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승정원은 지금의 청와대 비서실과 흡사한 성격의 행정기관이다. 왕명의 출납, 각종 행정사무와 의례 등을 총괄했으며 모든 것을 시간 순서에 따른 편년체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 ‘승정원일기’이다. 보통 한 달 치 일기를 1책으로 만들었는데 분량이 많은 경우 2책으로 나눠 책을 엮기도 했다. ‘승정원일기’는 조선 초 세종대부터 작성됐으나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 등을 거치며 소실됐고 지금은 1623년 인조 1년 3월부터 1910년 8월까지 조선 후기 288년간의 일기만 전하고 있다. 조선 후기의 승정원일기도 궁궐 화재로 인해 온전하지 않았는데 그럴 때마다 ‘조보(朝報)’ ‘춘방일기’ ‘일성록’ 등의 다른 기록물을 참조해 보완되고는 했다. ‘승정원일기’는 국왕 비서실에서 작성한 자료인 만큼 왕의 동정과 관련된 내용이 매우 자세하다. 특히 국왕과 신하들의 국정 논의 내용, 국왕에게 올린 상소문 내용 등이 축약 없이 그대로 수록돼 있어 실록 편찬의 기본 자료로 사용됐다. 지금도 조선 후기사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사료이며 지난 2001년 9월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국가 소유의 문화재로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이 관리하고 있다. 총 3,243책 중 서명이 ‘승정원일기’인 것은 3,045권이고 나머지는 갑오개혁 이후 승정원의 명칭이 바뀌면서 ‘승선원일기’ ‘궁내부일기’ ‘규장각일기’ 등으로 전하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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