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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없는 무역전쟁 상흔…생산기지 이전하고 대량 해고까지

[희생양 된 미 대형기업들]

할리이어 다른 기업도 이전 가능성

철못 기업 '철강 관세 부메랑' 맞아

일감 줄어 감원…2차 해고 우려도

[중국기업들도 '좌불안석']

"통상전쟁 현실화에 타격 줄이자"

인도·베트남·멕시코 이전 움직임

美 수출품 '제3국 경유' 편법도





중국과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시작한 미국의 무역전쟁이 각국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각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무역전쟁의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에 직간접으로 타격을 받기 시작한 미국 산업계에서는 보복관세를 우려한 생산시설 해외이전 움직임은 물론 관세전쟁의 희생양으로 근로자 해고에 나선 기업이 등장했으며 통상전쟁 현실화로 대미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해진 중국 기업들도 생산기지를 인도나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25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1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열린 글로벌 최고경영자(CEO)협의회 라운드테이블 연설에서 미국의 무역압박 조치에 직접적으로 반격할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시 주석이 “서양에는 누가 네 오른뺨을 치면 반대쪽 뺨을 갖다 대라는 개념이 있지만 우리 문화에서는 누가 뺨을 치면 펀치로 응전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미국이 25% 관세 폭탄이라는 예고된 대중 압박 조치를 실행하면 중국은 강력한 맞보복을 곧바로 가하겠다는 뜻이다.

시 주석이 글로벌 메이저 기업 CEO들을 불러놓고 공개적으로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WSJ는 이번 시 주석의 발언을 미국과의 협상에 중국이 단호하면서도 전투적인 접근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했다. 이날 홍콩 성도일보는 최근 중국 공산당 선전당국이 각 매체에 미중 무역전쟁 보도지침을 내리면서 “끝까지 갈 각오를 하라”는 류허 부총리의 발언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EU를 상대로 한 트럼프 정부의 무역전쟁이 갈수록 돌이키기 힘든 치킨게임으로 치달으면서 기업들에 대한 역풍도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명품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은 이날 EU의 보복관세를 우회하려 생산시설 일부를 해외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WSJ가 보도했다. EU가 22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보복관세에 오토바이가 포함되면서 미국 다음으로 큰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회사 측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할리데이비슨은 기존 EU 수출 시 6%의 관세만 부담했지만 이번 보복조치로 관세가 31%로 급격히 높아진 상태다. 할리데이비슨은 지난해 세계 판매량의 6분의1인 약 4만대를 유럽에 판매했는데 생산은 대부분 미국에서 하고 인도·브라질 등에 일부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전날 할리데이비슨을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에도 “할리데이비슨이 절대로 다른 나라에 공장을 지어서는 안 된다”며 “근로자들과 소비자들이 매우 화를 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수출 확대로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목표는 갈수록 부작용이 커지며 희생양만 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모든 수입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철못 가격이 오르자 미 최대 철못 제조업체인 ‘미드콘티넌트스틸앤드와이드’는 주문량 감소로 공장 근로자 60명을 이달 15일 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첫 미국 내 ‘사상자’로 해고된 60명의 근로자들을 꼽고 철강 관세 폭탄이 향후 대량해고 사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드콘티넌트는 철강 관세 부과가 계속돼 매출 감소가 이어지면 조만간 2차 해고도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도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과 중국 간 전면전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역풍을 맞게 된 중국 기업인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인도·베트남·멕시코 등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기업은 미국 관세를 피하기 위해 대미 수출품의 제3국 경유라는 편법을 쓰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기지인 광저우시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천신숴씨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트랜지스터와 반도체 부품 등을 미국에 수출하는데 미국의 관세 압박에서 생존하려면 결국 수출지역을 남미와 중동 등으로 옮기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 관세 폭탄 위협에 직면한 EU 역시 대미 보복으로 최대 100억유로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안이 제기되는 등 점차 미국과의 치킨게임에 끌려 들어가는 가운데 EU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뉴욕=손철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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