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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버려야 보수가 산다] "이대로 가면 차기 총선서 소멸...노선 유연화·중용의 美 살려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보수 진단' (대담=서정명 정치부장)

지나친 극우이념에 지선 대패

혁신 통해 중도층 지지 확보

국민에 약속한 개헌도 주도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인터뷰./송은석기자




말 그대로 보수의 위기다. 자유한국당은 혁신할 수 있었던 집권기간을 허송세월했고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도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며 계파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교정치학의 대가인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한국당에 대해 ‘노인정당’ ‘지역정당’이라고 촌평했고 바른미래당에 대해서는 한국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대로라면 오는 2020년 총선에서 “한국당은 소멸하게 될 것”이라고 혹독한 평가를 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의 개인 연구실에서 만난 임 교수는 “그럼에도 소생방법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역 기반인 대구·경북(TK)을 버리고 이념 기반인 반공을 버려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과거의 실적으로 정당을 평가하는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투표하는 전망적 투표(prospective voting) 모두 여당이 유리했다는 분석이다. 촛불집회 이후의 민의가 야당보다 현 집권여당으로 옮겨갔고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를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하면서 여당 우위의 선거가 치러질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6·13지방선거를 야당에 대한 분노가 높아진 선거였다고 정의했다. 그는 “보수당이 촛불을 인정하지 않고 냉전 시대의 반공을 고수했고, 성장 일변도에 따른 극심한 양극화에 책임을 지지 않는 태도가 유권자의 분노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한국당은 TK로 지역 기반이 축소됐고 세대 역시 60대 이상에서만 지지를 받는 소수파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유권자의 이념 스펙트럼에서 중간에 위치한 중위투표자들이 원하는 것이 선거 결과를 결정짓는다는 중위수 투표 이론(Median voter theorem)을 언급하며 “민주당은 중도좌파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반면 한국당은 극우로 가면서 대패했다”고 정리했다. 후보군도 극우적인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중위수 투표를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집권 10년 동안 뉴라이트운동을 펼쳤지만 올드라이트보다 더 극우 성향을 띠기 시작한 점도 한계였다”고 지적했다. 새 인물을 발굴하는 데도 실패했다고 봤다. “‘홍준표 키즈’라는 수식어를 받는 재보선 후보들이 나이만 젊었지 참신하지 않았다”며 “나이보다 생각이 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한국당 혁신의 길은 TK를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교수는 “TK 중심으로 사고하는 틀부터 바꾸고 TK 인물은 공천도 배제하는 등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이 부담해야 할 노인 인구의 수가 급증해가는 ‘목말사회’에 대비하는 창의적인 대안을 내놓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변화에 마냥 역행하기보다는 보수정당다운 일을 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임 교수는 지난해 문 대통령이 방미 직전까지 일정을 확정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을 언급하며 “보수 개신교의 대표적 인물인 김장환 목사가 미국 최고 보수교파인 남침례교회 관계자를 설득해 대통령이 미국 정가 인물들을 두루 만날 수 있게 물꼬를 텄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의 강경파인 미국 정가의 주류 보수파를 설득하는 일을 한국 보수가 해야 남남갈등 역시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과 ‘명예’를 나누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보수와 진보의 역할이 각기 존재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시대정신인 한반도 평화 문제에 진보와 보수 모두 역할을 해야는데 홍준표 전 대표처럼 ‘위장평화쇼’라고 매도하면 명예를 나눌 여지는 사라져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개헌도 살아남기 위해 보다 공세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교수는 “한국당은 개헌을 스스로 약속한데다 아직도 개헌을 저지할 수 있는 의석수를 가진 만큼 개헌을 주도하며 다음 총선에서 지분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의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선거제도 변화를 병행해야 소멸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임 교수는 “일본 자민당이 진보적 의제까지 발 빠르게 선점하는 유연성을 가졌기 때문에 생명력이 높다는 데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독일의 자민당은 사민·기민 두 정당이 번갈아 집권할 때 제3당으로서 양쪽 정부에 모두 참여했다”며 “양당제보다 다당제로 연정을 하는 게 정치를 부드럽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은 항상 중간의 같은 지점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때에 맞는 중용의 미를 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빅데이터’ 기반의 선거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첫 대통령선거에 도입했던 ‘마이크로 타기팅’ 접근이 필요하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이미 아파트 단지, 마을 등의 지리적인 빅데이터를 통해 세분화된 공간의 세대와 소득 수준 등에 맞춰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이처럼 마이크로 타기팅을 하고 있을 때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과거 방식의 여론조사에 치중했다”며 “시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한국 보수의 현실을 드러낸 사례”라고 덧붙였다.
/정리=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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