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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에세이] 규제에 발목 잡힌 천연물의약품

이은경 대한한의사협회 정책연구원 부원장





한의약품을 포함한 천연물의약품(herbal medicine)은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크게 주목받는 아이템이다. 아직 글로벌 의약품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완전히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화학합성 신약 개발의 어려움과 만성질환의 증가, 부작용이 덜한 장기 관리 의약품에 대한 수요 증가 등은 앞으로 천연물의약품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은 천연물의약품시장에서 연간 30%(2007∼2011년)의 높은 성장률과 연간 4조원의 중성약(中成藥·먹기 편하게 환·가루·알약 등으로 만든 중국의 한약제제) 수출을 달성하고 있다. 중국 천연물의약품의 성장배경에는 ‘한약제제 생산 활성화→건강보험 보장 확대→임상 다용(多用)으로 안전성·유효성·품질관리 강화→연구개발(R&D) 지원 활성화→경쟁력 있는 신약 개발’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한약제제시장은 매우 침체돼 있다. 지난 2015년 건강보험 한의약품비는 300억원으로 전체 약품비 13조9,000억원의 0.2%, 총 한의(韓醫) 건강보험 진료비의 1.4%에 불과하다. 중국·대만·일본의 전체 약품비에서 건강보험 한의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30%로 우리나라의 99배·20배·21배나 된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나라 한의약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으며 임상 현장에서 다양한 약물로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한약 처방이나 한약재에 기반한 의약품 R&D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천연물 한의약품시장은 침체돼 있으며 국제 경쟁력은 매우 낮다. 불합리한 사용권 제약과 건강보험 미적용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정부 주도의 천연물의약품 보험 적용 및 시장 확대로 국민건강 증진과 만성질환 관리, 제약산업 육성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천연물의약품시장 육성, 적극적인 건강보험 적용, R&D 지원을 통한 글로벌 제약회사 육성 등 지속적 노력을 통해 국민건강 증진과 천연물의약품산업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천연물의약품이 한의원·한방병원 등 한방 의료기관에서 사용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대표적 한방 의료기관인 자생한방병원에서 쓰이던 처방이 임상시험을 거쳐 ‘신바로’라는 근골격계 의약품(소염·진통·골관절증)으로 출시됐는데 한방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못하고 한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느냐는 쓸데없는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한의약 대표 처방인 ‘방풍통성산’이 ‘비그만정’이라는 변비약으로 출시되니 한의사가 아닌 의사와 약사만 비만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기존 사용 그룹인 한의사가 개발 이후 사용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은 ‘R&D→의약품 출시→건강보험 적용 등 적극 사용을 통한 시장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당연히 제약회사도 투자 의지를 갖지 못하게 된다. 정부가 R&D 예산을 투자해 연구 활성화를 시도하지만 연구자 임상을 넘어 제약회사가 주도하는 상업적 임상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신약 개발 이후 사용량 증대를 통한 제품 개선 단계를 밟지 못하면서 우리나라 천연물 기반 의약품은 여전히 가능성과 위기 요인을 동시에 갖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국 한의약은 전통지식과 생물학적 자원의 보고(寶庫)다.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이 분야의 제약산업 육성과 만성질환·난치질환 치료제 확보를 위해 나서고 있다. 잠재력이 높지만 불필요한 규제와 사회적 논란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천연물의약품시장에서 계속 뒤처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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