 성공하면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으로 2010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재건축 부담금 폭탄과 양도세 중과의 영향으로 지금 부동산 시장은 눈치 보기에 한창이다. 강남 재건축은 호가가 몇억원씩 떨어지고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둔화됐다는 기사가 쏟아진다. 얼핏 보면 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 집 한 번 사볼까’ 하는 기대를 하기에는 너무 많이 올라버렸다.

“투기 수요를 걷어내서 시장이 안정되면 서민이나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지난해 8·2부동산대책 발표 전후로 당국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했던 말이다. 9개월이 지난 지금 ‘집값은 잡겠다’던 정부의 호언을 믿었던, 아니 믿고 싶었던 집 없는 사람들의 고단함과 허탈함만 남았다.
styxx@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