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동 시절 내내 삼계탕집 인부로 지낸 어머니
아궁이 불길처럼 뜨겁던 어느 여름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까무룩 꺼져가는 숨을 가누며 남긴
마지막 말
얘야 뚝배기가, 뚝배기가 너무 무겁구나
그 후로 종종 아무 삼계탕집에 앉아 끼니를 맞을 때
펄펄한 뚝배기 안을 들여다볼 때면
오오 어머니
거기서 무얼 하세요 도대체
자그마한 몸에 웬 얄궂은 것들을 그리도 가득 싣고서
눈빛도 표정도 없이 아무런 소식도 없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느른히 익은 살점은 마냥 먹음직스러워
대책 없이 나는 살이 오를 듯한데
어찌 된 일인가요
삼키고 또 삼켜도 질긴 허기는 가시질 않는데
어미 염낭거미는 알을 낳을 때가 되면 풀잎을 주머니처럼 말아 산실을 꾸민다고 한다. 자신과 새끼들을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알을 낳은 어미는 새끼들이 부화할 때까지 기다린다. 마침내 애 거미들이 알에서 깨어나면 자신의 몸을 내어준다. 배고픈 새끼들은 어미의 생살을 파먹으며 자라고 어미는 숨을 거둔다. 힘이 생긴 새끼들은 나뭇잎 방을 뚫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신은 처음 세상을 만들었다지만, 어머니들은 매번 세상을 다시 낳는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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