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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장윤영 "교수직 버리고 뛰어든 사회적기업…일자리 빵빵하게 불렸죠"

<'비빔빵' 만드는 사회적기업가-장 윤 영 천년누리전주제과 대표>





“‘떡갈비빵’은 안 먹어봤죠? 잡내를 잡기 위해 약간 매울 수도 있어요. ‘비빔빵’도 좀 맵죠? 그래서 아이용 비빔빵도 나왔어요. 치즈를 올리면 매운맛이 사라지거든요. 떡갈비빵이 맛은 더 좋대요. 근데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비빔빵이 더 한국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아, 이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선생님 말씀이에요. 그리고 떡갈비빵 얘기도 꼭 좀 해주세요.”

장윤영 ㈜천년누리전주제과(이하 천년누리) 대표는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마주 앉자마자 잠시 정신이 멍할 정도로 많은 말을 쏟아냈다. 지난해부터 매스컴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비빔빵 얘기가 대부분이었고 중간중간 ‘신상’ 격인 떡갈비빵 얘기도 곁들였다. 빵에 대한 홍보도 잊지 않고 부탁했다. 다소 산만한 가운데서도 그의 첫인상은 당차고 열정적이고 굉장히 직설적이었다.

어릴적 보육원 운영하겠단 꿈

사회복지사 길로 이끈 원동력



“어렸을 적부터 보육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잘 모르고 그랬을 수 있는데 어린 생각에 사회복지 하면 보육원이 제일 큰 영역이고 꼭 필요한 줄 알았어요.”

어렸을 적 품었던 사회복지에 대한 막연한 생각. 장 대표는 1990년대 변혁기를 대학생으로 보낸 뒤 사회복지사의 길을 선택한다. 10년 가까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일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현실에 교수의 길을 다시 택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러 온 학생들을 엄하게 공부시킨 까다로운 교수 중 하나였다. 하지만 자격증을 양산해내는 교육 현실에 실망하고 이번엔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난 2015년 때마침 영업악화로 폐업 직전까지 몰렸던 천년누리를 운영하던 후배들이 장 대표에게 도움을 청해왔다. 애초 천년누리는 사회복지법인 ‘나누는 사람들’이 할머니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2012년 문을 연 빵집이었다. 나누는 사람들의 이사였던 장 대표는 ‘6개월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그해 7월 교수직을 휴직을 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장 목소리 반영없는 정책에

강단 택했지만 교육현실에 실망

폐업위기 몰린 후배들 SOS에

“6개월만 해보자” 천년누리 맡아

주당 120시간 일하는 헌신·노력

연매출 15억 스타기업으로 성장



“예전에는 빈부격차가 소득으로 나타났지만 지금은 음식으로 차이가 생겨요. 저소득층은 인스턴트 라면이나 콜라 이런 것을 먹지만 소득이 높은 사람은 유기농 채소를 먹죠. 이런 고민에 먹거리 운동을 시작했고 그 경험이 도움될 수 있겠다 싶어서 승낙했어요.”

장 대표가 맡았던 천년누리의 당시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빵에 대해 고민이 시작됐고 외국인과 관광객들에게 팔면 되겠다는 생각에 비빔빵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비빔빵의 재료가 되는 채소에 수분이 많아 오븐에 구우면 빵이 되지 않았다. 처음 6개월 동안 그는 할머니 직원들과 함께 열두 번 레시피를 바꾸고 100번 넘게 시제품을 만든 끝에 비빔빵을 개발했다. 이후 특허도 따냈다. 하지만 시장을 뚫지 못했다. 판로가 없으니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했고 원가는 높아졌다. 장 대표는 “포장 상자만 해도 2만개를 주문하면 단가가 개당 600원으로 떨어진다”며 “판로가 없어 2,000개를 주문하면 박스 하나에 2,000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당시 연간 매출이 1억원이던 천년누리는 지금은 연간 1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스타’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4명이던 직원은 38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전주 비빔빵은 주요 방송과 언론에 소개되면서 일주일에 1만개 이상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결과는 장 대표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워커홀릭’으로 불릴 만한 부지런함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처음 맡았을 때 재무제표조차 보지 못한 장 대표지만 수많은 사례를 공부했다. 지역 정체성을 담은 비빔빵을 만들어내기 위해 일주일에 120시간 이상을 일했다. 새벽에도 가게 불이 켜지기 일쑤였다. 함께 일하던 할머니 직원들도 장 대표를 보고 ‘일벌레’라고 했다. 지금도 장 대표는 보통 오전4시에 출근하고 주문이 많을 때는 오전2시에 나오기도 한다.

“사회적 기업이 이론적으로 사회복지의 가장 혁신적인 모델이에요.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사람은 자립하지 못해요. 200만원 벌자고 자립을 할 바에는 지원금을 받고 교육비·의료비까지 지원받는 게 훨씬 낫거든요. 사회적 기업은 그 영역을 뛰어넘는 거니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장 대표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면 ‘나눔’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이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의 치열한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사회적 기업에 관한 이미지는 잘못됐다고 말한다. 사회적 기업가라면 스타트업 창업자와 마찬가지로 헌신하고 희생해야 하며 사회적 기업 역시 자본주의 경제 내에서 다른 기업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블루오션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돈을 어려워하고 멀리해선 안 된다고 했다.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뿌린 사회적 기업의 씨앗이 제대로 크지 못했다고 했다. ‘고용이 최고의 복지’라는 말에도 동의했다. 천년누리가 성장하면서 빵을 함께 만들고 있는 외부의 자활기업들도 고용을 늘리고 있다. 그는 “자본이 영세하니까 사회적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더 어렵다”며 “브랜드가 강하거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등의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사회적 기업은 그런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제 떡잎이 났을 뿐이에요. 이 정도로 커도 햇빛과 물을 주지 않으면 죽게 돼요. 지금 규모로 성장한 게 대단한 것도 맞아요. 하지만 성장하지 않으면 유지도 안 되더라고요. 어떻게 앞으로도 천년누리를 지속할 수 있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

전주 비빔빵이 유명해지면서 장 대표의 고민도 늘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비빔빵을 모방한 제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지역 업체도 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 특허 출원도 했는데 유사 제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식품 특성상 레시피를 조금씩 바꿔서 내는 모방제품을 특허만으로 막기 힘들다. 그래서 방어적이기는 하지만 비빔빵을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알리는 일이 장 대표의 새로운 과제로 남았다.



사회적기업, 사회복지 혁신모델

벤처·스타트업처럼 경쟁력 필요

지역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는

새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했으면



성장에 대한 고민도 크다. 올해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기 위한 자금도 필요하다. 외부 투자를 받는 것도 고민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출을 받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장 대표는 “투자를 하고 나중에 회수해가는 방식보다는 천년누리가 고용 창출 등 사회문제 해결에 더 매진할 수 있도록 기업에서 지원을 늘려줬으면 좋겠다”며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털어놓았다.

장 대표의 목표는 천년누리가 단순히 빵뿐만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지역 식품 회사로 커가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먹거리를 만들어 지역 공동체에 환원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 대표는 “우리 지역에서 100명을 고용하고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되면 지역 기업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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