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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회계투명성이 기업 지속성장의 인프라다

윤만호 EY한영회계법인 부회장





뉴욕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지난 2001년 9·11사태가 발생한 지 얼마 안 돼 미국의 유력 에너지기업인 엔론의 회계조작 사건이 터졌다. 엔론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일하기 좋은 100대 회사’ 등에 이름이 올랐던 존경받던 기업이었는데 이 회사의 회계장부가 조작됐다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 일로 결국 엔론은 파산하고 경영진은 소송을 당하는 것은 물론 구속을 면하지 못했다. 엔론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글로벌 회계법인 아서앤더슨 역시 문을 닫았다.

우리나라의 산동회계법인은 2000년 12월 대우그룹 계열사의 부실감리로 회계감사 불능을 선언하고 폐업했다. 최근 몇 년간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이슈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대해서도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기업의 회계부정 이슈가 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일까.

2018년 스위스 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평가대상 63개국 가운데 27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경제 규모에 비해 현저하게 낮게 평가되는 원인으로 회계와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 지적되고는 한다. 기업들이 회계를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고 분식을 하거나 회계장부를 왜곡하게 되면 주주나 투자자들은 그릇된 정보에 기초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같은 기업의 부실회계는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 등 국가 브랜드나 한국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게 된다.



회계 투명성은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인프라이며 개인이나 기업·국가 등 모든 경제주체가 반드시 지켜야 할 사회안전망이다. 회계가 투명하지 않은 조직은 내부통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모래 위에 세운 집’과 같다. 엔론 사태 이후 2002년 7월에 미국은 상장기업 회계 개혁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베인스옥슬리 법(Sarbanes Oxley Act of 2002)을 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회계제도 개혁을 위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17년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오는 11월에 시행 예정이다.

이번 회계제도 개혁은 법을 새롭게 제정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회사나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이나 감독당국·투자자들 모두가 의식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 최적의 관행(best practice)을 새롭게 만들고 회계 투명성을 자본시장에서 가장 중시되는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회사가 돈을 들여 내부회계관리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고 회계가 투명해지는 것이 아니다. 감사위원회를 조직했다고 감시와 견제기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감사위원들을 선임할 때부터 독립성과 전문성에 입각해 적임자를 뽑는 일, 감사위원회는 경영진 없이 외부감사인과 정기적으로 만나서 독립적으로 소통하는 일, 그리고 내부통제 강화와 부정방지를 위해 감사시간 투입을 늘리는 일 등을 하지 않고는 회계 투명성이 제고되지 않는다. 회계 투명성 없는 기업의 성장이나 국가 경제발전은 사상누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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