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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청년 창업가] “엔젤투자라더니..” 활개 치는 브로커들, 강제폐업 당하는 청년들

'정부 공인'이란 말에 손잡았는데

사업선정에 유리한 대상으로 악용

수천만원 컨설팅비만 챙겨 '먹튀'





지난해 청년창업가 황모(35)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엔젤투자자 A씨로부터 ‘투자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정부 공인 엔젤투자자인 A씨는 본인이 1억원을 투자하면 정부에서 2억원을 매칭해 추가로 투자할 것이라고 제의했다. 수개월의 논의 끝에 최종 투자 결정이 내려지자 A씨는 갑자기 ‘지금은 돈이 없다’며 황씨에게 1억원을 직접 마련하라고 했다. 자금이 급했던 황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1억원을 빌려 정부 지원을 받았고 A씨는 컨설팅비 명목으로 3,000만원을 챙겼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황씨는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황씨는 “투자받은 금액을 회사 운영에 투입돼 벌금형에 그쳤지만 투자받은 돈을 갚아야 해 7년 넘게 이어온 회사의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며 “정부 규정을 몰랐던 만큼 내 책임도 크지만 사건을 기획했던 A씨는 지금도 버젓이 엔젤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청년 창업가들이 빚더미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창업 초기 엔젤 투자가 필수적이다. 대학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그나마 믿고 의지할 곳은 엔젤투자자다 .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년들의 다급한 사정을 노린 ‘블랙 엔젤’이 활개를 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황씨는 “투자해 준 한국벤처투자에도 연복리 20%로 위약 벌금 7,000만원을 물어야 하지만 엔젤투자자 A씨는 어떤 손해도 감수하지 않는다”며 “이미 동고동락했던 직원 10명을 내보냈는데 위약금까지 내면 회사는 문을 닫고 신용불량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모씨 역시 A씨 꾐에 넘어가 최근 폐업을 신청했다. 최씨는 “당시 정부 공인 엔젤투자자가 30명 가량에 불과했고 불법이라는 말도 전혀 못들어 문제가 될 줄 몰랐다”며 “A씨는 컨설팅 명목으로 2,000만원을 가져갔는데 위약벌금 등 모든 책임을 창업자가 떠안으면 재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엔젤투자매칭펀드는 엔젤투자를 유치한 기업에 투자 금액의 최대 2배를 지원해주는 방식의 펀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8개 공공기관이 펀드를 조성했으며 한국벤처투자가 이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펀드를 둘러싸고 해마다 관련 범죄로 기소되는 인원이 수십명에 이를 정도로 뒷말이 무성하다. 서울 북부지검에 따르면 지난 2016년에만 19명이 기소되는 등 검찰 사이에서는 ‘엔젤투자자는 찌르면 모두 범죄자’라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엔젤투자매칭펀드 관련 소송은 2012년 2월 최초로 투자금이 집행된 이후 2017년까지 민사소송 32건, 형사소송 30건 등 총 62건에 이른다. 적발된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70억6,000만원으로 전체 투자금의 10%를 넘어섰다.

이처럼 넘쳐나는 정부지원금을 노리고 청년들에게 다가오는 블랙엔젤들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창업선도대학사업을 통해 정부지원금을 받은 이모씨는 “(블랙엔젤은) 창업동아리 학생들이 사업 선정에 유리하다는 점을 노리고 접근해 신청서 작성을 도와주고는 지원금의 50% 이상을 인건비 명목으로 빼간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엔젤투자자와 창업가는 사업 성공 때 성과를 나눠 갖는 만큼 실패와 잘못도 함께 분담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히 청년 창업가들이 정부 지원금을 받는 과정에서 개인적 유용이 없다면 과도한 책임 추궁은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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