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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나 혼자 꾸미고 산다

자산가 전유물로 여기던 인테리어

소득 늘고 '소확행' 트렌드 퍼지며

전월셋집·옥탑방도 '꾸미기' 열풍





# 올가을 결혼을 앞둔 윤나리(가명)씨는 신혼집으로 마련한 30년 된 아파트를 뜯어고칠 계획이다. 욕실과 마루·부엌 공사는 물론이고 통신장치로 에너지 효율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스위치, 애플미러 등의 스마트기기도 계약서에 집어넣었다.

# 지방에서 상경해 요리사를 꿈꾸며 일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제갈유현(가명)씨는 경리단의 옥탑방에서 2년째 거주하고 있다. 그는 올봄 옥탑방 테라스에 비치파라솔과 해먹을 설치했다. 해가 지면 해먹에 누워 맥주를 마시는 것이 그에게는 지상 최고의 휴식이다.

과거 일부 자산가들만이 향유했던 공간 꾸미기가 전 국민의 사적 공간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첫손에 꼽히는 것이 인구구조의 변화다. 1인가구의 급증은 공간 비즈니스를 팽창시키는 불쏘시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5.6%를 기록했던 전체 가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말 26.5%를 돌파한 데 이어 오는 2035년께 34.3%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인가구의 중심인 에코세대들이 자신들의 공간에 머무는 시간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9년 20여분에 불과했던 이들의 가정활동시간은 2009년 60여분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4년 말 현재 100분을 돌파했다.

시공업자들이 노후 아파트 바닥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LG하우시스


1인가구의 비중이 높아지고 이들이 자신들의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이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생활소품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머무르는 공간이라면 반드시 갖춰놓아야 할 것들이 총 가구 수가 늘어나면서 총량 확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슬기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생활용품은 가구원 수와 상관없이 공유해 사용하는데 1인가구 증가로 가구 수가 늘어나면서 관련 생활용품의 수요가 그만큼 증가해 인테리어 시장의 크기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생활트렌드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플라시보 소비(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소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으로 대변되는 삶의 질 선호현상은 머무는 공간에 대한 관심을 필연적으로 키운다. 특히 우리나라는 올해 ‘30-50클럽(소득 3만달러-인구 5,000만명)’을 넘길 것으로 보이는데 소득수준 향상은 이 같은 공간수요를 더욱 부채질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경기호황 국면에 접어들면서 인테리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융위기 발발 전이던 2007년 27위에 머물렀던 홈디포의 다우존스지수 내 시가총액은 2017년 말 현재 10위로 뛰어올랐다. 홈디포는 미국 최대 건축자재 및 인테리어 디자인 도구 판매업체다.

△부동산가격 상승 △정부의 부동산규제 △노후건물 증가 등 국내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여러 여건도 인테리어 시장을 팽창시키는 연료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 400만가구 수준이었던 노후주택(준공 15년 이상) 숫자는 2016년 말 현재 1,000만가구 수준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총 주택에서 노후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0% 초반 수준에서 60%대를 돌파했다. 노후주택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잇따른 부동산규제로 신축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 틈에서 ‘헌집’을 ‘새집’으로 탈바꿈시켜주는 인테리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도시 도심부의 노후주택은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노후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거환경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19일 롯데홈쇼핑에서 방송된 이누스 욕실 리모델링 상품 현장. 이누스는 이날 2,200콜로 욕실 리모델링 방송 사상 최다콜 신기록을 기록했다. /사진제공=이누스


지금 우리가 사는 현재가 연결의 시대인만큼 지상파·종편 등 대중매체, 인스타그램·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선전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TV는 공간비즈니스의 엄청난 포식력을 확인할 수 있는 최전선이다. 먹방으로 수놓아졌던 전파는 어느덧 집방으로 이동해 ‘셀럽’의 사적 공간을 염탐하고 거기서 힌트를 얻은 시청자들은 가구를 구매하고 소품을 사들인다. 지상파 채널과 채널 사이에서 24시간 상품을 진열하는 홈쇼핑에서는 가구와 개별공간 수리공사 상품을 판매하는 데 이어 집을 지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스마트 기기의 발달 역시 인테리어 시장의 외연을 확장 시키는 동력원이다. 이달 9일 SK텔레콤은 한국에코인테리어진흥협회와 스마트홈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스마트 인테리어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스마트홈 인테리어는 인테리어 공사 시 스마트 스위치, 플러그, 공기질 센서, AI 스피커 등의 스마트 기기를 함께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최대 통신기업이 이종연합이라는 딱지를 붙이기에도 낯선 인테리어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은 그만큼 성장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이번 제휴를 통해 연간 2,000세대 이상에 스마트홈 인테리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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