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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장기휴가, 직장인에겐 그림의 떡?…요즘 회사선 "떠나라" 먼저 권해요

<여행 트렌드 바꾸는 '워킹 노마드'>

KB손보, 全직원에 200만원 항공료 지원

삼성전자, 1년간 자기계발 휴직 권장

제주도 장기체류 숙박업소만 수백곳

"놀러왔다 아예 집을 사서 눌러앉기도"

여행사 '롱스테이' 사전답사 상품 선봬





국내에 ‘한 달 살기’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사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직장인에게 낯선 지역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문화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달 살기’는 직장이 없는 가정주부나 일정 조절이 자유로운 프리랜서 또는 고소득자들이나 꿈꿀 수 있는 사치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이 사회적 화두로 부상하고 국내 대기업과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직원들의 장기휴가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나서면서 ‘한 달 살기’ 트렌드 역시 소수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보편적인 문화현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장기휴가 제도로 ‘워킹노마드(유목민)’가 등장하면서 여행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 셈이다.

KB손해보험은 올해 1월부터 모든 직원이 최소 한 달 동안의 휴가를 다녀올 수 있는 ‘장기 자기계발 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포상·근속 등 특정한 조건 없이 전 직원에게 한 달 동안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제도다. 특히 해외문화 체험 등의 계획을 세운 직원들에게 휴가기간 횟수에 상관없이 최고 200만원의 항공료를 실비로 제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 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280여명이 휴가를 다녀왔거나 휴가를 보내고 있다. KB손해보험은 향후 5년 내 모든 직원이 한 달 휴가를 다녀오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이 회사에서는 매월 50명 정도가 휴가를 떠나며, 휴가 전 업무별 인수인계 담당자를 지정하는 등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부담 없이 휴가를 다녀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경영진의 제안으로 2~3년간 연구해 도입한 제도”라며 “장기휴가를 통해 직원들이 열정을 재충전하고 일과 삶의 균형 속에서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물론 생산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휴가를 다녀온 한 KB손해보험 직원은 “이렇게 월급을 받아도 되나 할 정도로 힐링을 제대로 만끽한 한 달이었다”고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는 2016년 7월 ‘창의적인 조직문화 구축’을 목표로 1년 동안 자기계발을 위한 휴직을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어학공부나 학위취득은 물론 해외여행을 위해 휴직기간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3년 이상 근속한 사원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말 그대로 임직원의 자기계발을 지원하고 자유로운 휴직 사용을 권장하기 위한 제도”라며 “논문이나 여행기 등 별도의 증빙자료나 보고서 제출은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장기체류 문화가 가장 활성화된 지역은 제주도다. 현재 제주도에는 장기체류를 원하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임대 형식으로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업소만도 수백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숙박시설은 기본적인 원룸 형태부터 빌라·아파트, 마당이 있는 독채, 단독주택이 단지형으로 모인 타운하우스까지 매우 다양하다. ‘한 달 살기’를 기본으로 하는 숙박업체 100여곳을 위탁 운영하는 제주알리미닷컴의 송유미 대표는 “숙박비용의 경우 원룸은 90만원, 50~60평대의 타운하우스는 500만~600만원까지 든다”며 “3~4명의 가족 단위 고객이 한 달을 지내려면 항공료와 생활비를 포함해 최소 500만원 이상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사회적 성공이나 영달보다 개인의 행복과 만족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여행의 트렌드 자체가 ‘짧은 관광’에서 ‘장기체류’ 형태로 바뀌는 듯하다”며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경험한 뒤 아예 집을 사서 눌러앉는 분들도 많이 봤다”고 전했다.

제주도에서 불기 시작한 ‘한 달 살기’ 열풍은 부산·강원도 등 국내 다른 지역으로도 번지는 모습이다. 여행의 트렌드 변화를 포착한 부동산·숙박업체들이 속속 ‘한 달 살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장기체류 고객 대상 오피스텔을 위탁 운영하는 ‘위드어스베스트 머물고 싶은 공간’의 이재승 실장은 “사업을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됐고 지금은 연산동에 30개 정도의 숙소를 관리 중”이라며 “여행객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 7월 중 해운대 오피스텔 30개를 추가로 위탁받아 장기체류 고객들에게 숙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장기체류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대형 여행사들도 관련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모두투어는 최근 태국 치앙라이에서 ‘롱스테이(장기체류)’를 원하는 여행객을 위해 사전답사(4박5일) 상품을 내놓았다. 미얀마·라오스와 국경을 접한 치앙라이는 맑은 공기와 자연의 풍요로움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최근 장기체류와 이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지역이다. 이번 여행상품은 장기체류에 필요한 숙소와 병원·음식점·쇼핑몰·골프장 등을 둘러보고 부동산 계약 등 관련 법적 절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7월8일 한 차례만 출발한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선착순으로 18명만 모집하는 상품이었는데 이미 모객이 완료된 상황”이라며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관련 상품을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투어도 2013년 이후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미국 서부 영어교육여행’ ‘발리 셀프트래블’ ‘엄마와 함께하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2개국 연계 영어캠프’ 등 장기체류 상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롱스테이 상품의 경우 숙박시설을 고정적으로 계약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지금까지는 단발성 패키지로 진행해왔다”며 “장기체류를 원하는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 정기적으로 출발하는 상품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윤석·노희영·신희철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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