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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호주에서 ‘물’ 만난 언니들...이너워터 시장에 '풍덩'

'낫띵베럴' 공동 창업자 최희재 대표·안해정 부대표

건조 과일을 물에 우려내는 호주 식수법 착안

이너워터팩·이너주스를 시작으로 간편식까지 진출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 기준으로 하루 2ℓ의 물을 마시도록 권장한다. 그러나 이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물을 습관처럼 마시는 것을 돕기 위해 정해진 시간마다 알람을 울리는 어플리케이션까지 나왔을 정도다. 식사 후 한 손에 커피를 든 채 사무실로 돌아가는 수많은 직장인들을 보면서 물보다는 커피가 우리 몸을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건조 과일을 물에 넣어 우려내는 디톡스 워터, 일명 ‘이너워터팩’을 개발한 낫띵베럴 최희재(27)대표는 물을 싫어하는 축에 가까웠다. 최 대표의 경우 물에서 나는 비린내에 유독 민감해 어릴 때부터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최 대표는 “하루에 물 한 잔도 채 마시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갈증이 나면 탄산음료나 커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낫띵베럴을 창업한 후 최 대표는 하루 2리터 물 섭취를 누구보다도 잘 실천하고 있다. 판매되지 않는 건조 과일 자투리와 텀블러를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맛있게’ 물을 마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최희재 낫띵베럴 대표




◇창업가·육군 장교 꿈나무...호주로 떠난 이유는?

최 대표가 ‘물’이라는 평범한 아이템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던 건 오랜 시간 쌓아온 창업 노하우 덕분이었다.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최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창업 대전에 꼬박꼬박 챙겨나갈 정도로 창업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부산 동아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지만 창업에 대한 꿈은 변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창업 자금을 마련할 무렵. 최 대표는 대학교 학생회에서 친하게 지내던 선배로부터 워킹홀리데이 경험담을 듣게 됐다. 현재 낫띵베럴에서 부사장을 맡고 있는 안해정씨(30)가 호주에 일하면서 5,000만 원을 벌었다는 이야기였다.

“2009년부터 1년간 호주 딸기 농장에서 딸기를 담는 일을 했어요. 담는 만큼 버는 구조였는데 작업 속도가 빨라져서 한 주에 200만 원까지 벌었죠. 호주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넘어서 생각하는 경우가 별로 없더라 구요. 저는 딸기를 빨리 담을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고민했어요. 나중에는 딸기만 10년간 담았던 호주 아주머니보다도 빨라졌죠. 제가 호주를 떠날 때가 되자 다른 나라 사람들한테 보여준다면서 제가 일하는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어요”(안 부사장)

딸기를 담는 단순 노동에서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발휘한 안 부사장은 동아대학교에서 체육학을 전공했고 그 길을 따라 육군 장교가 되길 희망했다. 안 부사장이 2011년 최 대표와 함께 호주에 간 것도 육군 장교가 되기 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해외여행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말린 과일을 물에 넣는다고?”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떠난 호주에서 최 대표와 안 부사장은 소셜커머스를 공동 창업했다.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밥과 술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사업이었다.

“당시 호주에서는 소주 한 병이 3만 원 정도 했기 때문에 괜찮은 사업모델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직접 신문에 광고를 내고 전단지도 만들어서 배포했어요. 호주는 인쇄비도 비싸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한테 부탁하고 전단지를 인쇄했죠. 인쇄된 전단지는 브리즈번 시내에서 뿌렸는데 한인 여자 2명이 전단지를 나눠준다면서 한인 블로그에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어요”(최 대표)

소셜커머스는 생각만큼 성공하지 못했지만 최 대표와 안 부사장은 호주에서 낫띵베럴의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최 대표는 “호주 가정집에서 살았는데 가족들이 큰 물병에 허브, 과일, 야채 등을 넣고 디톡스 워터라면서 물을 마시는 걸 봤다”면서 “바로 사업화하진 못했지만 건조 과일을 소분해 개별 포장하면 간편하면서도 예쁘게 물을 마실 수 있어 국내 시장에서 충분히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낫띵베럴 이너워터팩/사진제공=CJ올리브네트웍스


한국으로 돌아온 최 대표는 2015년 10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뜻의 낫띵베럴을 세웠다. 물론 육군 장교를 꿈꾸던 안 부사장도 함께였다. 안 부사장은 “육군 장교는 안정적인 직업이지만 사업을 하면서 제가 생각한 걸 직접 해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면서 “원래 큰 일을 앞두고 긴장하고 걱정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어딜 가서도 당당하게 말할 자신이 있다”면서 변화한 자신을 긍정했다.

낫띵베럴은 ‘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파생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시작은 건조과일을 물에 우려 마시는 이너워터팩이었다. 이후 물에 타서 마실 수 있는 클렌즈 분말 스틱 ‘이너클렌즈’를 개발하고 아예 물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마시는 식물성 유산균 ‘이너주스’도 탄생시켰다. 현재 이너워터팩 5종, 이너클렌즈 3종, 이너주스 3종 등 총 11종 으로 확대됐으며 2017년 6월, 올리브영 전국 300여 매장에 이너워터팩 3종이 입점했다. 낫띵베럴은 올리브영 입점 이후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6개월 만에 매출이 3배로 증가했다. 부산 남포동 사무실 옆에는 낫띵베럴의 오프라인 매장 ‘낫띵베럴 데이 앤 나잇’에서 샐러드, 티 등도 판매하고 있다.

낫띵베럴 데이 앤 나잇의 샐러드/인스타그램 캡처




◇“A급 품질 자부합니다”

두 사람은 낫띵베럴 제품의 품질만큼은 그 어느 곳보다 뛰어나다고 확신했다.

“건조된 과일을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저희는 과일을 들고 와서 직접 건조합니다.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나주 건조공장에서 특허를 받은 건조대를 사용해요. 건조 시 과일의 영양소 파괴가 적고 갈변이 없는 게 특징입니다. 비법은 저온건조공법이에요. 고온건조, 열풍건조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저희는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건조하는 방법을 사용해서 과일의 수분감을 유지하는 동시에 물에 잘 우러나도록 했죠. 저희 제품은 모두 해썹 인증을 받고 고객들이 이를 믿고 마실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제조공정을 공개했습니다” (최 대표)

식품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는 이들이지만 부산 신라대학교 마린바이오센터에 입주해 제품 개발에 대해 자문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재료 선정은 고객의 니즈에 맞게 트렌드에 따라가는 편”이라면서 “여성 고객이 많기 때문에 부기 제거에 좋은 팥,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히비커스 등의 재료를 쓴다”고 말했다.

낫띵베럴의 또 다른 차별점은 건조 과일에 티백을 곁들였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블렌딩한 티를 넣은 게 업계에서 최초”라면서 “독일에서 독점 수입한 티백을 사용해 맛과 향을 더욱 강화했다”고 말했다. 분말 스틱의 경우 색을 먼저 선택하고 그에 맞는 재료를 찾는다. 안 부사장은 “컬러 푸드라고도 부르듯이 무엇이든 예쁘게 섭취하고 싶어하는 고객들을 위해 기존에 출시되지 않은 색상과 재료를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물에 탔을 때 우러나오는 예쁜 색상에 반한 고객들은 SNS에 인증샷을 올린다. 낫띵베럴은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를 거둔다.

낫띵베럴은 고객들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상품의 품질을 높인다. “제품을 주문한 고객들에게 시제품과 함께 쪽지를 보내요. 신제품이 나왔는데 테스트를 부탁한다고 적으면 많은 분들이 피드백을 주세요. 원래 건조 과일로만 상품을 만들었다가 티를 곁들이게 된 것도 고객들의 반응을 조사했기 때문이에요”(최 대표)

낫띵베럴 이너주스/사진제공=CJ올리브네트웍스




◇둘이라서 울고 웃고...“끈기가 제일 중요해요”

두 사람 이상이 사업을 하면 관계가 틀어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동업자 간 이견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와 안 부사장도 사업 초반 다툼이 잦았다고 털어놓았다. “둘의 성향이 완전 반대에요. 이 친구(최 대표)는 벌리는 걸 좋아하고 저는 수습을 담당했죠. 초반에는 많이 싸웠는데 이제 포기할 건 포기했어요(웃음). 서로 잘하는 건 인정해주면서 사업을 꾸리고 있습니다”(안 부사장)

최 대표는 한 번 집중하면 주변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제품의 명칭이나 슬로건 등을 지을 때면 혼자만의 공간에 갇혀 밤낮으로 고민한다. 그 결과 ‘잘빠진 그대’, ‘쑥스럽’, ‘물오른 미모’ 등 재치가 돋보이는 상품명을 개발할 수 있었다.

반면 안 부사장은 꼼꼼하지는 않지만 낯가림이 없어 외부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안 부사장은 “둘이라서 서로 의논하고 의지할 수 있어서 굉장한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이너뷰티를 가꾸는 상품을 만드는 이들이지만 안 부사장은 “힘들 때면 소주로 마음을 클렌징한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어느덧 창업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이들은 아직도 매일 같이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동시에 안 부사장은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무조건 부딪혀 볼 것을 주문했다. “아무리 주변에서 조언을 해줘도 자신이 직접 뛰어보지 않으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어요. 저 역시도 올리브영에 제안서를 넣고 3개월 이상 쫓아 다녔습니다. 처음에 MD님이 거절을 하셨지만 그 이후로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해요”

최 대표는 지치지 않는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잘 될 것 같다가도 안 될 때가 많고 사람한테 지칠 때도 있다”면서 “예상치 못한 일을 참지 못하고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희 둘만 하는 게 아니라 식구도 있으니까 책임감을 가지고 헤쳐 가야 할 방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이 세상에 새로운 건 없다”면서 “생각의 전환을 하면 새로운 아이템이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낫띵베럴은 올해 50억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으로의 수출 건도 진행하고 있으며 전 세계 각국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간편식 시장에 도전할 낫띵베럴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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