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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부진에 기관 자금도 못 끌어와...설 땅 잃어가는 소형운용사

설립 요건 완화에 운용사 늘었지만

역량 부족으로 대형사로 돈 쏠림

인맥 등 통한 '형님 마케팅' 사라져

일부 소형운용사 청산 절차 돌입





자산운용사들의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 개인 투자가 줄어들고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형·소형 자산운용사들 간 역량 차이가 뚜렷해지며 한쪽으로만 자금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80개에 불과했던 자산운용사는 올 1·4분기 215개까지 늘어났다. 2·4분기에는 20개가 더 증가해 총 235개로 집계됐다. 자산운용 업계 전체 수탁액 규모로 봐도 6월 말 기준 1,013조원으로 연초 이후에만도 62조원(6.5%)이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0월 금융감독원이 자산운용사 설립 자본금 기준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크게 낮추는 등 설립요건을 대폭 완화한 결과다.

겉으로는 자산운용업 전반에 걸쳐 성장이 이뤄지는 듯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자산운용사별 연초 대비 증감률을 보면 보험 계열사가 있는 곳 위주로 돈이 몰렸다. 삼성자산운용이 8조7,190억원으로 가장 크게 늘었고 교보악사 7조3,880억원, 흥국 5조4,650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 5조3,96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 5조2,590억원, NH아문디자산운용 4조5,990억원 순이었다. 금융지주 산하의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커지는 것이다. 이 기간 키움자산운용은 4,88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고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오히려 5,060억원이 줄어들었다.

업계는 이에 대해 “자산운용업의 투명성 강화 등 업계 전반이 고도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자산운용사 설립요건이 완화되고 사모·헤지펀드 시장이 커지면서 소형 운용사들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이미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재편된 펀드 시장에서 ‘큰돈’을 투자할 수 있는 기관의 자금을 끌어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전체 수탁액에서 기관을 제외한 일반투자자들이 실제 투자하는 규모는 145조원에 불과하다.

특히 근래에는 예전처럼 인맥·청탁 등으로 자금을 받아오는 식의 ‘형님 마케팅’도 사실상 자취를 감추고 기관들이 투명한 평가기준 마련에 나서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양극화됐다는 평가다.



자산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기관 담당자 접대 등의 마케팅은 사라졌다”며 “돈을 맡아서 관리할 역량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객관적인 평가기준 등이 강화되면서 사실상 대형사가 아니면 기관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안 된다”고 전했다. 예컨대 제안요청서(RFP)를 통해 운용 매니저 경력, 운용사 인원, 투자 기준, 위험관리 능력, 과거 사고발생 빈도 등을 평가했을 때 중소 운용사들이 기준에 부합할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소형 자산운용사들은 공모펀드 시장을 사실상 포기한 채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소규모 운용사 중 일부가 재무상태 악화에 허덕이며 청산절차에 돌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설립된 전문 사모운용사 브이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진입 문턱이 낮아진 후 설립된 신생아 중 가장 처음으로 청산했다. 이 회사는 청산 진행 중 투자했던 일부 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원의 자금을 빼돌렸다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3·4분기 기준 82곳이 적자를 기록하며 일부가 청산을 검토하거나 절차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설립요건이 완화되다 보니 이런 환경에서도 부티크 형태의 소형 자산운용사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며 “자산운용사에서 퇴사한 매니저 3~4명이 모여 지인 등의 자금을 끌어 운용하는 형태가 가장 많다”고 전했다.

한편 투자자들이 주식형펀드에 투자하는 비중은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단기채권형과 해외상품은 각각 19조원과 20조원, 대체펀드도 22조원 증가를 기록했지만 주식형펀드는 4조원 커지는 데 그쳤다. 전체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봐도 한때 30%에 육박했던 주식형 펀드는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증시가 하락세를 반복하면서 주식 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탓이 크다. 운용사 관계자는 “소형 운용사들이 새로운 동력을 찾지 못하면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며 “소형 운용사들 사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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